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서민교(대구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기존 틀 깨는 과감한 변화 시급
기준 미달시 세계시장서 도태
규모·업종별 차별화전략 필수
사회공헌 전담부서 조직 필요

서민교(대구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서민교(대구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파도가 무섭게 몰아치고 있다. ESG를 빼고는 경영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재계·학계·언론을 가리지 않고 ESG 열풍이 불고 있어서, 심지어 CEO‘Chief ESG officer’의 약어라고 할 정도다. 정부 및 감독당국에서도 하루 하루 ESG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이고, 대기업과 공기업들뿐만 아니라 기존에 ESG 활동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코스닥 및 중견기업들도 앞 다투어 ESG경영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면 갑작스러운 ESG의 확산에 대한 국내 기업의 대응역량은 얼마나 될까? 최근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선진국을 10점이라고 했을 때 대기업은 7, 중견기업은 5, 중소기업이 4점이라고 한다.

국민경제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에 비춰볼 때, 중소기업들의 ESG 경영 역량 강화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의 ESG 대응역량이 부족한 것은 무엇보다도 ESG가 중소기업과는 관련이 없다는 인식의 부재 때문이다. 또한 비록 그 중요성을 인지하더라도 친환경 설비 투자비용이나 전문 인력의 수준으로 볼 때 부담스럽다.

하지만, ESG의 거친 파도가 반드시 중소기업에게 위협요인만은 아니다. 중소기업에 지워지는 ESG 도입에 대한 부담은 역설적으로 중소기업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가 있다. ESG 준수에 대한 요구가 증대될수록 ESG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의 협력, 투자 유치 및 자본조달 측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일례로 공급망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LG전자나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대기업에서는 협력사 선정 시 제품 안전, 노동, 환경 등의 측면에서 협력사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평가해 이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기업과 거래에서 ESG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기업의 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다.

그러면, 중소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첫째,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의 특성상 의사결정의 전권을 쥐고 있는 오너 또는 최고경영자(CEO)ESG에 대한 인식제고와 더불어 기존사고의 틀을 깨는 과감한 변화의지가 요구된다. , ESG가 중소기업에도 피할 수 없는 당면과제일 뿐만 아니라 위험요인이자 또 다른 기회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국내 많은 중소기업들이 선진국에 수출을 하거나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거래를 하는 형태이다.

선진국의 ESG 제재 및 대기업의 ESG 활동 보고가 관계회사 및 협력사를 포함하고 있다. 그렇기에 조만간 선진국의 바이어나 대기업은 협력사나 관계회사인 중소기업이 ESG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거래관계를 철회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하는 날이 닥칠 것이다. 이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협력사 ESG 위험 관리를 실시한다고 선언했다. 특히, 고탄소배출 산업에 속한 중소기업에게 ESG는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상류(대기업)에 발생한 큰 홍수가 곧 하류(중소기업)로 밀려와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음을 예상하고 이에 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둘째, ESG 이슈가 워낙 방대하므로 기업의 규모나 업종, 처한 상황에 따른 선택과 집중의 차별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 자원 및 산업재 업종은 환경적 이슈(E), 제조 가치사슬 특성상 임직원 수가 많고 계약직 비율이 높은 경우 사회적 이슈(S)에 집중하고, 투자유치나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은 지배구조 고도화에 힘쓰는 등(G) 기업이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른 고민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경우 E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사업구조의 변경이나 대규모 전환비용이 유발될 수 있고, 오너 중심으로 경영되는 중소기업에게 전면적인 지배구조 개선(G)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실행부담이 적은 S부터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일 수가 있다.

셋째, 기업의 핵심 추구가치나 핵심역량과 연계한 사회공헌 활동이다. 예컨대 휴렛팩커드(HP)는 인도 지역의 낮은 전기보급률을 보고 태양열로 작동되는 프린터와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전기 인프라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디지털 카메라 사진사라는 신종직업도 탄생시켰다. HP는 사회공헌과 비즈니스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사내에 적절한 위상을 가진 전담부서를 조직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공헌이 불필요한 지출이 아닌 기업의 경제활동과 ESG경영에 도움되는 필수적인 경제활동으로 인식되도록 내부 직원 교육도 필요하다.

이제 중소기업도 ESG의 파도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왕 극복해야할 도전이라면 적극적으로 치고 나가 리스크를 줄이고 기회요인을 활용해야할 시점이다. 열악한 환경 타령을 하면서 외부지원에만 기대하기보다는 중소기업의 능동적이고도 선제적인 도전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