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상생협력법 일부개정법률 국무회의 의결

#1. S 중소기업은 H 조선사에 피스톤과 실린더를 개발해 납품하는 거래를 해오던 중 2012년부터 2016년까지 H 조선사로부터 기술자료 요구 및 독촉을 받고 제조공정도, 작업표준서 등 자료를 제공. H 조선사는 S중소기업의 기술자료를 타업체로 유출했고, 그 후 단가인하를 강요하고 물량을 줄이다가 발주를 중단 (H 조선사의 기술탈취 사례)

☞ 공정위 신고 후 H 조선사는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나 행정소송을 제기, S 중소기업은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

#2. B 중소기업은 자동차 페인트 도장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질의 악취를 미생물을 이용해 정화시키는 기술을 보유하면서 H 자동차와 14년간 거래를 해오던 중 H 자동차의 요구로 8차례 이메일 등의 방법으로 기술자료를 제공. H 자동차는 자사와 산학과제 계약을 체결한 K국립대에 기술자료를 무단으로 제공하고 유사 특허를 등록해 다른 협력업체에 제공함으로써 단가를 절감  (H 자동차의 기술탈취 사례)

☞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위원회는 H 자동차에게 3억원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민사소송을 제기

중소벤처기업부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이 10일(화)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그간 정부는 중소기업 기술보호를 위해 여러 대책을 마련해 시행했으나 단편적인 법‧제도 개선에 머무르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 현장에서도 대기업이 납품업체인 중소기업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제공받은 기술자료를 이용해 납품업체를 이원화한 후, 기존에 납품하던 중소기업에게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거나 발주 자체를 중단하는 사례가 계속됐다.

중소기업 기술보호 수준 실태조사 결과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중소기업 기술보호 수준 실태조사 결과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이번 개정법률은 이러한 외부의 지적 등을 반영해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지난 ’18년 2월 12일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대책’에 반영된 법·제도개선을 뒷받침하는 의미가 있다.

◈ 기술자료를 제공할 경우 ‘비밀유지계약 체결 의무화’

해외 선진국에서는 기술자료 보호를 위한 비밀유지계약(NDA; Non-Disclosure Agreement) 체결이 문화로 정착되어 있으나 국내는 비밀유지계약이 문화로 정착되어 있지 않아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탈취에 취약했다.

이번 상생협력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에는 수탁기업과 위탁기업이 거래 과정에서 기술자료를 제공할 경우 비밀유지계약 체결을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이를 통해 국내 비밀유지계약 문화가 정착되고 기술탈취 예방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기부는 ‘표준비밀유지계약서’를 마련해 대‧중소기업에 제공하는 등 후속 조치를 통해 기업 현장에서 비밀유지계약이 원활히 체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 수탁기업의 입증책임 부담 완화 규정 마련

기술자료 유용행위 증거의 대부분은 위탁기업의 사업장에 존재하는 반면에 피해를 입은 수탁기업은 전문지식이나 경제적 여건이 열악해 위반행위를 입증하기 어려웠다. 

그 결과 기술탈취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수탁기업이 패소하거나 피해보상액이 낮게 산정되는 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이번 상생협력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에서는 기술자료 유용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수탁기업이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위탁기업의 위반사실을 구체적으로 주장하는 경우 이를 부정하는 위탁기업은 자기의 구체적 행위태양(행위의 여러 가지 형태나 범주, 행위에 대한 증거자료 등)를 제시하도록 함으로써 수탁기업의 입증책임 부담을 완화했다.

◈ 기술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3배 이내) 부과

기업 간 거래에서 고의·악의적인 기술자료의 부당한 사용 및 제공 행위 방지와 피해기업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을 위해 징벌과 억지가 필요한 상황으로 법률 개정을 통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은 시급한 논의 과제였다.

이미 하도급법,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등 유관 법률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도입되어 있으나 수탁·위탁거래에서 발생한 중소기업의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이번 상생협력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에는 수탁·위탁거래 관계에서 발생한 기술탈취 행위에 대해서도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신설됐다.

기술탈취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 입법 현황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기술탈취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 입법 현황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상생협력법'은 입법예고 등 하위법령 제·개정 절차를 거쳐 공포 후 6개월 후인 ‘22년 2월경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중기부는 △ 비밀유지계약 체결 문화의 조기 정착을 위해 법률상담, 표준계약서 보급 등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 협·단체와 함께 홍보·교육을 실시하는 등 제도의 정착 및 법률의 차질 없는 시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원영준 중소벤처기업부 기술혁신정책관은 “비밀유지계약 의무화, 구체적 행위태양 제시 의무 등을 도입하는 이번 상생협력법 일부개정법률안 공포를 계기로 중소기업 보유 기술에 대한 침해 가능성은 사전에 차단하고 소송절차에서도 중소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기술탈취 근절 대책을 점검하고 제도 시행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를 비롯한 중소기업계는 고질적인 대기업의 기술탈취 행위 근절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 20대 국회부터 중소기업계의 의견이 반영된 상생협력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번 21대 국회 들어서는 상생협력법 개정을 주도하고 개정안 발의 이후에는 국회 통과를 위해 정부·국회와 공조에 나섰다.

특히 지난 13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의 ‘중소기업인·소상공인 타운홀 미팅’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기술탈취 시 입증 책임을 분담하는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데 조속히 개정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림 서용남]
[그림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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