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의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올들어 소비심리가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고 수출도 호조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경기가 완전 회복국면에 들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통상 중소기업 경기는 대기업 경기를 1내지 2분기 후행하면서 전반적인 경기를 호황국면으로 진입시키는 모습을 보여 왔다.
최근 대기업은 3/4분기쯤에는 내수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투자 및 고용을 늘리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아직 투자 및 고용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中企경기 살아야 ‘희망’
이와 같은 현상은 중소기업이 여전히 경기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다 큰 요인은 필요한 자금의 적기 조달을 기대할 수 없는 금융시장 여건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주지하듯이 우리 중소기업이 겪는 자금난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개혁이 이루어져 변화를 기대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금융개혁 이전의 대기업 대출편중이 가계대출편중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더욱이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방은행과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지역금융회사의 상당수가 합병 또는 퇴출되면서 지방소재 중소기업 금융은 더욱 크게 위축됐다.
국민경제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은 느는데 금융의 비중은 오히려 줄었으니 중소기업의 만성적인 자금난은 당연한 현상일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이 겪는 금융애로의 본질은 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간의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현저하다는 점에 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규모가 영세하고, 경영정보가 불명확하며, 기장능력이 없는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은 중소기업의 신용을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출을 기피하려는 경향을 갖는다. 이와 같은 금융기관의 위험회피는 합리적인 행위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금융기관이 중소기업의 일반적인 특성을 이유로 개별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신용평가 노력을 기피한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중소기업 금융애로가 만성화되고 있다는데 있다.
금융기관의 경쟁력은 보다 정교한 신용평가기법의 개발과 보다 적극적인 잠재 우량고객 발굴 및 육성 경쟁을 통해 제고될 수 있다. 기존 우량기업 대출을 늘리고 다른 금융기관의 우량 고객을 빼오는 안이한 경영으로는 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없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IMF 경제위기를 겪게 된 원인의 하나는 실물의 성장에 비해 금융이 크게 낙후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IMF 경제위기를 금융위기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또 다시 금융이 실물의 발목을 잡는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경기회복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고 하지만 중소기업 경기는 아직 냉골인데 금융기관은 더 많은 담보와 보증을 요구하며 중소기업 대출을 기피하고 있다.

금융이 실물 발목잡지 말아야
물론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높고, 환율하락과 원자재 값의 상승 등으로 중소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어 중소기업 대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음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금융여건에서 중소기업은 생산이나 투자를 늘릴 계획을 세울 수 없다. 이는 경기회복세가 중소기업으로 이어져 나갈 수 없음을 뜻한다. 결국 전반적인 경기회복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기관, 특히 은행의 주요기능은 기업자금 중개기능이다. 은행이 기업자금 중개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면 존재 이유를 상실한 것이다.
우리 경제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의 문턱에 들어서려는 이때 은행이 본연의 기업자금 중개기능을 살려 실물을 뒷받침해야 그 존재 이유가 발현되고 실물과 금융이 상생발전의 길을 여는 것이다.
위험이 있으면 이를 지혜롭게 돌파해 나가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금융기관에게 그 지혜는 신용평가기법이고 능력은 금융경쟁력이다. 위험이 있다고 그 길을 가지 않으면 낙오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그 낙오가 우리 경제사회 구성원 모두를 불행의 늪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데 있다.

홍 순 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