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전용품 중에 사람의 형상을 표현한 큰 기둥 모양의 풍선을 쉽게 볼 수 있다. 허수아비 같은 모습의 큰 풍선은 밑에서 바람이 부는 대로 흐느적거리면서 향방없이 끝없는 꼭두각시 춤을 추며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모습을 볼 때 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중소기업은 국가 경제의 근간이고 저력임을 모두가 확신하고 중소기업의 회생이 경제 회생의 열쇠임을 목청 높여 떠들면서도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속 빈 허수아비처럼 중심을 잃고 끝없이 나붓끼듯 춤추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은 끝없이 넘쳐 나오고 있다지만 정작 중소기업인에게 체감되는 지원은 아직도 얼어붙어 있다.

大·中企 양극화 가속

경기가 풀려가고 활성화돼간다지만 대기업 중심의 경기 활성화인 듯하고 중소기업에게는 부익부 빈익빈만 더욱 가속화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하다. 대기업의 하청을 받는 무수한 중소기업이 무리한 단가 인하 요구에 허덕이고 있음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메울 수 없는 거리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대기업에서 원료를 구매하는 한 중소기업은 모든 생산 일정을 대기업의 원료 생산 일정에 따라 끊임없이 조절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절망해야 했다. 이미 납기와 생산일정에 따라 원료 입고 날짜까지 약속이 돼도 대기업의 생산 스케쥴이 갑작스럽게 바뀌어 생산일정이 늦어지면 모든 생산 스케줄과 납기일까지 바꿔야 하는 너무나도 어이없는 상황 앞에서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여전히 걷돌고 있음을 실감했다.
몇 년 전 사상 최악의 폭설피해에 생산공장 전체가 붕괴돼 몇십억의 피해를 입어 큰 위기를 당했던 어느 중소기업 사장으로부터 당시 단 한푼의 정부 지원금도 받지 못해 부도 위기에 몰렸던 사실을 전해 듣고 무척 놀랐던 기억이 스쳐가면서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인에게 자생력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가 하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부익부 빈익빈의 골이 깊어 가면서 환경 대응력이 없고 약해져가는 중소기업은 거대해지고 비대해지는 대기업의 부속품화가 돼가는 듯 하고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 지원책도 기본적으로 일정 조건이 되고 자격이 되기 전에는 꿈꿀 수 없는 현실에 결정적인 산들이 복병처럼 기다리고 있다.
인력과 자금난, 환율, 원자재 수급차질, 기술개발리스크 어느 것 하나 긍정적이지 못한 중소기업의 현실에서 대기업의 무리한 단가 인하 등 중소기업이 떠 안아야 할 무게는 점점 가중되는지도 모른다.
어디에서도 중소기업을 위한 합리적인 부분을 찾기 어려운 듯 하다. 하다 못해 중소기업들에게 부과되는 각종 세금에 대해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의 세금에 대해 설명을 구하면 담당 징수계 공무원들도 제도가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미안하다는 표현을 하지만 과연 미안하다는 말로 설명이 될 수 있는지.

자연의 조화에서 배워야

이래저래 힘없는 중소기업은 속으로 피멍이 들어 왔고, 들어가고 있음은 더욱 뚜렷해 질 것 같다. 거기에 갈수록 심화되는 대기업과의 격차로 인한 경제적 불균형으로 우리 경제는 향방없이 춤추는 풍선의 모습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 땅의 어느 구석에서 아무도 모르게 피었다 지는 들풀의 생명이 무의미하게 보여질 수도 있으나 그 들풀의 끈질긴 생명력이 다른 거목의 생명과 성장의 원천이 되는 진리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수 없이 많은 중소기업의 열정과 생명력이 대기업의 근간이 되고,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원천임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중소기업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그 노력들이 뚜렷하게 열매 맺지 못함은 상생의 원리를 잊고 있어 그런지도 모른다.
수천년동안 밤낮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어도 아름다운 조화로 인간의 곁에서 묵묵히 존재하는 자연에게서 더불어 살아야 하고 조화롭게 살아야 하는 진리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 소 영
폴리프러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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