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IZ 정책브리프] 뉴노멀시대 기업 생존법
블록펀드형 연구비 제공 바람직
정부, 지식플랫폼 적극 제공 시급
세제혜택·공공구매 확대도 필요

KBIZ중소기업연구소는 중소기업·협동조합 전문 연구조직으로 중소기업 정책 반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본지는 KBIZ중소기업연구소와 함께 이달의 경제여건 변화, 주요경제 이슈 해설, 정책연구 결과 등을 담은 ‘KBIZ정책브리프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나경환(KBIZ중소기업연구소 정책연구단장)
나경환(KBIZ중소기업연구소 정책연구단장)

세계는 지금 저성장과 초변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넥스트 노멀의 시대에 살고 있다. 초연결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 보호무역주의 확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예측 불가의 불안한 미래를 맞이하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도 대전환기에 놓여 있다.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제조업의 서비스화,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바이오와 같은 신산업의 급격한 성장, 산업구조전환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내부의 자원이 부족하고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더욱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산업환경이 어느 때보다 불안정한 시기이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혁신정책이 요구된다. 때문에 외부충격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리질리언스(Resilience) 강화를 위한 기업 R&D 전략과 정부의 지원 정책이 중요한 현안 과제로 떠오른다.

 

글로벌 공급망 급변리질리언스 준비해야

지난 2008년 이후 전 세계는 소위 뉴노멀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의 3저 현상에 더해 고실업률, 정부 부채 증가, 규제 강화 등이 고착됐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3%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팬데믹과 미중 갈등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급변도 우리 산업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2020년에는 국내 총생산 성장률이 -1.1%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해 수출 중소기업의 65.8%가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기업은 9%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최대의 당면과제는 충격을 이겨내는 회복력과 끝까지 살아남는 끈질긴 생존력이다. 그렇다면 우리 중소기업의 리질리언스(회복탄력성)를 높이기 위한 R&D 전략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일까? 우선 개방형 R&D 혁신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개방형 혁신을 통해 자원을 소유하는 비용을 줄이지만 필요한 고도의 자원을 신속하게 자사에 접목하는 방향으로 R&D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외부자원은 대학일 수도 있고, 연구기관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경쟁기업일 수도 있다.

정부는 기업들의 개방형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의 R&D를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지식플랫폼을 제공하는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산업트렌드, 기술동향, 유망 아이템 발굴, 시장분석 정보, 특허정보, R&D 정보 등 다양한 지식이 플랫폼을 통해 기업들에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최고의 혁신 파트너를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학연 협력 강화는 개방형 혁신의 알파이다.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적극적으로 기업과 협력할 수 있게 소위 포뮬러 펀딩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 기업과의 협력·상용화 성과를 반영해 대학이나 출연연을 평가하고, 연구비를 블록펀딩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을 검토할 때다.

잘 알려져 있듯이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는 민간 협업 및 상용화 성공 실적에 비례해 매년 정부 지원 규모를 결정한다. 우리는 한발 더 나아가서 산업체와의 협업 성과에 비례하는 연구비를 출연금으로 대학에 제공하는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우리 대학들이 더 적극적으로 기업과의 협력연구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최근 산업부가 발표한 산업 R&D 혁신방안에 담긴 것처럼 기업주관 과제는 유연한 컨소시엄 구성이 가능하도록 해 협약 이후 연구과정에서 연구소·대학과 컨소시엄 구성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과제 수주를 위한 협력이 아닌, 실제 연구를 위한 실질적 협력을 유도해야 한다.

 

대규모·통합형 연구개발로 전략 선회

투입 대비 실질적인 혁신이 미흡하다는 소위 코리안 패러독스를 극복하고 기술개발이 기업들의 성장엔진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통합형 연구개발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정한 단일 제품을 생산하는 B2C 기업이 아닌 대부분의 많은 중소기업은 밸류체인에서 필요한 소재나 중간재를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이나 전후방 기업과의 협동연구가 절실히 요구된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산업 밸류체인상의 전후방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대규모 통합형 과제를 주요 R&D 사업 신규과제의 20% 이상 추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통합형 과제는 수요기업이 총괄 주관기관이 되고 5개 이상의 관련 산학연이 참여하도록 설계됐다. 정부는 총괄기관에 사업비 집행, 목표변경, 참여기관 변경 등 자율권과 유연성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대기업의 기술노하우를 중소기업과 공유하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더욱 강화돼야 한다.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대기업의 생산공정에서 시험할 수 있도록 테스트 베드를 지원하는 정책도 효과적일 것이다.

이러한 대중소기업간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공급하는 소재·부품의 소비자인 대기업에도 보다 강력한 인센티브가 제공돼야 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중소기업과 통합형 R&D를 추진할 경우 동일한 비율의 세액공제 등 중소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문화·다양화 동시에 추구하는 R&D 전략 추구

마지막으로 GVC(Global Value Chain: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에 맞춰 전문화와 다양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R&D 전략이 필요하다. R&D 확대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강화와 혁신공공구매의 확대는 기업들의 신사업 진출을 지원하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사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의 필요성이나 방향은 해당 기업 자신이 제일 잘 안다. 따라서 새로운 영역 개척을 위해 기업이 연구·인력 개발비를 증액할 경우 세액공제를 획기적으로 확대해 기업들이 업종전환을 위한 R&D 등 혁신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해야 한다. 특히, 소재·부품 및 주력산업 분야에서 R&D 투자 확대 기업에 대한 투자유인을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업종으로의 전환과 신사업 진출을 유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편 혁신공공조달(PPI: Public Procure-ment for Innovation)를 확대하는 것도 기업들의 혁신활동과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을 유도할 수 있는 넛지(Nudge : 더 좋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법)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혁신공공구매는 정부가 조달이라는 형식을 통해 혁신적인 제품, 특히 초기 보급이 쉽지 않은 제품의 초기 시장 확보를 돕는 데 효과가 큰 정책이다. 바이든 미국 신임 대통령도 4000억 달러의 미국제품 공공구매와 3000억 달러의 기업연구개발지원이라는 쌍두마차를 통해 미국의 혁신 뉴딜을 공약한 바 있다.

정부의 중소기업진흥정책의 기본은 중소기업들의 혁신역량과 시장경쟁력 강화에 있다.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는 기업 자체의 적응력과 혁신역량 강화가 더 중요하다. 산업의 리질리언스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자발적 혁신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국내가치사슬을 고도화하는 정책들을 강화돼야 한다. 그래야 격동하는 GVC 환경에서 우리 산업의 생존에 필수적인 분야에서 핵심기술을 축적할 수 있는 R&D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다. 급변하는 산업환경이 우리 중소기업들에게 진정한 강자가 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 나경환(KBIZ중소기업연구소 정책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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