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은 근래 들어 부쩍 매스컴의 각광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것은 그가 세운 ‘황의 법칙’이 그동안 컴퓨터 세계를 지배하던 ‘무어의 법칙’을 대신할 대체 법칙으로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02년, 메모리 집적도가 2년에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한물 간 것이고 이제는 1년에 2배로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을 주창했는데 직접 삼성전자의 기술력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업의 성공에는 선견지명과 운이 따라야 하는 법이다. 황창규가 오늘날 ‘황의 법칙’을 세우고 ‘미스터 반도체’란 닉네임을 가질 정도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게 된 데는 천재적 엔지니어로서의 선견지명이 있었고 운이 따라 주었기 때문이다.
1998년이 저물어갈 무렵의 일이다.
황창규는 매주 월요일마다 열리는 삼성전자 경영위원회에서 “낸드(NAND) 플래시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을 몇 주째 펴고 있었다.
플래시메모리는 전원이 끊겨도 데이터를 보존하는 롬의 장점과 정보의 입출력이 자유로운 램의 장점을 모두 지니고 있어서 쓰임새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반도체였지만 개발 초기 단계에 있었기 때문에 삼성 수뇌부는 물론 구조조정본부도 황 사장이 주장하는 새로운 낸드 방식에 대한 시장 향방을 점치기 어려워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황 사장은 속이 탔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중에 일본 도시바가 낸드 플래시메모리 사업 합작을 삼성에 제의했다. 당시 일본 반도체 업계는 혹독한 불황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도시바는 D램 사업을 정리하면서 낸드 플래시메모리 사업에 승부수를 걸기 위해서 삼성 측에 극비 제안을 해온 것이다.
그때 황창규는 단호하게 독자 개발을 주장했다.
“낸드 플래시는 저희 회사가 수종사업으로 키워온 핵심 프로젝트입니다.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도시바에 비해 기술 수준이 조금 뒤지지만 수년 안에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다행히 삼성 이건희 회장은 황 사장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그리해 도시바의 제의는 정중히 거절됐다.
천재적 엔지니어와 선견력을 가진 오너의 결단이 훗날 반도체의 역사를 바꾸어 놓는 순간이었다. 그때 그러한 결단이 없었다면 낸드 플래시메모리 사업은 도시바의 그늘에 가려 몇 년은 후퇴했을 것이다.
그 후 삼성은 도시바의 견제를 완전히 따돌리면서 낸드 플래시 분야에서 우월한 입지를 확보해 나갔다.
황 사장은 낸드 플래시메모리 개발에 진력해 2002년 마침내 1기가 메모리 개발에 성공하면서 황의 법칙’을 발표했고, 2004년 8기가 낸드 플래시의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삼성은 황의 법칙을 5년째 입증해 보였다.
삼성은 1999년 256메가비트(Mb)에서 2000년 512메가, 2002년 2기가, 2003년 4기가에 이어 8기가를 개발해낸 것이다. 삼성은 2004년 낸드 플래시의 세계 시장 점유율 65%를 달성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월드베스트 제품을 만들어냈다.
2004년 삼성반도체는 매출 18조2,200억원, 영업 이익 7조4,800억원으로 41%라는 기록적인 영업 이익률을 달성했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이익의 62%를 차지하는 경이로운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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