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 33년 바느질, 한복을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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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감] 33년 바느질, 한복을 짓다
  • 노란우산 기자
  • 승인 2021.01.29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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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바느질, 한복을 짓다

야무진 손끝이 어느덧 3대째 이어졌다. 어머니의 삯바느질을 보고자란 정금주한복연구실의 정금주 대표. 그녀의 어머니 역시 어머니의 바느질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과천에서만 33년째 한복을 지어온 그녀는 이 손이 재산이라며 웃어 보인다.

3대째 이어진 한복 명가

“세 자매 중 둘째인데 7-8살 때부터 어머니 일을 잘 도왔어요. 고작 다림질을 할 치마 천을 팽팽하게 잡아주는 정도였지만 엄마가 잘했다고 칭찬을 하니 더 신이 났지요. 자연스럽게 어머니 곁에 맴돌면서 바느질을 돕고 따라 하기 시작했어요. 제법 솜씨가 좋다는 칭찬을 받고 학교에서도 바느질로 저고리를 만들면 남들보다 돋보였지요. 타고난 손 같아요.”

실과 바늘이 자연스럽게 한 패가 되듯 정금주 대표도 자연스럽게 바느질에 빠져들었다. 그저 네모반듯한 두루마리 천이 자신의 손끝을 거쳐 우아하고 풍성한 한복으로 탄생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어머니는 한복을 짓는 게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아시잖아요. 돌아가실 때까지 ‘너는 바느질을 안했으면 좋겠다’라고 말리셨어요. 그러면 저는 ‘엄마, 이건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라고 안심을 시켰지요. 그게 진심이거든요.”

과천정부청사역 1번 출구, 새서울프라자 상가 2층을 널찍하게 차지한 그녀의 한복연구실은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다. 은은하고 단아하면서도 기품이 넘치는 한복이 정금주 대표의 손길을 거쳐 세상과 만나고 전통을 이어간다.

 

고운 마음을 담아 지어요

한복을 33년 동안 짓고 계십니다. 그 꾸준함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직장생활을 하다 어머니의 일을 본격적으로 돕기 시작한 게 스물한 살이었어요. 한복을 짓다보면 바느질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거든요. 거기에만 갇힐 수 있는데 저는 안주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늦게나마 전통의상학을 전공하고, 대학원까지 진학해 궁중 복식을 연구 했지요. 한복산업기사 자격증, 교사자격증도 취득해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내 가게도 내고, 연구도 하고, 제자도 기르다보니 어느덧 30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상당히 널찍한 매장을 꾸리고 계십니다. 창업 과정도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일을 받아서 집에서 작업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있어서 따로 가게를 꾸릴 엄두를 못 냈지요. 그렇게 10년 정도 집에서 하다 94년부터 정식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매장을 냈어요. 처음부터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집 앞 상가에서 하다가 지금의 상가로 넘어온 지 17년이 되었습니다. 여기서도 한 칸, 두 칸 늘려서 지금은 3칸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요. 강남으로 진출할 기회도 있었는데 결국 과천에 남았거든요. 돌아보면 잘 한 선택인 것 같아요. 과천에 뿌리를 내린 덕분에 내 가게를 매입할 수 있었고, 어려운 시기에도 월세 걱정 없이 버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니까요. 실력을 갖추고 강남 사람을 이쪽으로 오게 하면 되지요.

매장에 전시된 한복이 참 곱습니다. 대표님이 느끼시는 한복 그리고 바느질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일단 바느질을 몰두해서 하면 시간 가는 줄을 몰라요. 집중하는 동안에는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사실 5~10년째는 그때가 최고인줄 알았는데, 20년쯤 되어 돌아보니까 부족한 점이 보이더라고요. 30년 정도 되니 이제야 제대로 바느질을 하는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바느질을 통해 완성된 한복의 아름다움을 보면 고단함이 싹 잊힙니다. 세계 어느나라 의복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은 고운 색과 곡선의 아름다움이 한복의 매력이지요.

대표님이 짓는 한복만의 특장점은 무엇일까요?

상당수 한복집이 주문받는 사람 따로, 만드는 사람이 따로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요. 저희 집은 제가 직접 손님을 만나 취향과 체형을 파악하고 얼굴에 맞는 색을 권해드리거든요. 그 다음 제가 직접 만듭니다. 그 덕분인지 한복이 똑 떨어지게 잘 맞는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또 예전 한복은 평면재단을 했는데 요새는 입체재단을 하거든요. 전통적인 바느질부터 현대적인 바느질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는 게 장점이지요. 소매 끝이나 동정 등에 저만의 장식과 디자인을 가미해 차별화를 꾀한 한복 또한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과천에서만 33년이면 단골 고객도 많을 것 같습니다.

50대 중반부터 저를 찾은 고객이 어느덧 80대가 되셨어요. 자녀들부터 손녀들까지 모두 저에게 한복을 맞췄죠. 또 한 외국인 남성분이 행사를 위해 한복을 맞춰가셨는데요. 아름다운 한복을 잘 만들어주어 고맙다며 나중에 진주목걸이를 선물로 가지고 오셨더라고요. 감동을 받았어요. 한복은 보통 경사스러운 날 입잖아요. 한복을 맞추러 오시는 분들의 좋은 기운을 받아 저도 고객들에게 한복으로 고운 마음을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한복을 찾는 수요가 많이 줄었지요.

보통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와 어머니들이 입는데요. 결혼식 자체가 줄고 젊은 친구들은 한복을 아예 안 입기도 하더라고요. 또 요즘에는 맞춤 대신 대여를 많이 합니다. 저희 매장도 대여가 70%, 맞춤이 30% 정도에요. 전통 의상의 명맥을 이어가는 만큼 한복을 일상에서 더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하지요. 나라에 주요 행사가 있을 때 한복을 입거나, 영향력이 있는 방송인들이 편하게 입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우리 한복이 양복에 두루마기나 쾌자 하나만 걸쳐도 멋이 살거든요. 최근 고궁에 한복을 입고 입장하는 젊은 친구들의 모습이 늘어나 참 기특하고 반가웠어요. 한복 구색을 갖추기 힘든 디자인도 있지만 그렇게라도 한복을 일상 가까이에서 즐겨주는 자체가 고맙지요.

단순매장이 아니라 ‘한복연구실’이라는 간판이 특별해보입니다.

이제는 제자를 키워야한다는 책임감이 커지고 있어요. 그동안 제가 쌓은 기술을 누구에게든 잘 전수하여 한복의 아름다움을 이어가고픈 마음이지요. 다행히 전통의상학과 친구들이 꾸준히 찾고 있습니다. 너무 빨리 배우려고 조급해하지 마라, 한복은 길게 봐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한복은 80대가 되어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적어도 5년은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창업을 하는 후배들에게도 너무 빨리 수익을 내려고 하지 말라고 하고요. 오픈하기 전 찾아오면 원단 끊는 법, 시장 상대하는 법, 마음을 다지는 법 등을 가르쳐줍니다.

앞으로의 꿈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마침 저희 가게가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로 선정되었거든요. 제자들을 통해 손바느질과 한복의 명맥을 길게 이어가는 데 책임감을 느끼고 그에 맞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변함없이 한복집을 지켜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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