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김범수 ‘복심’리더십 시험대
스톡옵션 물의, 충성고객도 외면
남 대표, 자타공인 덕장이자 지장
‘먹튀’불식, 감성비 제고로 승부수
‘비욘드 모바일’로 메타버스 지목
게임으로 미래먹거리 선점 기대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상장은 언제하나요?” 요즘 카카오를 두고 여의도 증권가에서 하는 농담이다. 지난해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휘말려 위기탈출 넘버원의 한 해를 보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카카오를 초고속 성장 기업에서 사회적 성장 기업으로 전환시킬 적임자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낙점했다. 정작 류영준 대표가 먹튀 논란에 휘말리면서 카카오는 2022년 위기탈출 넘버투의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류영준 대표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카카오의 다음 10년을 책임질 인재로 점찍은 키맨이었다. 결국 김범수 의장은 류영준 카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지난 120일 카카오의 구원투수로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선임했다. 정작 시장 반응은 차갑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상장은 언제 하나요?”는 카카오의 미래를 짊어질 컨트롤타워로 미래이니셔티브센터를 띄우더니 센터장을 카카오CEO로 선임해서 상장을 도모하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이다.

그만큼 카카오가 시장에선 상장대박에만 혈안이 된 조직으로 인식돼 왔다는 의미다. 카카오페이 먹튀는 시장의 우려를 현실로 만들어버린 사건이었다. 지금 카카오의 위기는 신뢰의 위기다.

 

김범수 의장의 재정의 전략

애당초 김범수 의장은 2021년의 위기를 2022년의 기회로 재정의했다. 재정의는 김범수 의장의 경영철학이다. 한게임 시절엔 오프라인 고스톱을 온라인 맞고로 재정의했다. 카카오 창업기엔 메신저를 플랫폼으로 재정의했다. 카카오 성장기엔 기업을 생태계로 재정의했다.

2021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카카오가 사회적 마찰을 빚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위기를 기회로 재정의했다. 100개가 넘어가는 카카오 계열사들을 카카오 공동체로 재정의했다. 카카오 공동체가 사회적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공동체얼라이언먼트센터를 만들었다. 플랫폼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와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정작 내부 성찰을 놓쳤다. 차기 카카오 CEO와 차기 카카오페이 CEO까지 8명의 카카오페이 임원들이 한날한시에 스톡옵션 40만 주를 블록딜해서 시세 차익을 거두면 매물 폭탄에 따른 주가 폭락으로 시장과의 마찰이 생긴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카카오의 초고속 성장은 카카오톡이라는 슈퍼앱을 중심으로 백명CEO 양병설을 실현해낸 덕분이었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를 중심으로 100명의 창업자를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 CEO 군단은 모빌리티와 테크핀 그리고 미용실부터 꽃배달까지 거의 모든 창업 아이템에 손을 댔다. 덕분에 110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거느리게 됐다. 창업자들을 움직이게 만든 인센티브는 스톡옵션이란 당근이었다. 결국 무차별적 확장으로 사회적 마찰을 일으켰다.

지난해 20211021일 김범수 의장의 국감 출석을 기점으로 사회적 성장 전략으로 전환했지만 인센티브의 인센티브의 인센티브로 구조화된 카카오 조직 자체가 문제였다. 경제적 자유를 목표로 달려온 계열사 경영진은 스톡옵션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카카오페이 논란 이후 카카오는 계열사 임원은 상장 후 1년 동안 주식을 매도할 수 없도록 규정을 마련하고 시행했다. 백명 CEO와 수백명 C레벨들의 개인적 이익을 침해하는 규정이다. 심지어 회사가 약속했던 이익이다. 여론이 나빠졌다고 포기하긴 어렵다. 시한폭탄이다.

