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불황 벗어난 조선업… 슈퍼사이클 오나 ]
친환경·고부가 선박기술 강점
운임 상승도 빅3 호조세 한몫
중소조선사는 여전히 경영난
“대형사 쏠린 정부지원 개선을”

금융위기 직후인 2009. 한국 경제를 이끌어오던 조선업이 침체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5월과 6월 두달 연속 중국을 따돌리고 전 세계 선박 수주량 1위 국가로 다시 올라서면서 화려하게 부활의 신호탄을 쏟아 올렸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 빅3 뿐 아니라, 중견조선사들의 수주량도 급등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의 누적 수주량은 1047CGT로 중국의 1059CGT보다 12CGT 뒤처져있다. 하지만 이 차이는 15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 정도에 불과하다. 클락슨리서치는 한국이 올해 하반기에 중국을 추월한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중견조선사 “2년반치 물량 확보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빅3의 올해 6월말까지 누적 수주는 252억달러다. 이미 올해 수주 목표(317억달러)79.4%를 달성했다. 지난해 수주량(205)은 이미 넘어섰다.

또한, 수주량이 26개월치에 달해 2023년 말까지는 수주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년치 이상의 넉넉한 물량을 확보한 것은 20161분기 이후 5년만이다.

덩달아 중견 조선사도 웃는 분위기다. STX조선해양은 상반기에 이미 연간 수주 목표(18)를 넘겨버렸다. 대선조선도 올 상반기에만 4억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액인 3억달러는 진작에 넘겼다. 대한조선도 연간 목표(14)를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한국 조선 회사에 발주 물량이 증가한 이유가 뭘까? 크게 2가지 이유다. 코로나19에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유례없는 해운업 호황으로 선박 수요가 대폭 늘어났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해지면서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던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한국 경제를 이끌어오던 조선업이 침체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5월과 6월 두달 연속 중국을 따돌리고 전 세계 선박 수주량 1위 국가로 다시 올라서면서 화려하게 부활의 신호탄을 쏟아 올렸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한국 경제를 이끌어오던 조선업이 침체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5월과 6월 두달 연속 중국을 따돌리고 전 세계 선박 수주량 1위 국가로 다시 올라서면서 화려하게 부활의 신호탄을 쏟아 올렸다.

전세계가 탄소배출을 감축하고자 움직이는 가운데, 2008년 국제해사기구(IMO)2050년까지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70%,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에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연간 2%씩 탄소 감축안을 채택했다.

또한, 탄소집약도(CII) 5등급제(A~E)2023년부터 도입해, D등급을 3년 연속 받거나 E등급을 한번이라도 받으면 연비 개선계획을 제출해야하며, 이후에도 연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국제사회의 친환경움직임 덕분에 LNG 연료 추진선 같은 친환경 선박의 수요가 증가했고, 친환경 선박 제조 기술이 훌륭한 한국의 조선사들이 수혜를 입었다는 분석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LNG선 발주량의 94% 143CGT를 한국 조선업체가 수주할 정도로, 한국 업체가 독점하고 있다.

12년만에 불황에서 벗어난 만큼 슈퍼사이클 초입이라는 의견들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슈퍼사이클은 장기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대호황기를 뜻한다. 보통 조선업의 사이클은 7~8년 주기로 온다.

이는 조선업계 특유의 헤비테일(Heavy-Tail) 계약 방식때문에 그렇다. 선박제작 기간을 5단계로 나누고, 조선사가 선박을 완성해 선주에게 인도할 때 쯤 결제대금의 60%를 받는 계약방식이다. 선박 1대당 수백억에서 수천억이 들지만 대금의 60%을 받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기에 조선업계와 금융업은 한 몸처럼 움직였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중형 조선사들은 폐업의 길로 들어가게 되고, 조선업도 긴 불황기를 겪게 된다. 1990년대부터 조선업의 왕좌를 지켜오던 한국도 이시기에 중국에게 1위 자리를 내준다.

하지만 조선업에도 친환경 패러다임의 바람이 불고 있고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서 선박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친환경과 관련해 제조 기술력이 좋은 한국이 다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시기가 왔다.

대기업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이랑 경쟁하면서 물량을 채우기 위한 저가수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라며 “2년반치 물량을 확보하면서 더 이상 발주사에 끌려다니지 않아도 되는게 큰 차이라고 말했다.

 

중소조선사 호황? 남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일부 대기업을 비롯한 소수의 호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태 한국중소조선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상반기에 실적을 다 채웠다는 등 슈퍼사이클 운운은 대형선박과 유조선을 만드는 일부 대기업의 이야기라며 소형선박을 만드는 중소조선사들은 전혀 체감하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대형조선사는 몇조단위로 적극 지원하지만, 중소조선사에게는 몇십억 단위의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도 소극적이어서 중소조선사들은 여전히 경영상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외 조선업계들이 저가 경쟁을 벌이면서 중소조선업체들의 납품단가가 실제보다 많이 낮아진것도 영향을 끼쳤다.

중소기업중앙회가 621일 발표한 중소 조선업종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업체의 82.7%가 중소 조선업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납품 단가 현실화 지원 방안 수립 및 활성화를 꼽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응답 중소 조선업체의 58.7%는 공급 원가(재료비·노무비·경비 등) 상승 시에 납품 단가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27.8%국내외 선박 저가 수주 경쟁 심화를 꼽았다. 발주처의 과당경쟁 유도’(24.4%), ‘관급 선박 최저가낙찰제에 따른 과당 경쟁’(19.3%)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선박 원자재 중 하나인 후판 가격이 최근 톤(t)당 지난해 말보다 77%나 오른 115만원에 거래되지만, 선박값은 10.5%만 올랐다. 이에, 삼성중공업 등 빅3 조선사들도 3000억원에서 8960억원의 공사손실충담금을 올 2분기 실적에 반영해 발표했다. 공사손실충당금이란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을 실적에 선반영하는 것이다. 대기업인 빅3 조선사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소조선업계는 참담한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달 1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됐다. 614일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의 등 5개 경제단체는 공동 성명에서 뿌리·조선업종 44%는 주 52시간제 준비 안 됐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폐업을 고려하는 중소조선사의 대표들도 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국내 조선산업의 사상 최대 수주실적에도 불구하고, 중소 조선업계는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손실확대 등으로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중소기업의 수익을 악화시키는 최저가낙찰제 유도 조항 개선과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비롯해 RG 활성화 등 중소 조선업계의 경쟁력을 높일 지원책 마련도 조속히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GT : 선종 및 선형의 난이도에 따라 건조시의 공사량을 동일 지표로 평가하기 위한 방법으로 총톤수에 환산계수를 곱해 산출된 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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