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이후 경제위기의 극복과정에서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의 창업이 줄을 이었다. 벤처기업의 열기는 세계적인 흐름을 타고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모이게 만들었고 어려운 시절 고용창출에도 한 몫을 했다. 코스닥시장이 활기를 띠었던 몇 년 동안 많은 벤처기업인과 중소기업인들로 하여금 대박의 꿈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코스닥시장의 붕괴와 함께 자금확보의 어려움에 처해있는 이들 기업은 오히려 우리경제의 커다란 짐이 되고 있다.
과거 수년간 우리의 벤처기업들은 코스닥시장을 통한 대박만을 목표로 한 탓에 많은 무리수를 두었고 이것은 벤처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이 때문에 코스닥시장이 깊은 침체 빠지자 투자와 자금회수 두 가지 측면에서 전혀 대책이 없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기업가치 평가시스템 갖춰야
벤처의 출발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IPO보다도 M&A가 훨씬 더 많이 이용되는 자금회수 방법이다. 결국 기업을 높은 가치로 만들어 시너지효과를 가질 수 있는 기업에 매각하는 것이 또 하나의 성공전략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코스닥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M&A가 벤처기업의 또 다른 성공전략으로 강조돼 왔다.
많은 전문가들과 기업인들에게 주지의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러한 성공적인 M&A는 주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이유로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 기업가치평가 시스템의 부재와 복잡한 법률과 절차, 비현실적인 세제문제 등이 있다. 물론 이러한 모든 것이 한국에서의 기업간 M&A를 어렵게 만들고 있고 당연히 개선되고 시정돼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우리 기업인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우리는 예로부터 자기 것에 대한 집착이 대단히 강하다. 그래서 잘 나가는 기업을 매각하려는 기업인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회사가 어려워지고 대안이 없어져야 마지막 수단으로 M&A를 찾는다. 그런데 우리의 또 하나의 모습은 남의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그러니 인수하려는 기업이 피인수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줄 리가 없다.
물론 인정해 주고 싶어도 장부상의 가치이외에 무형의 가치를 인정해줄 방법도 없다. 또 인수하는 기업이 피 인수기업의 기술적 가치를 인정해 주려고 해도 제3자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명확히 차별화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 얼마나 될까 의문이다.
우리는 기술에 대가를 지불하는데 매우 인색하다. 사실 벤처기업은 대기업에 인수합병되거나 대기업에 기술을 매각하는 것이 주 된 목표이다. 그런데 벤처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고 인수하거나 기술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는 대기업은 거의 없다.
우리의 대기업들은 기술료를 주고 기술을 사오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금을 들여서라도 자체 개발하는 것에 더 익숙하다. 심지어는 M&A나 기술이전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핵심기술만을 빼내거나 핵심연구인력을 스카우트하는 일도 일어나곤 한다.
부정적 이미지 벗고 시너지 높일 때
이제 우리는 M&A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버려야 한다. 시너지효과가 기대되는 기업끼리 인수합병을 통해 더 강한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기업을 소유하고 키워나간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 나를 인정받기에 앞서 남을 인정하는 풍토가 기업간에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M&A가 또 하나의 성공전략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물론 정부도 할 일이 많다.
최근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 개선방향들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정책방향들이 신속하고도 일관성 있게 추진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더불어 대기업도 국내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기반이 탄탄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M&A는 결코 경영실패가 아니라 또 하나의 성공전략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M&A가 또 하나의 성공전략으로 자리 잡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벤처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토대가 이루어 질 것이다.

김 경 수
카이로제닉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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