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70달러 내면 수천권 만끽
서평 공유하며 토론도 가능
다수 글로벌기업서 러브콜
신생 스타트업 페이블(Fable)이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페이블은 시스코와 모토로라 등 거대 기술기업에서 최고기술관리자(CTO)로 활약했던 패드매스리 워리어가 만든 온라인 ‘북 클럽’이다.
패드매스리 워리어는 미국 언론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나는 독서를 좋아하고, 항상 그래왔기 때문에, 기술업계에서 배운 모든 것을 소위 예술가의 정신을 갖춘 기술회사를 만드는 데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14일 페이블은 애플과 구글 안드로이드 스토어스에서 모두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신규 앱을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또한 레드포인트 벤처스(Redpoint Ventures) 주도로 시드 펀드를 조성, 투자자들로부터 725만 달러를 유치했다. 단, 기업가치 평가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페이블은 구독 기반 추천 엔진 및 개인 소셜 네트워크에 가까운 서비스를 한다. 연 회비 69.99달러를 지불하는 사용자들은 저작권이 만료된 수천 권의 책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 저명한 작가와 다른 객원 전문가들이 선정한 작품 추천도 받을 수 있다.
현재 유머작가 데이비드 세다리스는 ‘유명한 알코올 중독자들’의 전기를 추천하고 있고, 소설가이자 시인인 치트라 디바카루니는 ‘어떻게 이민자들이 미국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책들을 추천하고 있다.
페이블 고객들은 디지털 북 클럽을 조직해 앱을 통해 책에 대한 평을 공유하고, 친구들과 특정 작품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 사용자들이 일부 책을 읽고 토론에 참여할 수 있지만, 스스로 시작할 수는 없는 무료 버전도 있다.
패드매스리 워리어는 “내가 처음 세운 주요 목표는 ‘어떻게 도서 클럽을 현대화해 디지털 세계에 도입할 수 있는가?’였다”며 “또 세상에는 수백만 권의 책이 있는데 ‘어떻게 사람들이 가장 좋은 책을 찾도록 도울 수 있을까?’였다”고 설명했다.
패드매스리 워리어의 최대 경쟁자는 굿리즈(Goodreads)다. 이 업체는 종종 비판은 받지만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아마존 소유의 책 리뷰 사이트다. 온라인 출판 플랫폼 미디엄의 원제로(OneZero)는 2019년 9월 게재한 칼럼 헤드라인을 통해 ‘굿리즈의 모든 것이 망가졌다’고 지적했다. 이 칼럼은 굿리즈 사이트의 ‘형편없는 디자인과 기능’ 그리고 플랫폼에서 다른 사람들과 책을 찾고 공유하는 어려움을 비판했다.
패드매스리 워리어는 수많은 책 애호가들이 페이블의 추천 도서를 읽고 줌(Zoom)을 통해 격리된 북 클럽 회원들간의 교류를 확장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한발 더 나아가 독서의 즐거움을 B2B 매출 흐름으로 전환할 수 있는 큰 기회를 보고 있다. 페이블은 현재 기업 멤버십 서비스를 판매 중에 있다.
현재 미국에서 기업 멤버십 앱으로 유명한 것으로는 직원들의 명상을 돕는 헤드스페이스(Headspace)와 캄(Calm: 현재 비상장 시장에서 20억 달러의 가치를 평가 받고 있다)이 있다. 또 치료 앱 토크스페이스(Talkspace)도 기업 멤버십 서비스로 활성화돼 있다.
페이블도 이들 앱처럼 기업에서 제공하는 복지혜택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최근 이런 종류의 앱은 기업이 직원을 위해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복지 서비스로 자리매김 중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대부분의 지식 근로자들을 재택근무로 격리시키고, 모든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계속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패드매스리 워리어는 “많은 과학적 근거들이 독서가 인지적 건강과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해주고 있다”며 “독서는 우리가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해주며, 공감을 증가시킨다”고 강조한다.
페이블은 현재 여러 글로벌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추진 중에 있다. 페이블의 시드 투자를 이끌었던 레드포인트의 매니징 디렉터 애니 카다비는 “내가 일했던 모든 회사에는 자체적인 오프라인 북 클럽이 있었다”라며 “코로나19로 북 클럽 활동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이 점에서 미국 벤처업계에서 페이블을 주목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