 

게임 그루 남궁훈 대표

남궁훈 카카오 신임 대표의 리더쉽 시험대가 바로 이 지점이다. 백명의 CEO들을 다잡으면서 카카오가 모래알 공동체에서 강철대오 대기업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자면 지장이면서 동시에 덕장이어야 한다. 사내구성원들의 지지를 받아야만 한다. 일단 남궁훈 신임 대표 내정자는 카카오페이 먹튀 사태 이후 사내에서 실시한 차기 대표 선호도 조사에서 압도적으로 1등을 했다. 위기의 카카오에서 구심점이 될 만하다.

이미 카카오는 투센터 체제로 전환했다. 2022년으로 접어들면서 공동체얼라이언먼트센터와 미래이니셔티브센터라는 2개의 사령탑을 설치했다. 공동체얼라이언먼트센터는 원래 공동체센터로 이사회의 사무처 수준이었던 걸 격상시켰다.

유임되기로 했다가 결국 물러나기로 한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센터장을 맡았었다. 여민수 대표조차 스톡옵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미래이니셔티브센터는 원래는 김범수 의장이 남궁훈 신임 대표와 공동센터장을 맡아서 카카오의 미래 전략을 준비하는 조직으로 기획됐다.

공동체얼라이언먼트센터가 지속 성장을 고민한다면 미래이니셔티브센터는 혁신 성장을 추구한다. 투센터 체제의 본질은 중앙 통제 강화다. 카카오 시즌1은 계열사 각자도생이 성장 동력이었다. 카카오 시즌2는 투센터를 통한 관리와 전략이다. 사실 류영준 대표의 사퇴에도 공동체얼라이언먼트센터의 역할이 있었다.

남궁훈 신임 대표는 덕장이면서 지장이다. 남궁훈 대표는 자타공인 게임 그루다. 남궁훈 대표는 카카오게임즈 대표 시절부터 메타버스가 비욘드 모바일이라고 강조해 왔다. 카카오는 모바일 시대를 틈타 라이벌 네이버를 역전하는 데 성공했다. 모바일 다음도 네이버와 카카오의 격전지가 될 수밖에 없다.

남궁훈 대표는 게임이 메타버스를 지배할 열쇠라고 본다. 카카오는 메타버스의 미래를 게임에서 찾고 있다. 알파 세대는 게임이 메신저고 인스타그램이고 페이스북이고 넷플릭스다. 게임을 중심으로 카카오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의 주요 과제다.

사실 가상세계에선 제페토를 앞세운 네이버가 앞서 있다. 반면에 카카오는 현실세계에서 모빌리티로 네이버를 앞서 있다. 현실세계는 사회적 마찰이 심한 공간이다. 카카오가 가상세계를 카카오 시즌2의 주무대로 삼은 이유다. 공익제보자로 민낯이 드러난 페이스북이 메타로 이름을 바꾸며 메타버스에 올인한 배경과 별다르지 않다. 메타버스는 새로운 시장이면서 현실 세계보다 규제가 덜한 세계다.

남궁훈 대표는 김범수 의장의 창업 동지다. 1990년대 후반 김범수 의장이 PC방을 개업하고 한게임을 창업할 때부터 함께 해왔다. 결국 결별로 끝난 네이버와의 합병 법인인 NHN에서 김범수 의장과 이해진 의장 사이에서 게임과 검색의 내전이 발발했을 때도 끝까지 김범수 의장 곁을 지켰다.

지난해까진 카카오게임즈의 CEO를 맡았다. 미래이니셔티브센터는 사실상 한게임과 카카오게임즈 출신 인재들로 채워지고 있다. 카카오의 미래를 과거의 한게임 동지한테 맡긴 셈이다. 카카오에서 힘은 언제나 김범수 의장의 신뢰에서 나온다. 전우이며 동지이며 공신인 남궁훈 대표만큼 김범수 의장한테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인물도 없다. 사내에서의 신망과 오너로부터의 신뢰는 카카오의 구원투수로서 남궁훈 대표의 자산이다.

