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코로나 극복 경영전략]
사업 계획 전면 재검토·재고 최소화 서둘러야
해외이전 재고하고 직원과 솔직한 소통 필요
우수인력이 위기극복 열쇠, 과감한 투자 바람직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일파만파다. 우리 중소기업에겐 회사를 운영하고 극복해 나갈 경영 백신치료제도 없다. 특히 대기업과 비교해 중소기업은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최근 2년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중소기업의 재무구조, 경영조직, 기업간 경쟁에서 더 큰 리스크가 야기되고 있다.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중소기업 경영자가 고민해 볼 5가지 경영전략을 제안한다.

요즘 한국경제는 역사적인 경제 난국에 직면해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지난 9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1997IMF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언급하면서 중소기업의 대출금 만기 재연장을 주장한 배경에도 코로나 팬데믹이 앞선 경제 위기와 같은 매머드급 충격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선진국의 경제팀과 글로벌 기업의 스타CEO 그리고 명석한 경영석학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어도 뾰족한 극복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다. 1980년 이후 자본주의 확산과 세계화 추세 속에 급성장했던 세계경제에 전염병 혼란은 그 전례가 없다. 일반적인 경제위기 극복 사례와 대응책은 수두룩해도 인간의 호흡기를 통한 위기확산을 도대체 어떻게 제어할지 모두가 난색이다.

중소기업 경영이 항상 어렵지만 이번이 더욱 어렵다. 코로나 극복은 둘째치고라도 고용시장자본시장이 수많은 측면에서 과거와 다르게 전개되고 있는 탓이다. 먼저 고용시장이 붕괴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의 가속화로 오는 2030년까지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320만명 넘게 감소한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실업자는 1037000명에 달한다.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실업자도 같은 기간 13만명에 육박했다. 장기실업자의 절반이 2030 청년층이라는 건 충격적이다. 청년층의 장기실업자가 늘어난 데는 결국 미스매치영향이 크다. 청년층이 주로 대기업·공공기관 취업을 선호하면서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소기업 등 민간기업의 미충원 인원은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5인 이상 민간사업체의 미충원 인원은 114000명에 달했다. 미충원율은 202010.4%에서 지난해 14.2%까지 치솟았다. 한국경제 일자리의 83%1744만명을 유지하는 중소기업의 인력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과 부동산의 양대 자본시장은 더욱 불안하다. 빚을 내서 코로나 팬데믹을 간신히 버티던 중소기업에게 금융당국은 빚 상환 독촉을 할 모양새다. 지난 2년 동안 4차례에 걸쳐 이어진 대출만기연장 및 이자상환유예조치가 3월말로 종료된다. 금융당국은 동시에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비율을 늘리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은행이 나서 대출상환을 종용하라는 지시나 다름 없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보다 중소기업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 인상이다. 올해 들어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고공행진을 지속 중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대응과정에서 정부가 단행한 금융 치료제는 추가경정예산과 대출만기 연장이었다. 중소기업 대부분의 위기탈출 레버리지가 여기에 쏠렸다.

따라서 속도감 있는 금리 인상 기조는 중소기업의 경영 리스크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결국 2000년초 카드대란으로 인한 대량 신용불량자 속출을 방지하기 위해선 코로나 빚더미에 휩싸인 중소기업의 채무탕감과 부채구조 개선책이 담긴 정부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

또 다른 문제는 부동산 가격 폭등이다. 특히 전체 사업체수의 약 50%가 밀집해 있는 수도권(서울 147만개·경기 170만개·인천 35만개)의 집값은 5년 사이 2배 가까이 뛰었다. 주거비 부담은 숙련된 중소기업 근로자의 지역 이탈을 부추기고 새로운 창업기업의 출현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그러한 근로자 이탈 현상은 미국에서 벌어졌었다.

