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제4기 인구정책 TF 논의 방향’
생산인구 급감하자 ‘정년연장’ 본격화

인건비 부담 늘어나 신규채용도 감소
中企 “고령자·청년층 고용갈등 우려”

정부가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등을 통해 60세 정년이 지난 직원을 기업에서 계속 일하도록 하는 계속고용제도도입 방안을 추진할 움직임이다. 생산연령인구 급감으로 경제 충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사실상의 정년 연장으로 생산인구 감소 충격을 덜고 경제성장률이 0%대로 진입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겠다는 취지다.

지난 10일 기획재정부는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4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논의 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인구정책 TF 논의 방향의 핵심은 고령층 인력의 활용을 높여 더욱 가파른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 범부처가 나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5년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대비 5년 만에 177만명 급감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인력 부족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경제가 8년 안에 0%대 성장률에 직면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신중한 사회적 합의 필수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는 기업에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 연장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고용 방식은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에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법상 정년인 60세를 직접적으로 연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회적인 방식으로 60세 이상 고령층이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사실상 정년 연장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정부의 본격적인 고용연장 검토는 사실상 현재 상황에서 중소기업에게 정년연장을 강제하는 조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211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고용노동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를 통해 고용연장에 대해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포문을 연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정년연장을 언급한 것도 당시가 처음이었다. 따라서 이번 기재부의 인구정책 TF 논의 방향이 실질적인 액션플랜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정부는 2월말에 발표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구회 결과를 토대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고 관련 논의를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계속고용제도는 고용·임금 체계 개편을 비롯해 고령층과 청년층 간 고용 충돌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중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노동정책이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과 노동정책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고용제도까지 수면 위로 올라오자 중소기업계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정부가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제도적 정비 없이 추가로 정년을 늘리게 된다면 중소기업의 고용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서 자동차 부품공장을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현재 적용되고 있는 임금피크제 도입도 제각각인 상황에서 큰 틀에서 임금체계 개편도 없이 정년만 무작정 늘리겠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자꾸 정년연장을 건드리게 되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청년 채용도 미루게 되고 노사갈등이 커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정년 5년 연장시 16조 추가 부담

정년 연장을 잘못 추진하다보면 청년 채용 기피는 물론 기존 직원에 대한 명예퇴직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게 중소기업계의 분위기다.

지난 2016년 정년 60세 법안이 시행될 때에도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것은 의무규정이 아니라 권고사항으로 처리했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느껴 명예퇴직이 오히려 늘어나기도 했다. 중소기업계는 정년연장 이전에 임금체계 개편을 비롯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이 선결과제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60세 정년연장도 기업에서 제대로 안착을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해 중장년 인력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응답이 89.3%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높은 인건비(47.8%)”가 가장 많았다.

기업이 짊어져야 할 실질적인 인건비 부담은 천문학적인 숫자다. 지난 2020년 한국경제연구원은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면 한해 16조원에 가까운 추가부담이 발생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구미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도 지난해 12고령화 시대의 고용연장 논의의 쟁점과 과제를 통해 한국기업의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에서 고용이 연장되면 기업의 비용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이러한 기업의 부담이 신규 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구미현 전문위원은 고용연장 논의는 고용확대와 임금조정이 함께 이뤄지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며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한계와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고령화로 인한 인력수급 문제 해결로 정년연장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정년연장은 세대간 일자리다툼, 노사갈등 기업부담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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