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유지보다 창출이 해법
중기업계선 전향적 도입 촉구
현행 지원금제는 소극적 대책
강원형 취직사회책임제 주목
김기문 회장, 모범사례로 소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여파로 숙박·음식업, 여행업 등 중소기업·소상공인 업종의 종사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중소기업의 고용창출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현행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는 한국형 PPP’(Paycheck Protection Program) 제도의 도입을 요청하는 중소기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의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 종사자는 지난 835000명 감소했다. 여행업 등 사업시설관리업도 12000명 줄었다.

이처럼 코로나19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업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고용창출 여력은 급속하게 낮아지고 있다. 결국 이들 기업이 휴·폐업에 들어가면 고용돼 있던 근로자들은 실업상태로 떨어지게 되는 것.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은 코로나19로 직접적으로 타격을 업종을 대상으로 근로자들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지원되고 있다.

 

휴업·휴직시에만 지급

고용유지지원금은 고용사정이 급격히 악화하거나 악화할 우려가 있는 업종을 대상으로 사업주의 고용유지조치와 실업자 생활안정·재취업 등을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사업주가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고 휴업·휴직을 하고 휴업수당을 지급하면 정부가 인건비를 최대 90%까지 지원한다.

고용유지지원금이 실직상태로 떨어지는 근로자들의 고용을 최대한 유지하고 해당업종의 기업체들의 고용여력의 유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코로나19로 고용유지에 어려움을 겪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3.3%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고용유지지원금 제도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행 제도상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려면 휴업이나 휴직을 반드시 실시해야 해 인력 활용이 제한되는 점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이 크다는 한계도 있다. 또 단순히 현행 고용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춘 소극적인 일자리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조사에서 고용유지지원금 제도 활용시 애로사항을 물었더니(복수응답)‘신청절차가 복잡’(41.2%)에 이어 인력 활용이 제한되고 적발 시 처벌이 엄격해서’(36.5%)라는 대답이 2위를 차지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이에 대해 지난달 9일 개최된 21차 일자리위원회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기간 중 최소한의 경영 유지를 위해 직원이 출근한 경우, 부정수급으로 처벌받고 적발 시 처벌 수준이 과도해 중소기업들이 신청을 기피하고 있다면서 고용유지지원금과 관련, 불가피하게 출근하거나 업무 지시가 있는 경우, 과도한 처벌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직접 문제를 제기한바 있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인력 활용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처벌은 장기화하는 위기를 극복하기 더욱 어렵게 만든다또 기업이 고용유지지원금 제도 활용을 기피하도록 만들어 고용 유지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기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계가 도입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 한국형 PPP 제도다. PPP 제도는 지난해 미국 연방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고용된 근로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대출 프로그램이다.

소상공인이 지역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을 만기 이전에 임금이나 임대료, 대출이자 등 운전자금으로 모두 사용하면 대출금의 일부 또는 전체를 탕감 받을 수 있다. 연방 중소기업청이 탕감된 액수만큼의 대출금을 지역은행에 다시 지불하는 방식이다.

중기중앙회가 제안한 한국형 PPP 제도는 미국의 제도에 고용 유지 및 신규 일자리 창출 인센티브를 보다 강화한 방안이다. 중소기업이 핵심 인력을 휴업·휴직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융자를 통해 인건비를 지원하되, 일정 기간 이상 고용을 유지하면 대출금을 감면하는 방식이다.

 

올해 신년인사회에서 본격 제안

중소기업계가 한국형 PPP를 본격적으로 제안한 것은 올해 초였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 1월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의 첫 번째 핵심 건의로 미국의 급여보호정책인 PPP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김 회장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게 인건비, 임대료 등을 무담보로 대출해 주고 고용을 유지하면 이를 탕감해 주는 PPP 도입이 필요하다고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에 건의했다.

이미 중기중앙회는 지난해 4월 정부의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된 고용유지자금 융자사업과 관련해 미국과 같이 고용유지하는 중소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전액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강원도가 실시하고 있는 강원형 취직 사회책임제의 성공적 안착은 한국형 PPP 제도의 도입을 주장해온 중소기업계는 물론 전문가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강원형 취직 사회적책임제는 중기중앙회의 한국형 PPP 제도 도입 주장에 주목한 강원도 최문순 지사가 도입한 제도다. 1단계로 정규직 채용 시 1인 당 100만원씩 1년 동안 지급하고, 2단계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2000억원 규모의 고용창출·유지자금을 조성해 1명 채용할 때마다 3000만원씩, 최대 15000만원까지 융자지원한다. 이후 고용창출·유지 자금 지원을 받는 기업이 3년간 고용을 유지할 경우에 융자금액의 30%를 인센티브로 지원한다.

강원도에 따르면 도내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실시한 이 이제도에 정규직 신규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도내 5인 이하 소기업·소상공인의 높은 관심이 반영돼 당초 목표인 1만명의 2배 가까운 6151개 기업 1700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김기문 회장도 지난 6월 개최된 일자리위원회에서 한국형 PPP라고 할 수 있는 강원도의 취직 사회책임제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김 회장은 정규직 채용시 월 100만원씩 1년 동안 지급하는 등의 강원형 모델이 실업문제도 해결하면서 고용창출을 확산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이라며 중기중앙회가 매년 각 시도지사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간담회 때마다 각 지역에 특화된 취직 사회책임제 시행을 요청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문 회장이 강원형 모델의 확산을 주장하는 데에는 정부의 노동정책이 실업대책이 아닌 고용정책으로 대전환해야 한다는 정책 신념에 기인한다. 이에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김 회장의 정책 아이디어를 적극 받아 들여 강원도의 일자리 대책으로 선보인 것이다.

최문순 지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도지사를 10년 가까이 하다 보니, 복지 차원에서 실업급여와 같은 지원금을 강화하는 것보다 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걸 깨달았다강원도의 경우는 3380억원의 실업 수당이 들어갔지만, 강원형 취직 사회책임제에는 1200억원이 투입돼 예산 절감 효과도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고용보험요율 인상 등 기업부담 늘어나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실업급여뿐 아니라 고용유지지원금 등의 지출도 대폭 늘어 내년 7월부터는 고용보험료가 0.2%포인트 인상된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이미 5.1% 올라 사회보험료가 오르지 않더라도 최소 5.1%는 자동 인상되는 구조였는데, 이번에 요율까지 오르면서 부담이 가중됐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내년에 사업주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근로자 1인당 인건비가 매월 최소 99000원이 넘어서게 된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근로자의 휴업이나 휴직 시에만 급여를 지급하는 소극적 방식의 고용유지지원금 제도가 아닌, 적극적 형태의 한국형 PPP 제도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꼭 필요한 핵심인력에 한해서는 휴업·휴직 여부와 관계없이 급여를 보장함으로써 위기 속에서 오히려 기회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역발상 전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소기업계는 줄곧 고용장려를 통해 실업을 예방해야 한다고 호소해왔다면서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고용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고용촉진을 위해 한국형 PPP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해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한국형 PPP 제도와 강원형 취직 사회책임제에 대해 일자리 유지를 넘어 신규 일자리 창출을 추구한다는 점이 기존 고용정책과 차별되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하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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