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 프롭테크 시장 정조준]
빅데이터 선두 간 시너지 기대
스마트홈 시장 혁신 시간문제

부동산 관리 시장까지 정조준
슈퍼앱‘온택트파트너스’첫선

청년중개사 신규진입 쉬워져
골목상권과 마찰 ‘넘어야할 산’

스타트업이 삼성을 삼켰다. 직방이 삼성SDS의 홈IoT부문을 인수했다. 지난 127일 확정 발표됐다. 직방은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이다. 2012년에 창업했다. 삼성SDS는 삼성그룹의 IT서비스를 전담해온 계열사다. 1985년에 삼성데이터시스템이란 이름으로 설립됐다. 창업 12년차 스타트업이 재계 1등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 가운데 하나의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스타트업의 존재감이 이제 재벌이나 대기업과 인수합병을 논의하는 수준까지 높아진 셈이다. 직방의 삼성SDS의 홈IoT부문 인수가 설 연휴 전후 테헤란로 일대에서 화젯거리였던 이유다.

직방의 삼성SDS의 홈IoT부문 인수는 1등과 1위의 결합이다. 직방은 국내 1등 부동산 중개 플랫폼이다. 삼성SDS IoT 사업부문은 국내 스마트홈 시장 1위다. 어떤 식으로든 1등과 1위의 결합은 그만큼 시너지가 클 수밖에 없다.

합병 이후 직방의 전략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변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직방과 삼성SDS의 계약 내용은 비밀유지 협약에 따라 비공개다. 스타트업 업계 안에선 대략 1000억원 규모로 추정한다.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직방이 국내 1위의 IT 서비스 기업인 삼성SDS로부터 홈 IoT(사물인터넷)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을 넘어 대기업의 사업부문을 인수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의미다.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직방이 국내 1위의 IT 서비스 기업인 삼성SDS로부터 홈 IoT(사물인터넷)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을 넘어 대기업의 사업부문을 인수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의미다.

스마트홈 시장 직진출 겨냥

사실 직방과 삼성SDS의 홈IoT부문 직거래는 언뜻 보면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스타트업의 삼성계열사 인수고 1등과 1위의 결합이라는 외형은 선명하다. 직방은 아파트와 빌라와 오피스텔 같은 주거용 부동산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IT중개 플랫폼이다.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다.

반면에 삼성SDS의 홈IoT는 월패드와 디지털도어락 같은 스마트홈 시장이 본업이다. 월패드는 아파트 거실벽에 달려 있는 컨트롤 유닛이다. 누가 현관문에서 벨을 누르면 영상이 뜨거나 집안의 조명을 크고 끄는 등등의 역할을 한다. 요즘은 냉난방도 월패드로 조절한다. 디지털도어락은 열쇠 대신 비밀번호로 문을 열고 닫는 전자 장치다. 하드웨어 비즈니스다.

그래서 지난해 가을 무렵부터 직방의 삼성SDS의 홈IoT부문 인수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인수 목적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이때 직방의 창업자인 안성우 CEO는 이렇게 설명했었다. “직방의 주거 콘텐츠와 삼성 홈IoT 하드웨어를 결합해 스마트홈 시장의 혁신을 일으킬 것입니다.” 한 마디로 직방의 소프트웨어와 삼성SDS의 홈IoT의 하드웨어가 시너지를 낸다는 논리였다. 역시 어떻게가 빠진 설명이었다.

일단 직방의 삼성SDS의 홈IoT부문 인수는 직방의 스마트홈 시장 직진출로 이해할 수 있다. 스마트홈 시장은 2020년에 20조 살짝 넘었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엔 22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전세계적으로도 성장추세인 산업이다. 스마트홈은 한 마디로 수도와 전기와 냉난방기구에 냉장고나 TV 같은 가전제품까지 집안에서 통합제어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특히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무엇보다 5G통신과 AI기술이 발달하면서 스마트홈에 대한 통신회사와 가전회사의 관심이 높아졌다. 신기술이 쓰일 유력한 수요처로 집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시장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기업 위주인 통신과 가전 시장에선 이미 경쟁이 시작된 상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가 모두 스마트홈 시장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여왔다. 이렇게 통신회사와 가전회사가 다투는 사이에 국내 가구업계 1위인 한샘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샘은 지난해 IoT스타트업인 고퀄에 30억원을 투자하면서 스마트홈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유니콘 유지 위한 새 날갯짓

여기에 이번엔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게다가 삼성SDS의 홈IoT는 해외 16개국에도 수출하는 수출기업이다. 직방은 삼성SDS의 홈IoT 부문을 인수하면서 스마트홈 시장에 진출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해외 시장에까지 영역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이런 확장 전략은 지금 직방한텐 매우 필요하다. 직방은 지난해에 12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유니콘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를 의미한다. 비상장사의 기업가치는 결국 신규 투자자들이 현재의 기업 가치를 얼마로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 2019년 직방의 투자유치평가액은 7200억원이었다. 2021년엔 11000억원이었다.

그런데 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으려면 단순히 오피스텔과 원룸의 중개 비즈니스만으론 부족하다. 직방은 다운로드 3000만건에 월 이용자수 280만명으로 훌륭한 지표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주주들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투자한다. 1조원의 유니콘 몸값을 이어가려면 계속 비즈니스를 확장해나갈 필요가 있다. 늘 더 큰 비전이 필요하다. 그것이 스타트업이다.

직방의 비전은 프롭테크다. 프롭테크는 부동산과 기술을 뜻하는 프로퍼티와 테크놀로지의 합성어다. 프롭테크라는 개념은 2000년대 중반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전통적인 로우 테크 산업이었던 부동산에 IT를 접목하자 가장 핫한 투자분야가 됐다.