 

비장의 무기 넵튠

문제는 김범수식 형님 리더쉽이다. 따지고 보면 문제의 류영진 대표 역시 개발자로서 카카오 창업 초기부터 김범수 의장과 동고동락했다. 카카오페이는 김범수식 형님 리더십이 실패한 경우다. 투센터 체제 역시 경영 구조는 달라졌지만 인재 기용은 달라지지 않았다. 만일 남궁훈 대표가 세이브에 실패할 경우 다시 한번 김범수 리더쉽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그땐 진짜 최악의 위기다.

남궁훈 대표는 신뢰 회복과 동시에 미래 선점도 해야만 한다. 메타버스의 중심에 게임이 있다는 건 카카오만 아는 사실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만 해도 얼마 전 게임계의 전설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82조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공개했다. 엑스박스 생태계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오버워치> 같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IP까지 확장하고 나아가 게임이 중심이 될 메타버스를 장악하겠다는 계산이다.

메타로 사명까지 바꾼 페이스북 역시 오큘러스를 기반으로 한 가상현실 게임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사실 남궁훈 대표는 카카오게임 대표 시절부터 이 부분에 역량을 집중시켜왔다.

남궁훈 카카오가 가진 비장의 무기는 넵튠이다. 넵튠은 카카오게임즈가 202012월에 인수한 회사다. 카카오는 넵튠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50군데가 넘는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해왔다. 가상현실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인 맘모식스와 가상인간 개발사인 온마인드가 대표적이다.

메타버스형 소셜네트워크 게임 개발사인 퍼피레드도 있다. 원래 넵튠은 캐쥬얼 게임과 카지노 게임을 만드는 게임사였다. 지금은 카카오 메타버스 생태계의 허브가 됐다. 카카오가 굳이 넵튠을 통한 메타버스 확장을 노렸던 건 카카오에 대한 견제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카카오는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휘말리면서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도 밀렸다. 그래서 앞으로도 남궁훈 대표가 이끄는 카카오의 인수합병 전략은 낮고 조용하게 전개될 공산이 크다.

카카오는 비욘드 모바일에서 선수를 놓치지 않으려면 사회적 마찰로 인한 사회적 견제로 모바일을 놓쳤던 2010년대의 네이버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네이버 역시 카카오처럼 2010년대 초반에 극심한 사회적 마찰을 겪었다. 카카오처럼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휘말렸고 포털뉴스의 공정성 논란으로 정쟁에도 휘말렸다. 이때 이해진 의장은 2가지 선택을 했다. 하나는 라인을 통한 해외 진출이었다. 다른 하나는 국내에서의 선택과 집중이었다.

카카오는 과거 네이버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답습하고 있다. 과거 네이버가 겪지 않았던 시장과의 마찰까지 겪고 있다. 그래서 카카오페이는 장기적으로 카카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치명적인 카카오페인이다. 차기 카카오 CEO가 중요한 이유다. 사회적 마찰과 시장적 마찰을 모두 피해서 카카오를 성장시킬 수 있는 노련함이 필요하다.

남궁훈 대표는 올해 초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서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이 메타버스로 전환되면 소비자가 느끼는 감성비가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시에 감성비를 수치화한 주요 지표로 ARPPU를 제시했다. ARPPU는 구매자 1인당 평균 지불액이다. 그런데 소비자의 감성비는 단순히 가격 대비 만족도 이상에 좌우된다.

기업의 사회적 평판이나 기업의 도덕적 역할까지 감성비의 요소다. 그래서 메타버스 시대에는 지금 카카오가 겪고 있는 기업 평판의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의 감성비가 핵심 성장 동력인 기업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라이언과 카카오의 춘식이 캐릭터가 아무리 틱톡에서 라춘댄스를 춰도 상장에 혈안이 된 기업이고 언제든 먹튀를 할 수 있는 CEO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카카오에 대한 감성비를 높일 수 없다.

시장에서 미래이니셔티브 상장 같은 의심이 나오지 않아야 비로소 미래이니셔티브가 있다. 시장이 다시 카카오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 남궁훈 대표의 과제다.

 

 

- : 신기주 북저널리즘 콘텐츠총괄이사

- 일러스트레이션 권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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