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인력난에 빠진 중소기업] 코로나 장기화로 외국인력 수급 비상
中企 60% “항공료·격리비 부담 의향 있다”
섬유·조선·뿌리 업종 ‘신속입국’ 대책 시급
중기중앙회, 고용노동부와 조만간 긴밀 협의

작년 예정인원 약 4만 중 겨우 7500명만 입국
오미크론 탓 올해엔 4.4% 뿐 “망하란 얘기냐”

#지난 210일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에서 열린 1차 섬유산업위원회에서 한상웅 대구경북패션칼라협동조합 이사장은 대구·경북 지역의 인력난 실태를 토로했다. 한상웅 이사장은 이날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에게 현장마다 일할 사람이 부족해 공장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너무 처참한 상황이라며 신속한 외국인 근로자 배정으로 숨통을 좀 열어달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박평재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민간이 먼저 나서 외국인 인력난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박평재 이사장은 올해도 외국인 근로자 입국 상황이 나아진 게 전혀 없는데다가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중소기업이 자부담을 할테니 전세기라도 띄워 외국인 근로자를 신속하게 들여 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년간 정부의 미온적인 외국인 근로자 도입정책에 지친 중소 제조업체들이 긴급 자구책을 마련하자는 움직임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110일 부산시에서 열린 4차 조선산위원회에서도 중소기업 인력난의 심각성이 주된 화두였다. 최금식 조선산업위원장은 우리나라 선박 기업들이 8년 만에 최대수주를 달성해서 앞으로 3년치 일감이 확보됐다하지만 조선업종의 중소기업들이 납기를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 이유로 최 위원장은 조선업계 전반에 외국 인력이 정말 턱없이 부족하다며 일해야 할 물량은 충분한데 일할 사람이 없어 생산을 못하는 역설적인 인력공백 현실을 설명했다.

 

제조 중소기업들이 직면한 외국인 인력난 상황이 심상치 않다. 특히 섬유·조선·뿌리 등의 업종은 내국인 근로자가 기피하는 만성적인 인력기근에 시달리고 있는데다가 지난 2년간 외국인 근로자의 대규모 입국 차질까지 설상가상이 되자 이제 폐업하란 얘기냐는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지난해 국내에 입국하기로 했던 전체 외국인 근로자 52000명 가운데 20.1%에 그친 1501명만 입국하면서 인력난을 촉발시키고 있다. 이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 배정 비중이 가장 높은 제조업은 당초 39700명 목표계획의 19%에 불과한 7547명만 입국했다.

 

올해 신규배정 외국인력 입국 요원

언제 한국에 들어올지 모르는 입국대기자의 줄도 계속 늘어나는 공급 정체기에 빠졌다. 정부는 2020~2021년 제조업의 외국인 대기자 37000명을 올해 입국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초부터 오미크론 대확산 탓에 입국 차질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에는 필리핀에서 40명이 입국예정이었지만 출국 직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12명만이 한국 땅을 밟았다. 네팔은 확진자 증가로 전세기 운항이 취소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에 정부가 올해 제조업에 신규 배정한 외국인 근로자 44500명의 입국도 사실상 요원하다는 게 업계 우려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월말 기준 제조업의 외국인 근로자 입국 인원수는 1947(4.4%)에 그쳤다.

앞서 박평재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중소기업이 자부담을 해서라도 전세기를 띄워 외국인 근로자를 들어오게 하자는 제언은 정부가 기본적인 외교 노력만 보태준다면 인력 부족이 심각한 산업부터 외국인 근로자를 우선공급 받아야 불을 끌 수 있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발언이다. 일부 제조 중소기업은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의 자가격리 비용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할 정도로 정부가 신속 입국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들끓는 분위기다.

 

대책 미루다간 존폐 기로

중기중앙회가 최근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 2만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 가까이가 항공운임료와 자가격리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1명의 외국인 근로자 입국비용은 국가별 편차가 있지만 항공운임은 약 100만원, 격리비용은 약 80만원 등 총 180만원 수준이다.

중기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항공운임과 자가격리비용 납부 의향이 있는 중소기업 명단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고 신속 입국 방안을 구체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와 중기중앙회 등 유관기관이 총 1200실 규모의 외국인근로자 자가격리 시설을 확보해 월 4800명의 근로자를 수용할 수 있다. 이에 현지에서 코로나 검사, 백신접종 등이 이뤄진 외국인근로자에 대해서 빠른 입국을 허용해 확보된 자가격리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제조업계가 염원하는 외국인 근로자 신속 입국 시행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뿌리산업 인력난의 불길이 폐업으로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태석 경인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외국인 인력난을 겪던 업체들이 최근 들어 여기저기 폐업을 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정부가 4차 산업 활성화 정책 노력의 0.01%만이라도 뿌리산업의 외국인 인력 부족 문제를 살펴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양태석 이사장의 말처럼 최근 공장을 정리하는 뿌리산업 중소기업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고 폐업의 촌각을 다투는 곳도 수두룩하다. 지난해 경인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회원사 가운데 3곳이 문을 닫아 현재 12곳이 운영 중이다. 대표적인 뿌리업종 단체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도 지난해 20여곳이 폐업하면서 200여개로 줄었다.

 

외국인력 쓰는게 특혜?

도금 분야 기업들의 단체인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도 조합원사가 지난 2019418개에서 코로나가 본격화된 2020360개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는 300개 아래로 급감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뿌리산업의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최악의 상황이다.

뿌리산업 중소기업들의 소멸은 우리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단지 뿌리 중소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제조업 및 전체 산업분야까지 위기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조 중소기업 대표는 정부에선 외국인 근로자를 쓰는 게 무슨 특혜나 편의라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왜 제조 중소기업이 오죽하면 외국인 인력에 의존하는지 현장을 한번 와서 깨달았으면 좋겠다며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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