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M은 건설산업 미래기술
국내 SW시장 걸음마 단계
글로벌 영토 선점 서둘러야

사막 장미(Desert Rose)’는 장미 모양을 가진 사막의 모래 덩어리다. 모래에 갇혀 있던 해수가 증발하면서 모래와 미네랄이 엉켜 장미 모양의 결정체로 형성된다. 모래 결정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중동에서도 보기 드물어 행운의 상징으로 통한다. 놀랍게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은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은 이 위대한 자연물을 박물관의 설계 모티브로 삼았다. 2019년 개관한 카타르 국립박물관이 바로 사막 장미를 형상화한 것이다.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장미 꽃잎을 형상화 한 만큼 중력을 거스른 모양새다. 직각인 면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부정형하게 뒤섞이고 맞물린 원형의 패널을 조합해 기하학적인 장미를 구현했다.

독특하면서 유니크한 외관만큼이나 시공 난이도가 매우 높은 건축물이다. 국내 대기업이 시공을 맡아 준공했다. 설계단계에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기술을 적용해 까다로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성한 사례다.

IT 기술은 예외 없이 건설에도 적용되고 진화한다. 컴퓨터 설계(CAD)와 건설현장 정보화를 거쳐 스마트 빌딩 전성시대를 열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은 건설산업을 또 다시 바꾸고 있다. 현장에는 벽돌 쌓는 로봇이 등장했다.

IoT는 건설기계 오류를 최소화하고 안전관리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준다. 3D 프린팅 집짓기와 건물 정보가 담긴 디지털 모델인 BIM의 등장까지 다양한 기술개발과 도입은 현재진행형이다.

전통적인 건설산업에서는 설계와 시공, 유지관리까지 일련의 서플라이 체인 단계가 분절됐다. 단계별로 생성되는 정보는 중복적이고 호환마저 어렵다보니 사업의 진행과정이 불투명하고 생산성도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건설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아이콘인 BIM은 서플라이 체인 전체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단계별로 업데이트한다. 이를 통해 중복 정보로 인한 자원낭비를 최소화하고 시행의 정밀도를 높인다. 통상 설계단계에서 건축물의 형상과 기능을 구현하는 구조, 자재, 설비, 비용 등이 결정된다.

BIM은 설계단계에서의 정보를 디지털화해 3D 모델링과 결합한다. 가상의 공간에서 시공과정을 시뮬레이션 한다. 설계대로 시공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도면의 오류·간섭과 누락을 미리 체크한다. 시공 정밀도를 높여 분쟁 방지와 비용상승 억제는 물론 시행의 투명성도 보장한다.

이런 이유로 십여년 전부터 BIM의 당위성과 중요성은 국내 학회의 단골 메뉴이고, 정부도 일정규모 이상의 공공건축물은 BIM을 활용토록 하고 있다.

건설산업의 미래는 ‘BIM에 의한 시공과 현장 확산에 달려있다는 명제는 당연해 반론을 제기할 수 없다. 그러나 십년 넘게 전문가들이 BIM의 중요성을 외쳐오고 있지만 현장까지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건설은 정형화 할 수 없는 구조적 복잡성이 있고, 거미줄처럼 얽힌 건설참여자들의 정보화 수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장에는 이론과 달리 오랜 관행과 자기들만의 규칙도 있다. 신기술에 대한 거부의 벽은 높고 현장의 정보화를 위한 인프라는 열악하다. 뿐만 아니라 BIM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현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오랜 개발시간과 IT 전문 인력의 집약적인 투입이 필수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전문가와 건설현장이 겉도는 사이 국내 BIM 소프트웨어 시장은 여전히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BIM 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 건설IT 기업과 외국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은 것이다. 다만 현장은 이론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많은 전문가들이 BIM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만 높일 때, 우리는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BIM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밤낮없이 전쟁 중이라는 한 스타트업 관계자의 말에서 희망을 찾는다. 굽은 나무가 선산(先山)을 지킨다. 전문가들도, 대기업도 못해낸 BIM 시장 선점을 건설IT 스타트업이 해낼지 모를 일이다.

문득 나를 돌아보고 주위를 둘러본다. 회의실에서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아닌지. 묵묵히 정진(精進)하며 현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지.

 

 

장경순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