지난 1997~2000년 사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평균 소득은 약 40% 증가했지만 집값은 2배로 올랐다.(신규 창업비율은 되레 줄어들었다. 그 이유는 숙련 기술자들이 창업보다 높은 급여를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높은 주거비 부담에 혁신기업의 요람이라 불리는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기술자들이 다른 도시로 떠나 버렸던 사례를 한국도 곱씹어 봐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세계경제의 위기가 이제 막 시작했다는 시나리오까지 말이다. 지난 2020년초 코로나 팬데믹이 음흉한 얼굴을 쳐들기 시작할 무렵 글로벌 경영 석학인 요시 셰피(Yossi Sheffi) MIT 교수는 <중소기업뉴스>를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최선을 바라되 최악에 대비하라(Hope for the Best but Prepare for the Worst).” 최악의 상황에서 준비된 강자는 살아남고 약자는 잡아먹히는 약육강식의 현장이 벌어질지 모른다. 코로나 팬데믹 속 가장 적응력이 있는 중소기업이 되기 위한 5가지 액션 플랜을 함께 살펴보자.

 

1. 일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자

갑자기 사업의 방향을 트는 건 경영자에게 담대한 도전이다. 경기가 호조일 땐 고용을 늘리고, 신규 시장에 뛰어드는 전략이 옳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연초부터 코로나 확진자가 주당 2배씩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에 빠졌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3월 중순 일일 확진자 최대 20만명을 예측한다.

연초부터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됐다. 기업의 사업계획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보통 기업은 매년 10~11월이면 차년도 사업계획서 작성에 들어간다. 현재 대부분 중소기업의 사업계획서는 지금과 비교하면 코로나 팬데믹 약세 때인 작년에 작성된 장밋빛 시나리오.

이제 사업계획을 수정하거나 약식으로 계획을 잡은 뒤 분기 단위로 수정 보완해야 한다. 물론 산업의 특성과 하도급 관계 때문에 쉽지 않을 수 있다. 분명한 건 경영의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살아남은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이렇게 말했다. “기차가 탈선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여전히 2009년 전략계획을 운운하며 걱정하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충격적이다. 우리는 그런 건 모조리 없앴다. 회의, 출장, 그 무엇이든 다 취소했다. 우리가 진짜 위기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는 월가의 황제로 불렸다. 경제위기 속 황제의 충고다.

 

2. 자본의 효율성을 제고하라

기업의 자본관리는 호경기와 금리가 낮은 시절에 느슨해진다. 투자를 통해 자본수익을 내려는 기본 원칙도 간혹 무시할 정도로 공격적일 때도 있다.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다. 자본시장이 경색되고 있다. 높은 금리 탓에 대기업들마저 회사채 발행을 미루고 있다.

자본시장의 관례상 매년 4월이 회사채 발행이 많은 달이다. 경제계의 농번기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격적인 한해 농사를 짓기 위해 많은 자금이 필요한 시기에 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심사숙고 중이란 건 올해 경제성장 측면에서 악재다.

심지어 일부 제조업계 대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 때문에 재고(원자재)를 쌓아 놓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8일 발표한 최근 공급차질 및 감염병 상황이 제조업 재고에 미친 영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제조업 재고 증가율은 20124분기 이후 8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자동차·반도체·금속·석유제품·화공품 등을 중심으로 증가 폭이 컸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을 겪은 자동차 분야에서는 자동차 차체와 차대 제작에 주로 이용되는 냉연강판 및 열연강판의 재고가 각각 13%, 46.1%이나 늘어났다.

제조업 생산과정에서 제조원가를 최소화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창고에 재고가 쌓이기 전에 적시 생산하는 방식 밖에 없다. 그런데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해 대기업이 예비 생산 측면에서 재고를 쌓게 되면 후방 기업(하청 협력업체)의 제조원가에 타격을 주게 된다.

