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근 2시간 30분간 배를 타고 달려 나가야만 닿을 수 있는 “우리 땅 독도”를 밟아보는 계기는 이번 여행에 큰 의미가 있다. 1년에 40일정도만 입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독도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에 ‘해신’에게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우리 땅 독도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은 그 짧은 시간에도 춤사위를 펼치고 풍물, 시낭송을 한다. 출발한다는 뱃고동 소리와 빨리 승선하라는 선장의 말에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서야만 한다. 섬을 한바퀴 유람하거나 돌아오는 내내 괭이갈매기 떼가 배웅을 하듯 뒤쫓아 온다. 갈매기 떼의 날갯짓이 멀어질 즈음 하염없이 멀어지는 독도 섬에 진한 향수가 그리움이 되어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울릉도에 도착한 다음날 찾아간 곳은 저동항에 있는 독도 관광해운(054-791-8111-2, http://dokdotour.com)회사다. 여행 전 미리 독도입도 신청서 제출서류(독도입도신청서 1부, 독도입도신청자명단 1부(단체의 경우)를 보냈지만 필히 확인부터 해야 할 일. 일반인이 아닌 학술연구조사 목적이나 행사는 구체적 계획서 첨부되어야 한다. 하지만 울릉군에 신고를 했더라도 기상여건 및 여객선 형편에 따라 입도 불가 또는 일정 변경될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 하늘에 운을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숙소에서 밤새 하늘을 쳐다본다. 별과 달이 총총한 하늘을 보면서 이대로만 밤이 샌다면 독도에 당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울릉도에 일단 도착했으니 독도 여행은 절반 이상 성공한 셈.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 336호로 지정된 독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울릉군에 입도 신청서를 낸 뒤 상륙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이젠 신청서만 내면 된다. 독도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선회관광의 경우 신청서도 필요 없다.

천연기념물 제336호 독도

다행히 날씨는 맑다. 전날 독도까지 갔지만 입도를 할 수 없었단다. 날씨가 화창하게 맑더라도 파도의 높이를 예상할 수 없는 일. 독도는 주위 파도가 3-5m를 넘으면 접안이 불가능하다. 파고가 높으면 그곳에 도착해도 멀리 바라보고 돌아올 수밖에 없는 현실.
독도관광해운의 삼봉호(106t)는 동도 물양장 접안을 목표로 하루 1-2회 출항한다. 삼봉호는 승선 인원이 210명, 요금은 3만7,500원. 매일 오전 7시 30분과 2시에 울릉도 저동에서 출발한다. 오전 7시 배에 오른다.
배 안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눈에 띈다.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들고 돌아다니는 취재진은 물론이고 머리에 끈을 동여맨 사람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를 틀어대는 사람들, 나이가 지긋한 연장층도 많다. 2시간 30분. 아니 그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 긴 뱃멀미도 마다하고 그동안 갈 수 없었던 독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한 눈에 읽어 내릴 수 있다.
정부가 하루 140명으로 입도인원을 제한하고 있어서 입도 예정일보다는 충분히 여유를 두고 예약을 해야 한다. 하루 2회 운항하면 한번에 70명만 입도할 수 있다. 왕복 5시간에 요금은 3만7500원. 독도의 동도 정상을 밟으려면 독도관광해운의 삼봉호 통째로 빌려야 한다. 용선료는 계절별로 600만-1000만원. 일반인들은 엄두도 낼 수 없는 가격이다.
배는 물을 가르며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섬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마음 급한 사람들은 차가운 바닷바람도 게으치 않으며 배 뒤켠에 터진 공간으로 나와 있다. 순간 일본 순시선을 만나기도 한다. 가뜩이나 신경 예민한 이 시점에서 그들에게 보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배가 섬에 도착해서도 입도를 할 수 있을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전날에도 입도를 하지 못하고 회항할 수밖에 없었다는 직원의 말을 들으며 ‘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도 만족’이라고 위안한다. 섬에서의 여유 시간은 단 30분. 섬에 닿으면서 입구는 아수라장이 된다. 승선권에 붉은 색 매직으로 쓰인 ‘입도’권을 갖고 있는 70명에 한해서만 땅을 밟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입도권을 얻지 못한 승객들은 부러운 시선으로 배 안에서 멀뚱히 그들을 지켜봐야 한다.
배가 상륙할 수 있는 동도 선착장. 섬에 상륙해서 사진을 찍는 사람은 물론이고 춤사위를 벌이는 춤꾼도 만난다. 입구만 배회할 수밖에 없다.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해안경이 막고 있기 때문이다.
섬 위로 눈길을 돌린다. 줄사다리처럼 만들어 놓은 길 군데 군데 해경이 눈에 띄고 더 이상의 시선을 옮길 수 없다. 자그마한 바위섬이라 생각했지만 가까이 보니 꽤 높다. 무수하게 많은 괭이갈매기가 섬에 멈추어서 그동안 못 봤던 전경을 지켜보고 있는 듯하다. 기대 이상으로 아름답다. 왠지 모를 전율이 온 몸을 휘감아 오면서 애국심이 불끈 솟아오른다.

