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사회공헌 양극화
CSR서 ESG로 전환, 中企 부담↑

개인적 선의에만 기대선 안돼
경영·사회공헌 통합 전략 필요

성큼 다가온 ESG 시대에 중소기업의 새로운 사회공헌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본지는 3회에 걸쳐 정진경 광운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의 <중소기업의 ESG 전략 경영 시리즈>를 연재한다. 정진경 교수는 사회복지정책, 자원봉사, 비영리섹터 분야 전문가다.

정진경(광운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정진경(광운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하얀 백설기 위에 형형색색의 앙금으로 빚어낸 꽃장식의 떡 케이크를 상상해 보자. 맛은 기본이요 시각과 정서적 만족까지 사로잡으며 일반 떡보다 2배 이상의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릴 것이다. 이제 싸고 맛있는 떡이면 충분한 시대가 아니다. 앙금 치장은 사치가 아니라 본래 상품에 가치를 더하며 온전히 통합돼 더 큰 상품 가치를 만들어 낸다.

기업 사회공헌에 대한 필자의 인식 역시 그러하다. 사회공헌은 기업 경영의 본질에 녹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체 수의 99.9%, 고용의 82.7%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게 사회공헌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일인 듯하다. 다양한 지표에서 나타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와 마찬가지로 사회공헌 역시 양극화된 모습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과 중소기업사랑나눔재단의 보고서를 비교해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사회공헌 비용은 대기업 1개사가 192000만원을 쓸 때 중소기업은 2150만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고, 지원분야는 대·중소기업 모두 아동청소년 분야가 가장 많았다. 대기업의 사회공헌 방식은 임직원 봉사(53%)가 가장 많았고, 프로그램은 H(보건의료), O(비대면, 온라인), P(문제해결 지원), E(환경)의 특징을 보였으며, 비영리단체 등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프로젝트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기업은 현금기부(88%)가 가장 많았고 임직원 봉사(8.3%)나 사회공헌 프로그램 직접운영(3.1%) 비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공헌 활동의 주요 동기는 대기업은 지역사회문제 해결 및 발전(36.3%),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요구 이행(26.3%), CEO의 철학(20.4%) 순이었으며 중소기업은 CEO의 의지(77.6%)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62.5%) 순으로 나타났다.

절대적인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중소기업 1개사의 평균 사회공헌 비용은 대기업보다 20배가량 적다. 중소기업은 CEO와 현금기부(88%)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며, 기업 사회공헌의 초기 방식인 임직원 봉사활동은 8.3%에 불과하다.

기업 사회공헌을 통해서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 직원의 조직몰입과 충성도 향상, 기업 평판과 경영성과 제고라는 기업의 사회공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일반적 성과를 제시한 자료를 발견하기도 어렵다.

인증샷과 감사의 미담만으로는 힘든 경영 여건에도 통 크게 기부하는 중소기업 사회공헌의 의미와 가치를 알리며 더 많은 중소기업의 사회공헌 참여를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기업 사회공헌에 내재 된 개념적 의미에서부터 찾아보았다.

1950년대 해외에서 시작된 기업 사회공헌은 기업 이윤 기부나 봉사활동으로 사회 개선에 기여하는 기업의 자선적 책임을 강조한 용어다. 1990년대 우리나라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장된 초기 사회공헌활동 역시 임직원 자원봉사와 기부, 혹은 특정 프로젝트 지원이 주를 이뤘다. 자선적 개념의 기업 사회공헌은 자칫 경제적 이익이나 충분한 인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방식이며, 본질적인 경영 자체와 사회공헌을 분리시킬 우려가 있다.

그러니, 사회공헌 실천의 가장 큰 저해 요소로 재원 부족과 인력 부족, 무관심 문제를 꼽고 있는 중소기업에게 사회공헌은 전사 차원의 제도라기보다 CEO 개인이나 일부 직원들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CSV(공유가치 창출), 윤리경영, 지속가능경영이 유행처럼 번진 데 이어, 이제는 ESG(환경, 사회, 기업 지배구조) 경영이 홍수를 이루고 있으니 버거움은 더 커져간다.

중소기업의 사회공헌은 선의에만 기댈 수 없다. 그렇다고 많은 비용을 들여 무리하게 추진하기도 힘들다. 중소기업의 생존은 물론 지역사회와 공존하며 더 큰 사회적·지구적 위기에 대응하면서 지속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경영에 사회공헌이 통합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며, 각자의 몸에 개성 있게 맞춘 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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