지금 전 세계 프롭테크 투자의 절반 이상이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고작 40위권이다. 프롭테크 분야에선 걸음마 단계라는 의미다. 프롭테크는 크게 4가지 비즈니스 영역으로 구분된다. 먼저 중개 플랫폼들이 서식하는 중개임대 분야가 있다. 삼성SDS의 홈IoT부문이 기반한 스마트홈을 포함하는 부동산 관리 분야가 있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프로젝트 개발 분야가 있다.

여기에 핀테크와 결합한 투자와 자금 조달 분야가 있다. 직방은 아날로그 대면 중심이었던 중개와 임대 시장을 모바일 비대면 디지털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 마디로 발품 팔이 시장을 손품 팔이 시장으로 만든 것이다.

창업자 안성우 대표는 공인회계사이면서 게임개발사에서 일했고 벤처투자심사역을 지낸 다채로운 인물이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원룸을 구하러 다니던 경험에 기반해서 직접 창업한 회사가 직방이었다.

원룸 임대 시장에서 출발해서 2016년엔 아파트 전월세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2018년엔 신축 분야 단지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개시했다. 직방의 성장 과정 자체가 프롭테크 시장에서 영토를 조금씩 넓혀 나가는 과정이었단 말이다. 직방이 삼성SDS의 홈IoT부문을 인수한 것도 결국 프롭테크 시장에서 중개시장을 넘어서 부동산 관리 시장으로까지 영토를 확장하려는 시도다.

 

경쟁플랫폼 호갱노노도 인수

전 세계적으로 4대 프롭테크 기업으론 컴퍼스, 오픈도어, 레드핀, 질로우를 꼽는다. 이들 4개 유니콘의 시가총액은 230억 달러에 달한다. 심지어 이들 프롭테크 기업들은 부동산 중간 구매자의 역할까지 한다.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에서 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부동산 기업이 먼저 중도금을 선지급하는 부동산 금융이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가 자극한 인플레이션에 이런 기술적 혁신이 결합하면서 빠르게 팽창한 상태다.

미국만 해도 주거용 부동산의 가치는 34조 달러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4경원이 넘는다. 미국 상장 기업 전체의 시가 총액에 버금간다. 주거용을 제외한 상업용 부동산의 규모도 16조 달러다. 부동산은 다른 자산에 비해 거래 수수료도 높다. 기존 부동산 관련 기업들한텐 기회이면서 동시에 이런 수수료를 낮춰주는 프롭테크 기업들한테도 기회다.

직방은 한국형 프롭테크 기업의 맏형이다. 경쟁자들이 아직 중개임대시장을 놓고 다툴 때 직방은 이미 다른 프롭테크 시장으로까지 비즈니스 영토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2018년엔 경쟁 플랫폼 가운데 하나였던 호갱노노도 인수했다. 호갱노노는 학군과 상권과 갭투자율을 기반으로 부동산의 수익률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해주는 부동산 앱이다. 직방이 부동산을 주거로 바라본다면 호갱노노는 부동산을 자산으로 바라본다.

직방은 호갱노노를 인수하면서 주거와 자산이라는 부동산의 두 갈래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직방은 이젠 메타버스를 활용한 부동산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가상현실을 활용해서 직접 집에 가보지 않아도 일조량과 조망권 같은 특정 부동산의 특징을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아예 직방은 본사를 없애고 메타버스 사무실로 전 직원이 출근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직방은 독자적인 메타버스 협업툴을 메타폴리스라고 부른다.

 

빅데이터와 빅데이터의 결합

직방은 직방앱을 슈퍼앱으로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다. 직방앱만 이용하면 부동산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비전이다. 직방이 선보인 온택트파트너스는 부동산 중개업자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업자나 집청소 전문가까지 주거와 관련한 거의 모든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 모은 서비스다. 전문가들은 직방의 고객들을 상대로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문제가 있다. 기존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직방의 온택트파트너스가 사실상 플랫폼의 부동산 중개 시장 직진출이라고 보고 있다. 직방앱을 통해 거래가 성사될 경우 중개업자는 직방에 수수액의 절반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플랫폼과 골목상권의 마찰이 직방과 부동산 중개업자들 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직방은 직방앱의 온택트파트너스 서비스가 부동산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청년 중개사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매년 부동산 중개업 폐업률은 15%에 달한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유자는 45만명이지만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10만명이 불과하다.

매년 신규 공인중개사가 3만명씩 등장하지만 기존 사업자들의 견제 탓에 기존 아파트 단지에서 매물을 받아서 거래를 성사시키기란 쉽지 않다. 대신 직방을 활용하면 지역에 구애 받지 않고 수수료만 낮추면 얼마든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수수료가 낮다는 측면에선 소비자한테도 이득이다.

사실 직방의 삼성SDS IoT 부문 인수도 스마트홈 시장 직진출의 측면 뿐만 아니라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 스마트홈이라고 쓰지만 사실 오피스텔이나 상가나 빌딩의 스마트 관리 시장도 포함된다. 특정 상업용 부동산의 에너지 사용량만 놓고 봐도 해당 자산의 상업적 가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장사가 잘 되면 에너지를 더 많이 쓰는 게 자연스럽게 때문이다. 결국 직방이 가진 거래 빅데이터에 삼성SDS IoT부문이 가진 관리 빅데이터가 더해져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게 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이 아니라 빅데이터와 빅데이터의 결합이 이번 인수의 진짜 목적이다. 스타트업이 삼성을 샀다. 직방이 직방했다.

 

- 신기주 (북저널리즘 콘텐츠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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