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호재로 견고할 줄만 알았던 게임주들이 해가 바뀌면서 좀체 힘을 못쓰고 있다. 특히 체면을 못세우는 건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다. 게임 대장주 크래프톤 주가가 지난 25일을 기점으로 30만원대 아래로 내려갔다. 공모가 대비 40% 이상이 빠졌다. 엔씨소프트 주가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이슈로 지난 2020년 3월19일 전 세계 주식시장은 패닉이었는데, 당시 엔씨소프트 주가는 56만원에 장을 마쳤었다. 그런데 지난 27일, 엔씨소프트 주식은 그보다 낮은 가격인 53만6000원에 종가를 기록했다.
이들 게임주가 맥을 못 추는 건 외국인과 기관의 빈자리가 큰 여파도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팔자’로 돌아선 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우려에 기준금리 인상, 보유 자산 축소 등 유동성 긴축에 빠르게 나설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술 성장주 등 밸류에이션이 높은 종목 매도에 외국인과 기관이 앞다퉈 나서면서 게임주 전반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특히 크래프톤 주가가 20만원대로 주저앉은 건 지난 7일 30만원대에 진입한 이후 12거래일 만이다. 1월에 들어서면서, 종가가 오른 날은 2거래일에 불과했다. 보호예수 물량 변수와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 등이 종합적으로 겹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지난 25일 전 거래일 대비 3.64%(1만1000원) 내린 29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공모가(49만8000원)와 비교하면 약 40%(20만7000원) 급락했다. 이는 52주 신저가이자, 상장 이후 최저가 기록이기도 하다.
특히 크래프톤의 주가 고전 이유에는 높은 공매도 잔고 금액이 거론된다. 1월19일 기준 크래프톤 공매도 잔고 금액은 약 4894억1122만원 수준으로 셀트리온(7510억1636만원) 다음 2위다. 공매도는 통상 개인투자자의 불안을 부추겨 패닉셀(공포 매도)를 유발하기 때문에, 잔고 금액이 높은 건 좋지는 않다.
크래프톤은 지난 21일 기준 공매도 거래 상위 50종목 중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날 공매도 거래대금은 506억4427만원으로, 공매도 비중은 22.95%였다. 24일 공매도 거래대금이 258억3759만원이었고, 비중은 19.49%를 차지했다.
물량 폭탄이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점도 변수다. 기관과 외국인은 크래프톤에 대한 6개월 보호 예수 물량(상장 뒤 주식을 의무적으로 일정기간 보유하겠다고 약속한 물량)을 2월10일부터 매도할 수 있다. 우선 공모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주가 때문에, 이들에게서 물량이 대량으로 나올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그러나 일부 벤처 캐피털(VC) 등이 보유 물량을 팔 수도 있다는 점은 변수다.
이 와중에, 크래프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예상 또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2528억원)를 하회할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가는 영업비용 또한 e-스포츠 및 신작 배틀그라운드:뉴스테이트(뉴스테이트) 마케팅비로 지출이 컸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11일 글로벌 출시한 뉴스테이트는 사전예약 5500만명 중 4500만명 이상이 다운로드 수로 이어지며 출시 초반 좋은 성과를 기록했지만, 4분기는 게임 서비스 안정화 기간으로 과금 없이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 높은 수익성을 보여주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엔씨소프트는 어떨까. 지난해 2월 한때 주가는 100만38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즉, 국내 게임업계 명실상부한 대장주였던 것이다. 그랬던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9월 60만원대가 깨졌다. 당시 시장에 나온 ‘블레이드앤소울2’는 사용자 기대에 못 미쳤고, 실적도 부진했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도 이어졌다. 엔씨소프트는 이에 굴하지 않고 ‘리니지W’ 출시에 집중했다. 출시일인 11월4일이 다가오면서 신작 기대감에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 10월12일 55만8000원에서 11월3일 65만7000원까지 17.74% 급증했다. 리니지W는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 중이고,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블록체인 기술 기반 게임을 개발한다고까지 했지만, 엔씨소프트 주가는 좀처럼 돌아가지 않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신작 관련해 알려진 소식은 ‘프로젝트TL’ 뿐 별다른 타이틀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게임사에게는 신작이 가장 중요한 모멘텀이다. 넥슨과 넷마블이 올해 신작 라인업을 각 10종 공개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욱 적어보이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미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내려면 블록체인 기반 P2E(Play to Earn) 게임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단계별 진행성과를 평가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