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충전금이 25000억원대에 육박할 만큼 소비자 실생활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감시·감독 체계나 관련 제도의 마련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제2머지포인트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9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인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에 따르면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자(선불업자)’가 보관하고 있는 선불충전금 잔액은 2014년 말 78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24000억원으로 208%가량 증가했다.

지속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8월 기준으로 25000억원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업체 수 역시 지난 3월 말 기준 65개사에서 이달 초 67곳까지 늘어났다.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9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인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9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인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불충전금은 카카오페이, 쿠팡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를 비롯한 선불업자에 돈을 미리 송금해 보관한 뒤 향후 대금 결제 등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예금 형태로 간편하게 활용되는 강점과 비대면 거래의 증가 속도를 발판삼아 시장 규모가 지속해서 성장하는 추세다.

논란이 된 머지포인트 역시 선불충전금 서비스 일종의 하나다. 가맹점 결제 20% 할인이라는 획기적인 마케팅 수법으로 인기를 끌며 20191월 서비스 시작 이후 1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현금성 선 충전 포인트인 머지머니1000억원 이상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머지포인트를 운영한 머지플러스가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3년여 동안 불법으로 전자금융업상 선불전자지급수단 영업을 지속하다 금융당국의 제지를 받자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축소하며 발생했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2개 업종 이상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하려면 전자금융업자에 등록한 뒤 사업체를 운영해야 한다. 그간 머지플러스는 단순 상품권 발행업체로만 신고한 채 편의점, 마트 등을 포함한 전국 2만개 제휴 가맹점에서 포인트를 사용해 현금 대신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머지플러스 측은 사업을 영위하는데 있어 절차적인 미숙함이 있었다서비스를 임시로 축소해 적법성을 갖춤과 동시에 전자금융업 등록절차를 빠르게 진행해 서비스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서비스 축소가 아닌 사실상 중단 상태라며 환불을 요청하고 나선 상태다. 서비스 업종을 음식점업 분류로 일원화해 축소 운영한다던 머지 측의 공지와 달리 이용 가능한 매장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머지 측은 순차적으로 환불을 진행하겠다는 입장 표명 외에 현재까지 진행된 환불 규모나 향후 진행 상황 등을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상당한 상태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감독대상으로 등록되지 않은 불법 업체인 만큼 사실상 소비자 피해와 관련해 금융당국에 책임소재를 직접 묻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등록업체라 하더라도 현행법 체계에서는 선불업자의 소비자 보호 의무 위반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은 정부가 변화하는 결제환경과 소비자 보호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재 선불전자지급 서비스 이용자들은 규제 사각지대 속 그 어느 곳에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발의된 전금법 개정안은 현재 가이드라인 수준의 충전금 외부 신탁과 지급보증보험 가입의무를 법률로 강화한 것이 골자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예탁금 외부 예치, 우선변제권, 외부청산 등의 안전장치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법률 개정의 필요성은 대다수가 공감하지만 개정안에서 지급결제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결제원을 금융위원회가 직접 감독하도록 했다는 점 탓에 9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국은행 측에서 지급결제 제도는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이라는 이유를 들며 금융위의 금결원 감독권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선불전자지급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전금법 개정안이 하루빨리 시행돼야 한다금융당국 역시 미등록 업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재발 방지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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