기업문화의 선진화와 제품안전을 위해서는 제품의 결함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 노력이 필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한국PL협회 주최로 개최된 제조물책임·제품안전 특별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이같이 강조하고 제조업자는 물론 가공업자, OEM 및 원자재 공급업자들도 제조물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좌담회 내용을 소개한다.

■토론 참석자■

사회
정인호<중소벤처신문 편집국장>
토 론 문은숙<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시민의모임 기획실장>, 변승남<경희대 기계산업시스템공학부 교수>, 이갑수<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홍종희<기술표준원 안전서비스표준부장>, 박영식<한국PL협회 법공학연구소장>

■■ 사회=제조물책임법이 시행 된지도 벌써 2년이나 흘렀습니다. 이는 소비자권익 향상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커다란 경영환경의 변화이며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기업이 퇴출될 수 있다고 봅니다.
■■ 변승남=최근 들어 제조업 분야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경쟁 요소로 친환경적(friendly environment) 제품과 안전한(safe) 제품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안전한 제품에 대한 시장의 요구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안전 의식이 빠른 속도로 강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정부의 소비자 보호 정책 역시 제도적 차원에서 급변하고 있습니다. 제조물책임법 시행 이후, 제품 사용 중 소비자의 피해 경험은 49%로 조사됐고, 제품 결함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38%, 소비자 과실 34% 그리고 기타 28%로 조사됐습니다.

사후처리비용 사전예방보다 커
■■ 이갑수=중소기업은 소위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금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술개발을 주저하게 되고, 기술수준이 낮기 때문에 이익을 올리지 못하고, 이익을 못 올려서 자금력이 취약해 다시 기술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것입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탈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기업가 정신에 바탕을 둔 과감한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입니다. 제조물책임법 시행 또한 이러한 경영환경의 변화를 뜻하며 회피하기 보다는 정면 돌파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 문은숙=기업이 추구해야 할 사회 발전의 중요한 역할은 ‘소비자의 권리 보호’와 연관됩니다. 이는 기업 또한 자신이 존재하는 사회 발전에 기여할 책임도 있지만 소비자 보호를 통한 소비자 주권이 확립되지 않는 한 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박영식=제품의 안전을 위한 사전예방 비용이 사후 발생한 사고처리 비용보다 저렴하다는 여러 가지 경제적 분석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이렇듯 안전성 확보를 위한 필요적 비용은 기업 입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용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으며 경제적 측면에서 안전의 효율성이라는 새로운 가치 판단을 내려야 함을 의미합니다. 과거 품질에 대한 비용처리는 재산적 가치에 의미를 뒀으나 안전에 대한 비용처리는 대세적·인신적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안전성 추구비용은 필요적 비용이 아닌 절대적 비용으로 차원을 달리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 사회=제조물책임법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법 시행에 대한 인지도는 높게 나타났으나 제조물책임 보험가입률은 22%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기업이 PL사고 발생 위험정도를 낮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며 손해배상 조달계획이 없는 경우도 82.9%에 달했습니다. 이에따라 기업들이 제조물책임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변승남=안전한 제품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증가하는 현상은 기업에게 위기이기도 하며 동시에 기회이기도 합니다. 기업이 안전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안전비용(safety costs)이 발생하며, 이에 따라 제품의 단가가 상승하게 됩니다.
반대로, 기업이 제품의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고 저가의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게 되면, 안전성이 결여된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사건 및 사고에 대한 처리비용, 즉 위험비용(risk costs)이 발생됩니다. 전자는 제품안전경영(PSM:product safety management)을 통해 제품의 안전성을 더욱 중요시하는 경영 관점에서 비롯되고, 후자는 위기경영(RM:risk management)을 통해 위기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응전략을 중요시하는 경영 관점에서 비롯됩니다.
■■ 박영식=기업 내부의 안전에 대한 인식전환은 결국 고객만족으로 연결돼 시장에서 건실하게 생존할 수 있는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먼저 자사제품의 클레임 유형을 철저히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분석된 유형은 반드시 개발 또는 설계팀에 피드백 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 경우 개발 또는 설계팀의 부서 이기주의가 발동하지 않도록 최고경영자의 조정자로서 역할이 필수적입니다.

기업내부의 인식전환 ‘관건’
■■ 사회=제조물책임법과 관련 시행되고 있는 안전관리 제도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 홍종희=현재 국내에서는 제조물책임법과는 별도로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에서 위해 가능성이 큰 39개 품목을 공산품 안전관리 강제 검사대상 품목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위해 가능성이 비교적 낮은 31개 품목은 제조 또는 수입한 자가 원할 경우 안전검정을 받는 임의 검정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 문은숙=현재 실시되고 있는 안전관리 제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기업의 책임입니다. 그동안 소비자 보호와 소비자 권리 증진은 정부의 몫이라는 편협한 사고가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었으나 소비자 보호를 통한 소비자 권리 증진은 결국 기업의 몫입니다. 이는 기업이 공정한 거래와 완전한 정보 제공 등을 통해 시장실패를 최소화 할 일차적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별 객관적 기준 마련 보급을
■■ 사회=수출기업의 경우 해외 안전관리제도가 수출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홍종희=세계 각국은 소비제품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수출기업들은 이들 국가의 안전관리제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미국은 1만5천여종의 소비제품에 대해 소비제품 안전관리 위원회(CPSC)가 안전관리하고 있으며, 그 중 289개 품목은 강제 규제품목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경제 산업성이 관리하는 소비생활용제품안전법에 의해 유아용 침대, 휴대용 레이저응용장치 등 소비자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미칠 위험성이 많은 제품에 대하여 PSC 마크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은 2002년 5월 1일부터 CCC 인증 제도를 시작, 2003년 5월1일부터 모든 서비스기관과 수입업자는 ‘강제 승인대상 제품’에 대해서는 CCC 인증마크 없는 제품의 수입 또는 판매가 불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 사회=제조물책임법 시행 후 기업들의 인식에 비해 실제 대응방안 수립과 예방활동은 미흡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열악한 경영 환경과 인력구조 때문에 안전보다는 요구 품질을, 결함보다는 하자 발생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대응활동만 수행하기 때문으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의 제조물책임 대응수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개발, 보급해 기업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장치 마련 이 필수적으로 보이며 어려운 여건이지만 기업 스스로의 적극적인 대응 또한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장시간 토의에 참여하신 패널들께 감사드립니다.

◇사진설명 : 한국PL협회는 지난 13일 서울 서교동 PL협회 회의실에서 PL좌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이갑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문은숙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기획실장, 홍종희 기술표준원 안전서비스 표준부장, 박영식 한국PL협회 법공학연구소장. <사진=나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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