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충전시 750km 주행… 한·중과 불꽃경쟁 예고

일본 파나소닉이 내년 중 1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20% 가량 늘린 전기차(EV)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최근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파나소닉이 전기차 주행거리를 기존 대비 20% 연장할 수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 ‘4680’2023년 양산한다고 보도했다. 파나소닉은 1회 충전으로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배터리를 앞세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4680 배터리는 지름 46mm, 높이 80mm의 원통형 배터리를 일컫는다. 앞서 테슬라와 파나소닉이 공동으로 개발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2170(지름 21mm, 높이 70mm) 배터리보다 용량과 출력이 각각 5배와 6배 높다. 또 다른 원통형 규격인 18650(지름 18mm, 높이 65mm) 배터리보다도 용량이 5배 이상 개선돼 전기차 주행거리를 대폭 늘릴 수 있다. 다만 배터리 무게가 더 나가기 때문에 늘어난 용량만큼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건 아니다.

파나소닉은 800억엔(8409억원)을 투입, 일본 와카야마현 소재 공장을 증설하고 양산 설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생산량은 전기차 15만대분에 달하는 연평균 10GWh가량이다. 이는 파나소닉 전체 생산능력의 20% 규모다. 파나소닉은 올해 일부 생산라인에서 램프업(생산량 확대) 안전성 및 효율성을 위한 기술을 확립할 계획이다.

파나소닉이 만든 최초 4680 배터리 양산품은 테슬라에 납품한다. 20199월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배터리데이에서 “4680 배터리를 개발했으며 추후 자사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배터리업계에서는 4680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배가됐다.

현재 배터리 1회 충전 시 650km를 주행할 수 있는 테슬라 모델S에 파나소닉 4680 배터리가 탑재될 경우 주행거리가 750km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파나소닉은 4680 배터리를 앞세워 테슬라 물량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나소닉은 과거 테슬라에 독점적으로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했지만, 한국 LG화학과 중국 CATL에 밀려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1~11월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은 점유율 29%1위를 기록했고, LG에너지솔루션(22.2%), 파나소닉(13.6%)이 그 뒤를 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파나소닉의 일본 내 배터리 생산라인 투자가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이차전지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공급망 리스크가 줄어 경제 안보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세계 각국의 전기차 업계가 배터리 개발에 혈안인 가운데 국내업체들도 4680 배터리 개발능력을 갖춘 상태다. 4680 이외에도 지름과 높이를 다변화한 다양한 규격의 원통형 배터리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특정 완성차 회사에 공동으로 납품하는 배터리회사 간 경쟁도 치열하다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과거 테슬라에 독점적으로 공급을 했던 파나소닉, 최근 공급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CATL 등과의 납품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4680 배터리를 포함한 다양한 규격의 배터리 연구개발이 빠르게 진행됐으며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 원가에서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그 성능이 곧 주행거리를 좌우한다. 주행거리 연장은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사들의 최대 과제 중 하나다. 1회 충전으로 전기차가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내연기관차 대비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전기차 시장은 곧 배터리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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