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의 디오니서스 백이 디지털 환경에서마저 화제다. 가격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보낸 호랑이를 타고 티그리스 강을 건넌 디오니서스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 됐다는 이 가방의 가격은 현실이 아닌 세계에서 얼마로 거래될까.

지난 21일 미국 현지 외신 다수에 따르면 명품 패션기업 구찌는 지난달 말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디오니서스 디지털 전용 가방을 4115달러(한화 약 465만원)에 판매했다. 현실세계에서 착용하는 것은 물론 만질 수도 없다. 미국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는 로블록스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로 계산하면 35만 로벅스(화폐 단위), 실물 가방보다 비싼 가격이라고 보도했다.

메타버스는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3D 가상세계에서 자신만의 아바타를 만들어 원하는 브랜드 옷과 액세서리 등을 입고 실제로 쇼핑도 할 수 있다. 구찌는 제페토와 협업해 런칭했다.
메타버스는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3D 가상세계에서 자신만의 아바타를 만들어 원하는 브랜드 옷과 액세서리 등을 입고 실제로 쇼핑도 할 수 있다. 구찌는 제페토와 협업해 런칭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터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모든 산업들이 마찬가지지만, 글로벌 명품 브랜드도 이에 따른 성장세를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맥킨지에서는 미국 소비자 중 50% 이상이 의류·미용·전자제품 등에 돈을 쓰겠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디지털 상에 존재하는 의류들을 가상의 화폐로 구매한다는 개념 자체가 낯설게 다가온다. 체크를 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글로벌 의류 기업들이 특이하게도 디지털 환경, 즉 온라인에서마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배경에는 최근 국내에서 더욱 트렌드화 되고 있는 메타버스가 자리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세계 혹은 현실을 초월한 디지털 세상을 의미한다.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부캐릭터)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가상에 있는 메타버스에 대한 전 세계 관심도 덩달아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보통 의류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가 필요하다. 디지털 거래가 이뤄져야 하는데, 여기서 요즘 흔히 사용되고 있는 용어인 NFT가 나온다. 대체불가능한토큰(NFT, Non-Fungible Token)에는 디지털 세계에만 존재하는 고유의 아트, 비디오, 오디오 파일 등을 담을 수 있다.

해외에서는 가상 고양이 키우기 게임 크립토키티의 캐릭터가 NFT(대체불가능한토큰)로 발행됐는데, 18억원 가치의 가상화폐로 거래되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해외에서 날이 갈수록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산업에 대해 주목도가 높아지는 추세이며, 가상자산 및 NFT 또한 급성장 중이란 걸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초고가 시계 브랜드 ‘Jacob & Co’는 럭셔리 브랜드 최초로 NFT 상품을 마켓에 선보였다. 디지털 옥션 플랫폼 ‘Art Grails’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된 Epic SF24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3차원 디지털 상품이다. 10단계 이상의 블록체인으로 보호된 디지털시계 디자인과 내부 작동 기술을 경험할 수 있다. 10만달러 상당의 이 상품을 구매하면 물질적 상품과 동일한 인증서 및 NFT 파일이 들어 있는 시계 상자가 함께 증정된다. 해당 브랜드는 당분간 NFT를 위한 독점상품으로 이를 내놓으며 디지털 패션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소비자의 소비행태를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DRESS X’는 대표적인 디지털 의류 이커머스다. 소셜미디어 이미지에서 구매한 상품을 입힐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구매자는 디지털 패션상품을 다운로드한 뒤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에 상품을 입힐 수 있다. ‘DRESS X’의 공동창업자 ShapovalovaModenova는 비주얼적으로 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3D 디자인을 적용하기 쉽고 편리하기 때문에 소셜미디어뿐 아니라 광고 및 패션쇼 등 폭넓은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만큼 문화콘텐츠 및 산업 전반의 디지털 환경에서의 대응 마련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근 국회의원 연구단체 국회 문화콘텐츠포럼미래경제연구회메타버스 현황과 문화산업 활용 가능성온라인 토론회를 갖기도 했다. 해당 토론회는 현실과 가상이 융합되는 메타버스 시대를 열어갈 가상증강현실의 현황과 문화산업 활용 가능성을 점검하고, 우리나라가 메타버스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 및 미래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문화콘텐츠포럼 관계자는 인터넷, 스마트폰에 이어 새로운 미래 디지털 플랫폼으로 부상 중인 메타버스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의 증가와 가상융합기술의 발전으로 그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특히 메타버스를 통한 사회·경제적 활동이 게임,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중심으로 확산 중이라고 강조했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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