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납부 국가만 달라지는 것…세율보고 판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0개국(G20) 등이 주도하는 디지털세 합의안이 공개되면서 국내 산업계도 디지털세가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 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IF)의 디지털세 합의안을 발표했다.

다만 IF 139개국 중 9개국은 여전히 합의안에 반대하는 상황으로, 최종 합의안은 오는 10월 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합의를 거쳐 2023년 발효를 목표로 한다.

◈ 2023년부터 매출 27조↑·이익률 10%↑ 대기업 대상 디지털세

디지털세 과세 논의는 크게 필라(Pillar)1과 필라2의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필라1은 규모가 크고 이익률이 높은 다국적 기업들이 본국뿐 아니라 시장 소재지국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매출발생국에 과세권 배분 (Pillar 1)  [기획재정부 제공]
매출발생국에 과세권 배분 (Pillar 1) [기획재정부 제공]

앞으로는 글로벌 다국적 대기업들이 실제로 서비스를 공급하고 이윤을 창출하는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과세권을 배분하겠다는 취지다.

합의안은 연간 기준 연결매출액 200억유로(27조원), 이익률 10% 기준을 충족하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 100여곳으로 과세 대상을 정했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이익 중 통상이익률 10%를 넘는 초과이익의 20∼30%에 해당하는 이익에 대해 시장소재국들에 과세권을 준다.

A 기업의 이익률이 15%라고 가정할 경우 기준치를 웃도는 초과이익 5%분의 20~30%를 시장소재국들이 배분지표에 따라 나눠 과세하는 방식이다.

단, 채굴업과 규제 대상 금융업 등 일부 업종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과세권 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의무적·강제적 분쟁 해결 절차를 진행한다.

대신 유럽 국가들이 도입하거나 도입하려는 디지털서비스세 등 유사한 과세는 폐지해야 한다.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Pillar 2)  [기획재정부 제공]

필라2는 연결매출액이 7억5000만유로(1조1000억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에 대한 최소 15% 이상의 글로벌 최저한세율 도입을 골자로 한다.

기업이 자국에 본사를 두고 세율이 낮은 다른 나라에 자회사를 두어 조세 부담을 회피하는 경우 자국에서 추가로 세금을 걷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최저한세율이 15%고 저세율 국가의 실효세율 부담이 10%라면 미달 세액인 5%만큼을 본사(최종 모회사)가 있는 자국에서 추가로 과세하는 식이다.

단, 급여비용 등 실질 사업활동 지표의 일정부분은 과세 대상에서 빼주기로 했다.

정부기관이나 국제기구, 비영리기구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울러 국제 해운 소득의 경우 업계 특성을 고려해 아예 필라2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최저한세율 도입에 나서면서 디지털세 과세에 대한 국제사회 합의가 빨라졌다.

디지털세 부과안은 오는 10월 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합의를 거쳐 시행된다. 필라1의 경우 2022년 서명을 거쳐 2023년 발효를 목표로 하며, 필라2 역시 각국 법제화 작업 후 2023년 시행을 목표로 한다.

◈ 디지털세 도입에 산업계 '촉각'…"세금 증가 등 영향은 작을 것"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디지털세 초안에 따르면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세 대상이 될 전망이다.

산업계는 "최종안(세율)이 확정돼야 득실을 따져볼 수 있다"면서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높은 편이어서 기업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유럽, 중국 등 200여 곳, SK하이닉스는 중국·유럽 등 30여 곳에 판매·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두 기업이 모두 국내에 납부하던 법인세 가운데 일부를 매출과 이익이 발생한 해외 국가에 납부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납부한 법인세는 총 4조8000억원, SK하이닉스는 1조4000억원 규모다.

업계는 디지털세가 도입되더라도 국내에서 내던 법인세 일부를 해외 국가에 내는 것이어서 우리나라 국가 세수에 영향은 예상되지만 기업이 받는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해당 국가에 납부해야 할 세율과 국내 법인세율 차이에 따라 납부해야 할 세금 총액이 늘거나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연간 27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서 10%가 넘는 영업이익율을 거두는 다국적 기업은 국내에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정도로 한정될 것"이라며 "세금을 추가로 내는 것이 아니라 분산(스프레드)하는 개념이어서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일단 디지털세 최종안을 봐가며 필요시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OECD의 디지털세 과세 대상이 당초 취지보다 늘어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디지털세는 당초 디지털서비스 기업의 조세회피 방지 목적을 위해 논의가 시작된 것인데, 합의 추진안은 사실상 모든 업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조세 회피 행위와 무관한 정상적인 기업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추 실장은 "글로벌 최저한세 역시 국가 간 건전한 조세 경쟁을 제한하는 것으로 기업 투자활동의 저해 우려가 있다"며 "조세회피행위 방지를 위한 보조 수단으로만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앞서 매출액 200억달러 이상 전 업종에 디지털세가 부과되면 연간 국내 법인세수의 8.5%인 4조7000억원이 디지털세의 영향권에 들어 해외로 일부 유출될 수 있다면서 디지털세 대상을 매출액 200억 달러 이상 디지털서비스업종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OECD에 건의한 바 있다.

송승혁 대한상공회의소 조세정책팀장은 "한국경제는 IT 수출비중이 높고, 주력 산업인 반도체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이 더 크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 순세수의 감소가 우려된다"면서 "글로벌 최저세율이 설정되면 전세계적으로 법인세율이 높아져 우리 기업들의 세부담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경제계가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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