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한국경제가 위기냐 아니냐 하는 논쟁이 계속되고, 행담도사업, 부동산투기 대책, 중소기업 대출비율 변경, 소상공인자격제 거론 등 조정부실로 인한 문제들 때문에 어수선했다. 위기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평소부터 위기예방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조정부실 문제는 프로세스 개혁으로 해결해야 한다. 사람만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다.
쓰레기 재활용 문제와 주거지 불법주차 문제는 생활주변에서 볼 수 있는 조정부실의 좋은 예이다.

조정기술이 아쉽다
금년초 각급 지자체에서는 음식쓰레기와 일반쓰레기의 분리기준을 게시하는 등 주민들의 협조를 구한 바 있는데, 어떤 지역은 가축이 씹을 수 없는 큰 생선뼈와 양파 겉껍질을 제외하라고 하며 어떤 지역은 모든 생선뼈와 양파껍질을 음식쓰레기에 넣어도 된다고 한다. 분류기준이 이렇게 오락가락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쓰레기 수거 후의 처리과정 즉 프로세스가 지역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청은 이러한 내막을 주민들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주민들이 알아야 협조할 것이 아닌가. 도쿄 시내에는 재활용품 생산공장들이 많이 있다. 시내에 이런 공장이 들어서도 시민들은 반대데모를 하지 않는다. 쓰레기 수거회사, 처리시설, 재활용품 생산공장, 매립장, 가정, 관청, 모두가 잘 짜여진 거대한 프로세스의 일부로 참여하고 그 내용을 투명하게 알기 때문이다.
불법주차 문제도 심각하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는 길 양옆에 주차 차량이 가득차 있기 때문에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이런 도시가 어떻게 국제도시라고 할 수 있는가. 공단지역도 마찬가지이다. 이면도로가 대부분 외부차량 장기불법주차 때문에 막혀서 공장에 드나드는 자재운반 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등 중소기업 생산현장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중소기업을 위한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의심스럽다. 도쿄 시내에는 불법주차한 차량이 거의 없다. 어째서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 공간문제 때문이라는 말은 핑계일 뿐이다. 지혜로운 조정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재테크, 경제지표관리, 그런 것은 정부가 걱정하지 않아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정부는 현대경제의 4대 패러다임인 경쟁, 협력, 조정, 협업 각각에 적합한 조정체제를 재조정해야 한다.
프로세스가 단순한가 복잡한가, 업무가 전략적인가 일상적인가를 구분해 4대 패러다임을 식별하고 상황에 따라 프로세스와 접근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수요-공급-가격관계 등 초보적 경제법칙은 시장경쟁(또는 가격협상)에서는 유효하나 전혀 다른 패러다임인 협력, 조정, 협업의 경우에는 효과적이지 못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모든 문제를 초보적 경제논리인 재정과 조세로 대응하거나 인맥구조로 대응하고 있어 안타깝다. 문제를 보는 시각과 해법(즉 패러다임)의 다변화가 시급히 요구된다.

정부 리더십 회복 시급
조정은 기술인 동시에 과학이다. 자원의 공동사용에 대한 조정, 선후관계에 대한 조정, 분업결과의 종합을 위한 조정 등 여러 가지 조정상황이 있으며, 기술규격에 의한 조정, 프로토콜에 의한 조정, 프로세스 표준에 의한 조정, 규범과 문화에 의한 조정 등 많은 조정 메커니즘이 있다.
첫째, 조정기능을 알고 스마트하게 추진·관리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스마트’하다는 말은 대중영합적 인기몰이와는 전혀 다른 단어이다. 복잡한 일상적 문제에 대한 조정체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간명하게 처리한다는 뜻이다.
둘째, 정부는 생활의 질 향상을 위한 비전과 가치창출 면에서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 예컨대 재활용 생산시설을 대폭 늘리고, 구멍난 민생치안을 보강하고, 이면도로 주차시설 문제를 해결하는 등 정부가 나선다면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창업이 늘고 많은 실업자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일석이조가 아닌가.

이 재 관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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