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요소수 대란 막아라]
요소 직격탄에 물류망 초비상
정부, 전반적 공급망 점검 착수

마그네슘 등 中 쏠림현상 심각
수입다변화 없이는 품귀 재연

재고 축적 등 전략물자화 필수
국내 생산시 세제 등 혜택줘야

위드 코로나시행으로 경기 반등을 바라던 우리 경제가 요소수라는 뜻밖의 장애물을 만났다. 디젤차가 대다수인 화물차 운행에 필수적인 요소수 품귀현상으로 물류망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코트라와 자동차·화학제조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최대 요소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매년 약 500만톤의 요소를 세계시장에 공급한다.

올해 1~9월 누계 기준으로 중국 요소 수출량 중 절반 가까이(47.5%)가 인도로 갔고, 두 번째로 많은 564000(14%)이 한국으로 수출됐다.

지난 9일 전북 익산시 실내체육관 앞에 요소수를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대기해 있다. 전북 익산시와 호남 유일의 요소수 생산업체인 아톤산업은 이날부터 지역민에게 요소수를 직접 판매하기로 했다.
지난 9일 전북 익산시 실내체육관 앞에 요소수를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대기해 있다. 전북 익산시와 호남 유일의 요소수 생산업체인 아톤산업은 이날부터 지역민에게 요소수를 직접 판매하기로 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중국에 요소수를 거의 전량을 의존한다는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기준 요소수의 원료인 산업용 요소는 97.6%가 중국산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호주와의 석탄 분쟁에 따른 자국 내 요소 생산 위축과 공급 차질로 인해 갑작스럽게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한국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요소는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추출해서 생산하는데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자국내 석탄이 부족해지자 사실상 요소 수출을 중단한 것이다.

과거에는 국내에서도 요소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있었으나, 석탄이나 천연가스가 나는 중국, 러시아 등 산지 국가들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요소 생산 업체들이 2013년 전후로 모두 없어졌다.

롯데정밀화학의 전신인 한국비료가 요소 생산 적자 끝에 2011년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업체가 다시 요소 생산에 뛰어들 수도 있긴 하지만, 중국 등에 비해 워낙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국이 디젤차 천국이라는 점도 이번 사태의 한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차량 약 2600만대 중 디젤차는 1000만대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이 적용된 디젤 차량은 약 400만대이며, 이 중 200만대는 화물차다.

2015년 국내 배기가스 배출 규제로 유로6이 적용된 이후 등록한 디젤차는 선택적 환원 촉매 장치(SCR)를 의무적으로 부착하고 있다. SCR은 미세먼지 주범인 질소산화물(NO)에 요소수를 분사해 질소와 물로 변화시키는 장치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가 디젤차를 클린디젤이라 부르며 보급 확산에 나서면서 디젤차는 빠르게 늘었다.

 

요소 수급난 조기해결 난망

정부는 중국발 요소 수급난을 계기로 핵심 관리 품목이 아닌 범용 수입 품목도 공급망 리스크가 있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중국의 이번 요소 수출 통제처럼 거래 대상 국가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수입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 업계와 함께 재고 축적 등과 같은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함이다.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내부적으로 범용 수입 품목에 대한 전반적인 공급망 점검에 착수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희토류 등 원래부터 집중적으로 관리해온 품목이 아닌 범용 수입 품목을 대상으로 공급망에 위기 조짐이 있는지 기초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입품이 1만여개가 넘어서 일괄적으로 조사할 수는 없고, 중요도에 따라 대략적으로 상황을 파악한 뒤 추가적인 대처가 필요하면 업계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품목은 사재기 등 불필요한 불안을 야기할 수 있어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요소 수급난의 조기 해결이 난망한 가운데 다른 수입품으로까지 공급 부족 사태가 번져 2의 요소 대란이 발생하는 일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년 전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 반도체 3대 핵심 소재에 대해서는 국산화 등을 통해 공급망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산업적 수요가 커 글로벌 확보 경쟁이 치열한 희토류 등 희소금속도 총 35종을 선정해 공급망을 집중 관리 중이다. 그러나 소규모 수입업자들이 가격에 맞춰 자체적으로 수입해온 요소 등과 같은 범용 품목은 평상시 공급망 관리를 하기가 어려웠다. 요소 부족 사태도 이런 이유로 정부의 초동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수입의존도 지나치게 높아

외신에 따르면 중국이 전력난과 탄소배출 규제로 마그네슘 생산을 줄이자 마그네슘 가격은 올해 7월 중순 톤당 19000위안(352만원)에서 9월 한때 7만위안(1297만원)까지 치솟았다.

마그네슘은 가볍고 단단해 자동차, 스마트폰, 배터리 등의 소재로 주로 쓰인다. 특히 자동차 부품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합금 생산을 위한 필수 원료다.

알루미늄 가격 역시 중국 정부의 생산 통제로 인해 지난달 기준 톤당 3000달러(356만원)를 기록하며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지다.

건설현장과 생활용품에 널리 쓰이는 실리콘도 불안하다. 중국 내 감산이 이뤄지면서 실리콘 원료인 메탈실리콘의 가격은 8월 초 17000위안(315만원)에서 지난달 61000위안(1130만원)까지 올랐다.

이들 원자재 가격은 이달 들어 조금씩 하락하고 있으나 중국 전력난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만큼 또다시 가격이 요동치고 품귀 현상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필수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이러한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이 수입한 품목 12586개 중 3941(31.3%)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80% 이상이었다. 특히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율이 80% 이상인 품목은 1850개로 미국(503), 일본(438)보다 쏠림 현상이 심했다.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로 수입선이 막힐 경우 대체선 확보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마그네슘(마그네슘잉곳)100%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기기 및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산화텅스텐은 94.7%, 전자제품의 경량화에 활용되는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86.2%,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수산화리튬은 83.5%의 대 중국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김경훈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요소처럼 첨단기술 영역이 아니더라도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평상시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부처 한 곳이 전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국가 차원의 콘트롤타워 구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 국가에 70% 이상 의존하는 품목의 경우 수입을 다변화하거나 재고 물량을 늘리는 등 전략물자화해야 한다면서 채산성이 낮아 국내 생산을 안 할 경우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해 생산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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