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부처 합동,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목표 설정
온라인 토론회를 통해 각계 의견수렴 후 10월 중 최종 확정
산업계, "현실 간과한 채 목표만 높여…생산차질·경쟁력 약화 불가피"

정부가 제시하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현행 2018년 대비 26.3% 감축에서 40% 감축으로 대폭 상향됐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와 관계부처는 이같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제시했다고 8일 밝혔다.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는 기후변화 파리협정에 따라 당사국이 스스로 발표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다.

이번 NDC 상향안은 기존보다 대폭 상향된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 감축'을 목표로 전환, 산업, 건물, 수송, 농축수산, 폐기물 등 부문별 감축량을 산정했다.

기존안은 2018년 대비 26.3% 감축이었다.

우리나라는 2018년을 온실가스 배출 정점을 찍은 해로 삼아 NDC 수립을 위한 기준연도로 활용하고 있다.

2015년 6월 최초로 2030 NDC를 수립한 후 국내외 감축 비율을 조정하고 목표 설정 방식을 '2030년 예상 배출량 대비 감축'에서 '2017년 배출량 대비 감축'으로 수정하는 등 변화가 있었으나 대대적인 목표 상향은 이번이 처음이다.

[2050탄소중립위원회 제공]

이는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따른 후속 조치로, 최근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의 입법 취지, 국제 동향 등을 고려해 감축목표를 설정했다고 정부는 밝혔다.

탄소중립기본법에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는 "기준연도에서 2030년까지의 연평균 감축률을 고려할 때 2018년 대비 40% 감축목표는 해외 국가들과 비교해 매우 도전적인 것으로, 이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감축목표 상향을 위해 전환ㆍ산업ㆍ건물ㆍ수송ㆍ농축수산 등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모든 부문에서의 감축 노력을 극대화했으며, 국내ㆍ외 감축 수단을 모두 활용하되, 국내 수단을 우선 적용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 [2050탄소중립위원회 제공]

우선,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가장 높은 전환ㆍ산업 부문은 석탄발전 축소,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술 개발 및 혁신을 통한 에너지 효율화, 연료 및 원료 전환 등의 감축 수단을 적용했다.

건물 부문은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청정에너지 이용확대, 수송 부문은 무공해차 보급 및 교통 수요관리 강화, 농축수산 부문은 저탄소 농수산업 확대, 폐기물 부문은 폐기물 감량‧재활용 확대 및 바이오 플라스틱 대체 등의 감축 수단을 적용했다.

또한, 온실가스 흡수 및 제거량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는 산림의 지속가능성 증진, 도시 숲, 연안습지 및 갯벌 등 신규 탄소흡수원 확보, 탄소 포집ㆍ저장ㆍ활용 기술(CCUS) 확산 등을 적용했다.

정부는 온라인 토론회 등을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11월에 계획된 제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 26)에서 우리나라의 NDC 상향안을 국제사회에 발표한다.

상향안은 12월 중 유엔에 최종 제출할 계획이다.

[2050탄소중립위원회 제공]
[2050탄소중립위원회 제공]

한편, 정부가 '40% 감축'으로 상향한 안을 제시하면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산업계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명시한 감축 하한인 35%조차도 부담이 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이번에는 아예 당초 정부 안보다 높은 목표치가 설정된 것이다.

정부 안에 따르면 NDC가 40%까지 높아질 경우 산업 부문에서는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약 3800만t(감축률 14.5%)의 탄소를 줄여야 한다.

NDC를 26.3%로 정한 기존 안에서는 감축량이 1670만t, 감축률은 6.4%였다. 감축 의무가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제조업 중심인 우리나라 산업 구조와 현재 기업들의 기술 수준, 산업 경쟁력 등을 고려하면 이는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한 일방적 목표라는 게 산업계의 입장이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28.4%로, 유럽연합(16.4%)이나 미국(11.0%)보다 월등히 높다.

그럼에도 우리와 달리 영국·프랑스(60년·1990∼2050년), 독일(55년·1990∼2045년) 등 선진국은 훨씬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 이행 중이다. NDC를 두고 '과속' 논란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철강업만 보더라도 현실과 NDC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2019년 기준 국내 철강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억1700만t으로 국가 전체 배출량의 16.7%, 산업 부문의 30%를 차지한다.

문제는 국내 철강사들이 대부분 에너지 효율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린 상태여서 현재 생산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유일한 대안인 수소환원제철 공법은 2040년이나 돼야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요 비용도 30조∼40조원에 달해 기업에 부담이 크다.

결국 철강업계가 현 상황에서 2030년 NDC를 지키려면 생산 규모를 줄이거나 향후 배출권 거래제와 NDC가 연동될 경우 막대한 비용을 들여 배출권을 사들여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수단 중 하나인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도 당장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부분 기초연구 수준에 머물러 상용화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자동차·건설·가전·섬유 등 전·후방산업과의 연관성이 높아 온실가스 감축 여력을 넘어선 NDC를 설정할 경우 부작용이 여러 산업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도체업계도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운 상황이다. 1997년부터 세계반도체협의회(WSC)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따라 탄소배출 감축 설비와 장비를 도입해 온 터라 추가적인 감축 잠재량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 유지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 업계의 대규모 투자를 고려하면 2030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자동차 부품업계의 우려도 크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2030년 온실가스 24%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기차 누적 대수 364만대를 달성해야 할 것으로 추산해 왔는데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40%까지 높아지면 단순 계산으로 전기차 누적 대수가 606만대로 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결국 수입차 확대가 불가피하고, 이 경우 매출 감소와 근로자 대량 실직이 불가피하다는 게 부품업계의 주장이다.

조선업의 경우 불황기였던 2018년을 기준으로 NDC가 설정됐기 때문에 향후 건조량 증가로 인한 탄소배출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발전업계도 직격탄을 맞는다.

정부 안에 따라 전환(발전) 부문은 2030년까지 약 1억2000만t(감축률 44.4%)의 탄소를 줄여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에 따르면 이 경우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현재의 41.9%에서 21.8∼15.0%까지 낮춰야 한다. 또한 향후 10년간 9차 전력수급에서 제시된 석탄발전보다 15∼21기를 추가로 폐쇄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석탄발전 추가 폐지 없이 계절관리제와 석탄발전 상한제를 감축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거의 모든 발전소의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지면서 부실해지고 제약발전에 따른 상당한 지원금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