마스크나 진단키트 사재기처럼 대기업이 입도선매한 재고가 많아질수록 또 다른 공급망 불안이 촉발된다. 결국 1~3차 중소기업의 생산비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 같은 시기에 재고는 결국 창고에 쌓아놓은 자본이랑 다를 게 없다. 자본의 효율성 측면에서 대기업도 재고 줄이기를 해야 한다. 혹여 경기 불황이 장기화 될수록 과잉된 재고는 제조업체를 무너뜨리는 원흉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3. 해외이전을 재고하라

일부 발 빠른 중소기업은 포스크 코로나 시대를 미리 준비할 수 있다. 이때 경영전략 테이블에 올라온 항목 중 해외이전(offshoring)’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

먼저 비용 절감을 위한 해외이전은 재고(再顧)해야 한다. 많은 중소기업이 중국에 이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검토한다. 국내 대비 이들 국가의 장점은 뚜렷하다. 저렴한 인건비, 노사 갈등 회피 등 말이다.

인건비 장점은 요즘 많이 희석됐다. 또 국가별 관세를 비롯해 현지 세금 이슈 등 큰 변수가 여전하다. 비용적 측면 이외에 정치적 변수에다가 이제는 국가별 전염병 확산은 새로운 위기다. 2020년 상반기 코로나로 인해 중국에 생산 공장을 이전했던 수많은 중소기업들의 생산차질 사례는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숙제로 남아 있다.


4. 직원과 정말 열심히 소통하라

불확실성은 경영자를 움츠러들게 만든다. 수많은 근로자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경영자는 신중함 때문에 해결책이 손바닥에 올라오지 않을 때까지 잠자코 있기 마련이다. 정반대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경영자는 물론 회사와 연관된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전전긍긍한다. 근로자의 최대 고민은 혹시 모를 해고 이슈다. 2, 3차 납품업체는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까봐 두려워한다. 소비자는 제품 가격이 오를까 걱정이다. 지자체는 공장이 문을 닫을까봐 우려한다.(건강한 도시는 고용창출의 거대한 엔진이다!) 이때 경영자가 입을 열어야 한다.

중소기업 경영자가 모든 답을 알 필요는 없다. 의사소통을 평소보다 더 많이 하면서 내외부에 둘러싼 불확실한 상황을 마주해야 한다. 어쩌면 경영자가 직원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큼 큰 비전도 없을지 모른다.

구글과 애플을 거친 킴 스콧은 2019년 그의 책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에서 관계를 훌륭한 상사에게 필요한 핵심 키워드로 꼽는다. 관계를 얻기 위해서는 완전한 솔직함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메시지는 이렇다. “팀장과 팀원 모두 서로에게 불만이 생겼을 때 솔직하고, 신속하게 툭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5.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라, 없으면 훔쳐라

경기호황 때는 대부분의 직원이 일을 잘하는 인재처럼 보인다. 요즘 같은 시기엔 가짜를 가려내야 한다. 만일 정리해고를 고민하고 있다면 우수 인재 판별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실적 악화의 부담을 직원 전체가 나눠가지게 할 수도 있다. 경영자는 연봉과 보너스를 모두 동일하게 깎아서 우린 한배를 탔다고 보여주고 싶을 수도 있다.

만에 하나 그럴 경우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는 인재들이 경영자의 연대책임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 보자. 아마도 자신이 처벌을 받고 있다고 받아들일 것이다.

그래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을 때 전 세계 선도 기업들이 어떻게 인재관리를 하고 그들을 보상했는지 참고해야 한다. 이들 선도 기업들은 가장 혁신적이고 성과가 뛰어난 직원들을 안심시키고 인사팀이 별도의 노력을 기울였다. 우수한 인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불황기 극복의 핵심 열쇠다. 따라서 지금 경영 여건이 어렵더라도 일 잘하는 인재들에게 보상을 충분히 해줘야 한다. 직원교육 투자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또 지금이야말로 경쟁사의 인재를 빼오기 좋은 시기다. 불황기에 인재 영입은 최적의 상황일지 모른다. 모두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인재를 영입하는 게 시기적으로 더 쉽다. 중소기업도 경쟁사의 인재를 모셔오는 역발상이 필요한 때다.

결론적으로 중소기업에겐 낙관론이 필요한 시기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태된 기업도 많았지만, 결국 살아남은 기업이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되고 있는 꼬리를 보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