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연초부터 몰아치는 반(反)기업 악법
주 52시간제·최저임금 폭등에 벼랑끝 몰린 中企
경영악법 줄폭탄에 업계선 “코로나보다 무섭다”

노조 쪽으로 ‘더 기울어진 운동장’노사 갈등 뇌관
김기문 회장 “고용 없는 노동 있을 수 없다” 지적

노동이사제 시행령에서 ‘민간기업 예외’ 규정해야
27일 시행하는 중대재해법… 입법 보완 등 손질 시급

코로나 위기극복과 대전환 시대를 맞이한 중대한 시점에 중소기업계가 생존을 위협하는 경영 4중고(重苦)’ 파고에 휘청거리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지난해 7월부터 시행중인 50인 미만 사업장의 52시간 근로제와 최근 4년 동안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폭탄으로 이미 활력이 꺾여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쓰나미처럼 몰아치는 ()기업 경영악법에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시계제로에 빠졌다는 점이다. 지난 11일 국회를 통과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와 오는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때문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을 덮친 주52시간·최저임금·노동이사제·중대재해처벌법 등 경영 4중고는 재도약에 찬물을 끼얹는 최대 악재가 됐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지난 2년 코로나19 보다 더 무서운 것이 해마다 쏟아지는 경영악법이라며 정부와 국회를 성토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밝혔던 기업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론과는 전혀 대비되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3일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정부는 기업의 과감한 도전과 혁신에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이라며 정부와 민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긴밀한 협력 속에 산업별 K-전략을 가속화하자고 강조했지만 경제계에서는 연이은 경영 4중고 폭탄에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이사회가 투쟁의 장변질될 것

지난 11일 경제계와 학계에서 강력 반대해온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결국 국회를 통과했다. 시행은 법 공포일로부터 6개월 뒤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의결권을 가지고 이사회에 참여하는 제도다.

경제계가 공공기관에 적용하는 노동이사제의 국회 통과를 우려하는 것은 다름 아닌 노동이사제가 갖고 있는 반기업적 영향 탓이다.

한국은 대부분 노조가 상급단체에 가입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같이 활동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부문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이 입법화되면서 민간기업까지 확대되는 건 시간의 문제가 될 공산이 커졌다.특히나 한국은 대립적이고 투쟁적인 노사관계로 유명하다. 만약에 노동이사제가 공공기관을 넘어 민간기업까지 확산된다면 경영이사회는 투쟁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또한 이사회가 단체교섭의 연장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한국은 노사관계에 있어 사용자 측에 무거운 짐을 지게하는 불균형이 심각하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용자 형사처벌과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 전면 금지등 전 세계적으로 살펴봐도 보기 드문 반기업 경영악법이 난무하고 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이번 정부에선 사용자에 대한 대항권 보장 등의 관련 법 개정은 언제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노조에만 힘을 실어주는 입법만 연달아 통과되고 있다노조가 기업의 경영 전반에 개입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이상 노조 쪽으로 더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노동이사제가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국 경제경영학과 교수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8.5%노조 측으로 힘의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노동이사제가 또 다른 노사 갈등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20일 노동이사제 입법화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국회를 긴급 방문해 입법 중단 건의를 한 이유도 이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예견됐기 때문이다.

이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김기문 회장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까지는 기업이 반대할 수 없지만 사실 이게 민간기업으로 넘어오게 되고 이때 우리나라의 기업 경쟁력이 어떻게 될지 심히 우려된다이를 민간기업에는 적용하지 않겠다는 여야간 합의를 통해 기업들이 안심하고 기업을 할 수 있는 사항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송영길 대표는 민간에서 걱정하지 않도록 공공부문에 한정해서 추진하는 것으로 적극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노동이사제 입법 통과 과정에서 민간부문 제외조항을 삽입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추후 시행령 등 적용 과정에서 재계의 우려를 반영해 민간기업의 노동이사제 예외가 명문화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업계 준비 안돼중대재해법 보완시급

노동이사제 이외에도 오는 27일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은 연초부터 기업 경영을 옥죄는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단 한 번의 사망사고로 최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며, 법인벌금(50억원 이하)과 영업중단 등 행정조치도 가능한 ‘4중 처벌법이다.

최근 중기중앙회가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인 이상 중소 제조업체의 53.7%중대재해처벌법 의무사항을 준수하기 어렵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법 시행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중소기업 현장에선 여전히 법 내용을 명확히 이해하기 어렵고 경영여건 악화 등으로 별도의 안전관리 비용 지출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될 경우 중소기업계는 극심한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중소기업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사업주가 지켜야 할 의무 규정들이다. 의무사항이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하는데 현재 시행령 상의 의무 규정이 난해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에서 봉제기계를 생산하는 A대표는 산업안전보건법상만으로도 지켜야할 의무조항이 1000개가 넘는 걸로 아는데(실제 1222), 중소기업은 전담인력 조차 없다이를 감안해서라도 중대재해법은 정부가 업종별·규모별 특성에 맞는 꼭 지켜야할 의무사항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이와 관련해 중기중앙회와 경영자총협회가 지난 6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한 중소기업 안전관리 진단 매뉴얼을 공동으로 발간했다. 이번 매뉴얼은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법 이행 여부를 파악하고 준수해나갈 수 있도록 복잡한 법 의무사항을 보기 쉬운 체크리스트 형식으로 제작하고, 실제 현장사례(5)20여종의 필요 문서양식까지 모두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나마 법 시행 전에 참고할만한 대응 매뉴얼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정부의 무리한 법 시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결국 입법 보완시행령 정비가 필요하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목소리다.

김기문 회장이 지난 5일 국무총리와 여야 대선후보 등 각계 주요 인사를 초청한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기문 회장은 이날 중소기업계에 엄습한 암울한 노동환경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을 힘들게 했던 주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최근에는 5인 미만 소상공인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 적용이 거론되고 있다중소기업계는 이 모든 것이 노동계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생각하며 고용이 없는 노동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의 지론은 고용의 83%를 책임지는 중소기업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 일자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기중앙회는 2년전 중대재해처벌법이 처음 발의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현장의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대표자의 의무사항 준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 면책 규정을 신설하는 것과 정부도 중소기업 현장 컨설팅과 안전시설 투자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점 등을 제안하고 있다.

 

고용·노동정책 패러다임 전환 절실

중소기업계는 근본적인 정부의 고용·노동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획일적인 주 52시간제와 매년 폭등하는 최저임금 제도도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 52시간제와 최저임금은 이번 정부에서 중소기업계의 두발을 묶는 악재였다.

52시간제가 지난해 7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됐지만, 현장에선 54.1%가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실제 중소 조선업체 근로자의 91.8%가 임금이 삭감됐다. 이에 근로자의 76%가 주52시간제 시행을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사 모두를 위해 중소기업 현실에 맞는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게 1년도 채 안 돼 증명됐다. 중기중앙회는 12시간 초과근로시간 한도를 월 52시간 한도로 사용할 수 있게라도 해줘야 한다그러면 월 52시간 한도 내에서 노사 모두가 업무량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했다. 특히 2018~2019년까지 약 30% 인상됐다. 유례없는 폭등이었다. 올해에도 코로나 팬데믹 속 5.1%가 인상됐다.

인천공단에서 30년 넘게 주물제조업을 하고 있는 B대표는 중소기업을 돕지는 못할망정 죽이는 정책만 쏟아진다어느 때보다 중소기업하기 참 힘든 나라가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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