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설과 함께 올해의 첫 달이 지나가고 있다. 연말연시 들떴던 마음이 한결 가라앉아 연초에 미처 못한 새해 다짐을 정리하고 소원을 빌기에 이만한 때도 없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강화 석모도에는 낙조만큼이나 유명한 소원 성취 기도처가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영험한 불상 앞에서 간절한 기도를 올린 후 해질녘 노천탕에서 온천욕까지 즐기면 몸도 마음도 깨끗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특정 종교의 순교자를 기리기 위해 조성한 성지는 종교를 불문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은 곳들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톨릭 사제 김대건 신부가 나고 자란 당진의 솔뫼성지는 한 해를 차분히 그려볼 수 있도록 한다.

드넓은 바다 위로 힘차게 솟아나는 붉은 태양, 그리고 설악의 드센 정기를 느껴지는 속초 영금정은 삶의 의지를 다잡기에 제격이다. 이른 아침의 영랑호수윗길은 금방이라도 산신령이 나타날 것 같은 신비로움이 감돈다. 그 어느 때보다 간곡한 기도가 필요한 지금,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희망을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 각기 다른 매력으로 우리를 부르는 세 곳의 소원 성취 명소가 여기 있다.

 

보문사 안, 소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보문사 안, 소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눈썹바위 아래 소원이 이뤄지는 곳, 강화도 보문사

강화도 서남쪽에 위치한 석모도에는 소원 성취 기도처로 소문난 사찰 하나가 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했다는 보문사다.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낙가산 중턱에 자리한 보문사는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과 더불어 국내 3대 해상 관음 성지로 손꼽힌다.

특히 산 중턱 절벽 바위의 마애석불좌상은 무엇이든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준다는 전설의 기도처로 유명하다. 이곳에 닿으려면 400여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한 걸음 뗄 때마다 소원을 담은 마음에 정성이 깃들고, 정성을 더하며 계단을 오를 수록 소원이 이뤄지리라는 믿음이 깊어진다.

계단을 모두 오르면 이른바 눈썹바위로 불리는 기묘한 암석에 높이 약 9m, 너비 3m 크기로 새겨진 마애석불좌상을 만날 수 있다. 영험한 기운이 물씬 풍겨지는 불상 앞에 절을 올린 후 부처님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보문사 아래 옹기종기 모인 집들과 석모도 앞바다의 장관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소원을 빌며 마음을 다스렸으면 몸을 정화시킬 수 있는 석모도미네랄온천으로 가보자. 보문사 아래 있는 석모도미네랄온천은 460m 화강암에서 솟아나는 온천수를 각 탕에 바로 공급한다. 칼슘과 칼륨, 마그네슘, 스트론튬 등의 미네랄 성분을 다량 함유해 아토피나 건선 같은 피부 질환, 관절염과 근육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탕에 몸을 담그면 묵은 피로가 저절로 풀린다.

지금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천탕만 운영하지만 뜨끈한 노천탕에 몸을 담근채 서해안의 낙조를 감상하는 경험은 근사한 한 해의 시작으로 더할나위 없다.

 

솔뫼성지의 산책길.
솔뫼성지의 산책길.

마음을 다독이는 새해 산책, 당진 솔뫼성지

호젓하고 차분한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면 충남 당진의 솔뫼성지를 걸어보자. ‘소나무가 우거진 산을 순 우리말로 표현한 솔뫼성지는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1821~1846)가 태어나고,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증조할아버지, 작은할아버지, 아버지 등 4대에 걸친 순교자가 살던 마을로 유명하다.

김대건 신부가 살던 단아한 생가 한옥 마루에는 26세 꽃다운 나이에 순교한 김대건 신부의 초상이 걸려있다. 맞은편 마당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각상이 있는데,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에서 기도하던 모습을 본뜬 조형물이다. 긴 세월의 간극을 두고 마주한 두 성인의 모습은 눈에 담을수록 마음이 경건해지는 장면이다.

생가 뒤쪽으로는 노송이 빼곡한 숲이 펼쳐진다. 여기에는 1977년 건립한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 있고, 동상 뒤로는 성모를 상징하는 흰색 기념탑이 우뚝 서 있다.

소나무와 김대건 신부의 동상, 새하얀 기념탑이 신비롭게 어우러지는 풍경 앞에 서면 종교를 떠나 잠시 눈을 감고 기도를 하고 싶어진다. 소나무 숲을 따라 이어지는 십자가의 길은 심신의 휴식을 취하기에 제격이다. 순례자가 차분히 기도를 하기에도 더없이 좋다. 평온한 새해맞이 기운을 이어가고 싶다면 솔뫼성지에서 버그내순례길을 따라 걸어보자.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이라 불리는 13km의 길 끝에는 사진 명소로도 유명한 신리성지가 있다. 신리성지와 함께 당진 포토 스폿으로 빼놓을 수 없는 아미미술관, 삽교호놀이동산 대관람차는 감성 넘치는 새해 여행을 완성시켜줄 것이다.

 

이른 아침에 더 신비로운 속초의 영랑호수윗길.
이른 아침에 더 신비로운 속초의 영랑호수윗길.

동해와 설악산을 한 품에, 속초 영금정과 영랑호수윗길

새해 소원을 빌기에 해돋이 만한 것이 없다. 붉은 태양이 장엄하게 떠오르는 강원도에서도 속초는 동해와 설악이 주는 에너지를 모두 받기에 충분하다.

속초의 대표적인 해돋이 명소로는 단연 영금정을 손에 꼽을 수 있다. 속초등대 밑 암반 지역에 자리한 영금정은 동해안의 대표적인 해돋이 명소다.

영금정에는 높이가 다른 두 정자가 있다. 바다를 바라보고 오른쪽 계단으로 오르면 첫 번째 정자가 나타난다. 넓은 바다와 동명방파제, 갯바위가 어우러진 풍경이 장관을 이루고 높은 곳에 위치해 일출을 보기에도 적당하다.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해를 보고 싶다면 다리 건너 왼쪽 정자로 가면 된다.

시야가 탁 트여 철썩이는 파도가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오른쪽, 왼쪽 어느 편이든 망망대해로 떠오르는 태양과 태양 아래 거친 물살을 헤치며 달리는 고깃배, 갈매기 떼를 보고 있노라면 삶에 대한 의지가 샘솟는다. 속초등대 아래 갯바위 역시 일출을 맞이하기에 좋다. 크고 넓은 바위가 이어져 여유롭게 해돋이를 즐길 수 있다.

속초의 보석으로도 불리는 영랑호는 새해 계획을 세우고 소원을 빌기에 그만이다. 특히 영랑호수윗길은 울산바위부터 대청봉까지 설악산 줄기와 바다, 호수를 조망할 수 있어 1월과 잘 어울린다. 온종일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른 아침 풍광이 최고다. 태양이 떠오르며 눈 덮인 설악산을 서서히 깨울 때는 신비로운 기운마저 감돈다.

1957년에 세운 속초등대는 속초 여행에서 빠뜨리면 아쉬운 곳이다. 바다를 밝히는 길잡이이자, 속초를 한눈에 담는 전망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약간의 수고도 얻는 만족감이 대단하다. 이어 카페가 하나 둘 들어선 영랑해안길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새해 다짐을 차분히 정리해보는 것도 좋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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