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업은 항상 소비자의 마음이 궁금하다. 소비 트렌드만 발 빠르게 따라가도 절반의 성공이다. 소비 트렌드를 새롭게 만들면 대박 상품이 나온다. 그래서 유통기업은 소비자의 성향과 시장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연구한다.

반대로 유통기업은 소비자에게 끊임없는 구애를 한다. 방식은 홍보채널을 통한 마케팅이다. TV, 모바일, 언론지면 등 수많은 플랫폼을 활용한다. 이때 유통기업은 홍보의 임팩트를 고려한다. 그래서 아이돌 스타와 같은 임팩트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상품과 브랜드의 모델이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요즘 유통기업들이 새로운 홍보 경쟁을 하고 있다. 바로 CEO 마케팅이다. 유통기업의 경영책임자인 CEO들이 직접 나서 광고 CF와 유튜브 등에 출연을 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요즘 연예인들이 부캐’(부수적인 다른 캐릭터)를 내세워 인기몰이를 하기도 하는데, 유통기업 CEO들이 부캐를 내세워 브랜드 론칭도 하고 있다. 이렇게 최고경영자의 이미지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안을 ‘PI 마케팅’(President Identity Marketing)이라고 부른다.

PI 마케팅을 가장 효과적으로 하고 있는 곳이 신세계그룹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SNS에서 유명스타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62만명이 넘는다. 인스타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용진이형으로 자주 불린다. 그는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친숙한 이미지로 대중에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급격한 성장을 한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도 가끔 등장해 재미난 발언을 하고 있다. 대부분 사업 뒷이야기다.

신세계 마케팅 담당자들은 아마도 정 부회장에 대한 대중의 팬심이 높다는 점이 상당히 즐거울 것이다.

최근 신세계는 정 부회장을 새로운 캐릭터로 변신시켰다. 이른 바 부캐 성격인 제이릴라. 고릴라를 본따서 만든 캐릭터인데, 여기서 재미난 점은 정 부회장의 외모가 흡사 고릴라를 닮았다는 사실을 은근히 비틀어 비교시키는 마케팅을 펼친다. 정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를 통해 제이릴라와 자신이 안닮았다며 둘의 모습을 함께 담은 사진도 게시했다.

신세계는 SNS에 제이릴라 계정도 따로 만들었다. 20~30 MZ세대 타깃의 게시물을 계속 올리는 중이다. 제이릴라는 지난해 9월 이마트가 상표권을 냈다. 신세계푸드가 지난해 말 이마트로부터 상표권을 양도받아 캐릭터를 완성했다.

현재 제이릴라 SNS 계정에 마카롱, 케이크 등의 이미지가 올라오며 제이릴라 베이커리가 올여름 오픈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정 부회장이 부캐에 대한 확고한 마케팅 의지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제이릴라를 캐릭터로 하는 패션과 리빙도 더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신세계 말고도 PI 마케팅은 여러 유통기업에서 나오고 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딸 함연지 씨의 유튜브에 단골 게스트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함연지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에 일상을 공개하는 콘텐츠로 구성 중이다. 이때 가족의 일상 모습이 자주 나온다.

함 회장도 딸 앞에서는 다정한 아빠 모습이다. 아이언맨 캐릭터 옷을 입고 등장하는 망가진(?) 모습도 보여준다. 대중의 관심도 높다. 함 회장이 등장했던 영상물은 조회수가 300만 회에 달한다.

함 회장에 대한 호감도 상승은 다시 오뚜기 식품 매출에도 긍정 영향을 미친다. 유튜브 댓글에도 오뚜기 제품 구매하면서 자꾸 함 회장의 화목한 가족 모습이 떠올라 기분이 좋다는 반응도 나온다. 아무래도 IT와 같은 기업에선 CEO혁신형이미지가 자기네 상품 마케팅에 효과적이겠고, 식품과 같은 소비재 유통기업에선 CEO의 이미지는 다정다감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CEO가 아예 TV CF에 등장하기도 한다.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는 모델로 등장했다. 내용은 이렇다.

배우 박서준이 메인 모델로 등장해 신규 고객 이벤트인 ‘100원 딜과 무료배송 서비스 등을 소개한다. 이어지는 장면은 김슬아 대표가 이러한 파격적 혜택 제공에 난감해하는 모습을 담았다. 웃음 포인트가 있는 CF대표마저 난감한 파격 이벤트를 강조한 것이다.

PI 마케팅은 홍보효과가 극적이다. CEO가 전면에 나서는 브랜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반면 효과가 큰 만큼 잘못되면 리스크도 크다.

최고경영자의 이미지가 곧 브랜드 이미지가 되기에 그렇다. 보통 사내 홍보팀이 CEOSNS를 관리하지만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직접 트위터를 운영한다. 그가 불쑥 던지는 트윗 하나에 주가가 요동치고, 최근에는 가상화폐 시장까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도 최근 클럽하우스에서 롯데, 키움히어로즈 등을 향한 수위 높은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롯데가 본업(유통)과 야구를 잘 연결하지 못했다고 도발했고, 키움히어로즈를 발라버리고 싶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PI 마케팅은 그 홍보 효과가 큰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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