가슴을 뜨겁게 데우는 섬

울릉도에서 동남쪽 약 90km 로 경북 울진과 가장 가깝다. 약 125km(120해리) 한편 우리나라 동해안에서의 최단거리는 울진군 죽변에서 동쪽으로 217㎞로 한국의 섬 가운데 본토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섬으로 한국 영토의 동쪽 끝이다. 460만년전 화산폭발로 솟아오른 독도는 두개의 큰 섬 ‘서도’와 ‘동도’로 이뤄졌다. 울릉도, 제주도보다 먼저 형성된 화산암이다. 주위에는 78개의 크고 작은 돌섬과 암초가 둘러싸고 있다. 해발 165.8m의 서도는 아직까지는 여행객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다. 바다제비, 슴새, 괭이갈매기, 흑비둘기 등 60여종의 조류 서식처로 유명한 곳이다.
접안 시설인 물량대가 있는 해발 98.6m 동도는 독도경비대가 주둔하고 있고 헬기장과 등대도 있다. 동도에 내리면 유명한 삼형제바위, 탕건봉, 숫돌바위, 얼굴바위, 독립문바위 등 기암이 바닷가 주변을 장식하고 있다.
독도의 명칭은 일찍부터 기록에 오르내린 울릉도와 관련지어 살펴보아야 한다. 본토 유민들에 의해서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울릉도의 우산국이 신라에 귀속된 것은 6세기 초(512) 후였다. 이 사실은 삼국사기 신라본기 지증왕 13(512)년에 “6월에 우산국이 신라에 속했다”는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이후 울릉도라는 명칭이 정착됨에 따라 그 부속 도서인 독도로 우산이라는 명칭이 이동하게 되었다.

독도의 역사

조선 1432년 (세종 14)에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 강원도 울진현조에서도 “우산, 무릉 두 섬이 (울진)현 정동(正東) 바다 한가운데 있다”하여 동해상에 무릉과 우산의 두 섬이 있다는 것을 더욱 분명히 하였다. 1531년 (중종 26)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 강원도 울진현조에 “우산도, 울릉도가 현의 정동 바다 한가운데 있다”하여 세종실록지리지의 기록을 잇고 있다.
독도는 조선시대에는 삼봉도(三峰島), 우산도(于山島), 가지도(可支島)라고 불렀으며, 기인 1899년(광무 3)에 당시 중등과정 신식교육기관에서 활용됐던 “대한지지” 제1권에 삽입 돼 있는 지도 대한전도에는 울릉도 옆에 ‘于山’이라는 표기 강원도 울진현에 속해 있던 독도를 1900년 고종황제의 칙령 41조에 의해 독도를 울릉군의 한 부속도서로서 공식적으로 강원도에 편입하였다.
행정지명으로서 ‘독도’라는 이름은 1906년 울릉군수 심흥택에 의해서 처음 사용되었으며, 914년 행정 구역 개편으로 경상북도에 편입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獨島’로 표기되는 독도는 ‘외로운 섬’,‘홀로섬’이 아니라 ‘돌섬’이 초기 이주민인 전라도 남해안 출신 사람들에 의해 ‘독섬’으로 발음되면서 ‘獨島’로 표기가 되었다. 석도를 훈독하면 ‘독섬’ 또는 ‘돌섬’이 되는데 지금도 울릉도 주민들은 독도를 ‘독섬’ 혹은 ‘돌섬’으로 부르고 있다.
1981년 10월 14일 울릉도 주민 최종덕(작고)옹 최초 독도주민으로 등록했고 86년 7월 8일에는 울릉도 주민 조준기씨(현 강원도 동해거주) 등 가족 3명 전입했으며 91년도 11월에는 울릉도 주민 김성도, 김신열 부부 전입 이후 근래 들어 독도 호적 이전 국민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재는 독도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독도로 호적을 옮기고 있다.
독도주변해역이 풍성한 황금어장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승선 후에 섬 주변을 한바퀴 도는 도중에 어선 한 척을 만났다. 바다에서 늘상 보는 일이지만 독도 근해에서 보니 반갑기 그지없다. 멀리 정상부위를 지키고 있는 해경에 눈길을 보내는 순간 배는 울릉도를 향해 회항하고 있다. 아쉬운 듯 갈매기 떼가 배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새 생명이 피어나는 독도의 봄

독도 4월 하루의 봄을 보는 것이다. 독도의 봄은 괭이갈매기의 날갯짓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2월 하순부터 독도로 돌아온 괭이갈매기들은 동도 기슭의 풀밭 등에 옹기종이 모여 짝짓기를 시작한다. 만물이 생동하는 4월이면 독도 온 천지에 갈매기 알을 낳는다. 5월초부터 알들이 부화하면 독도는 새 생명의 울음소리와 수천의 갈매기들의 집단몸짓으로 다시 한번 새롭게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새끼 갈매기들이 자유스런 날갯짓을 펼치기 시작하는 초여름이 오면 동해, 삼척항등에서 출항한 오징어 배들의 밝은 집어등들이 독도의 밤을 밝히기 시작할 것이다.
돌아오는 길, 다소 피곤에 겨운 얼굴이지만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충만한 여행이겠는가. 울릉도에서 5박6일을 머무는 동안 필자가 떠난 이후로는 입도를 할 수 없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본인들이 자기 것인 양 이름표를 붙이며 생떼를 쓴다고 해도 그 땅은 엄연히 우리 땅이다. 지금도 눈에 선한 그 아름다운 섬이 눈앞에 아롱대고 있는 그곳으로 지금 떠날 채비를 차려보는 것은 어떨는지.

■참고:쾌속선인 한겨레호(445t, 정원 445명)도 매일 독도 선회관광을 한다. 오후 2시에 울릉도 도동항을 출항해 독도를 선회한 후 오후 5시30분에 도동항으로 되돌아온다(토요일은 선플라워호 출항). 요금은 일반석 3만7500원, 우등석 4만1500원.
■기타 여행전반에 관한 문의는 울릉군청 문화관광과:(054-790-6425, 6420 Fax:790-6399 메일:dokdo@ulleun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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