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국가 통계를 보면, 2010년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세다. 코로나 시국이었던 2020년에도 감소를 이어갔다. 아마도 2021, 2022년도에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들이 팔던 편의품이나 일용품들이 모바일로 넘어가거나 대형 할인점으로 갔기 때문이다. 지물포, 철물점, 전파상, 문구점, 시계포 등이 대표적이다. 다이소 같은 할인점이 사실상 과거 자영업의 종합백화점 같은 대체재가 된 것이다.

얼마 전에 전등을 수리하는데 나사 몇 개가 필요했다. 아무 생각없이 운동화를 신고 동네에 나갔다가 살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동네에는 백화점과 슈퍼마켓 외에 자영업은 세탁소와 제과점, 식당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참을 걸어서 할인점까지 가야 했다. 오랫동안 나는 이런 잡동사니를 사러 동네 철물점이나 전파상에 들르곤 했다. 이제 그런 가게는 천연기념물 같다. 우리 삶의 구조 자체가 바뀌었고, 최소한 바뀌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친절세탁소백양사같은 이름이 흔하던 세탁소도 체인점이 대세다. 요즘은 더 진보했다. 모바일로 들어갔다. 주로 아파트 생활을 하다보니, 문 앞에 세탁물 보관함을 결속해 두고 모바일로 수거를 신청하면 세탁 처리해서 도로 넣어둔다. 이 과정에서 생략된 것은 대면의 온기다. 코로나 비대면 시대라 한편으론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나 같은 과거 세대는 이런 것이 오히려 불편한 구석도 있다. 어쩌랴. 시대는 변하기 마련인 걸.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줄지만 산업 안에서 비중은 OECD 중에서도 제일 높은 축에 든다. 그 중에서 식당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식당만 따지면 OECD 1등이다. 우리나라 산업 구조, 취업 구조 등에서 이런 현상은 매우 불안정한 노동시장을 시사한다. 식당은 폐업률도 아주 높다. 그런데도 시장 진입은 더 많아지고, 더 몰린다. 특히나 청년층의 외식업 밀집은 심각하게 생각된다. 우스갯소리로 주변에서 한 사람 건너 식당·카페 업자라는 말도 있다. 다 시장에 쏟아져나와 외식업을 하면 다른 일은 누가 하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을 정도다.

이런 쏠림현상은 몇 가지 내부적 요인이 있다. 첫째, 식당과 카페(요식업이라 칭하자) 진출이 쉽기 때문이다. 행정적으로 아주 간편하다. 언젠가 뉴욕에 갔더니 후배의 식당이 준비만 1년째 하면서 문을 못 열고 있었다. 인테리어 하나 하는 데에도 행정, 소방, 위생 등 각 담당 관청의 현장 점검과 허가가 아주 늦기 때문이다. 또 아주 꼼꼼하게 본다. 한국도 이런 과정이 있지만 대개 당국에서 편의를 많이 봐준다. 영세한 자영업자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는 배려가 기본이나, 행정 인력이 적어서 그런 것도 같다. 워낙 많이 생겼다 없어지고 다시 생기는 요식업에 일일이 와서 점검하고 판단할 공무 인력이 충분한 것도 어려운 일이다. 위생교육도 민간에 위탁되어 있고, 개업 후 위생점검도 컴퓨터로 비대면 실시한다.

둘째, 이래저래 사업체가 망하거나 축소되는 등 해고가 많고, 해고나 퇴직 후 재취업이 아주 어려운 한국의 노동 환경 때문이다. 나이 들어서 재취업은 더더욱 어렵다. 어딜 가겠나.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치킨집의 과당경쟁은 여기서 발생한다. 다른 요리에 비해 기술이 간편하고, 가망 고객은 아주 많고, 창업비용은 비교적 낮다. 다른 업종에 비해 거의 배달 전문이라 이점이 많다. 주인이 직접 기술을 배워 인건비를 줄일 수 있으며, 홀 직원이 필요없고, 주방 하나 정도의 공간으로 창업할 수 있으며, 가게 위치가 한적한 곳이어도 문제없다.

하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오히려 시장 과다 진입, 과당 경쟁이 불가피한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세상의 시선도 곱지 못하다. 언론에서는 툭 하면 생산자가 1천원에 파는 닭이 왜 치킨이 되면 2만원이냐, 중간 과정에서 폭리가 심하다고 비난하며 많은 소비자들도 그리 믿고 있다. 리뷰로 테러를 받고, 사장은 밤잠을 못 이룬다. 그래도 외식업은 외형 자체는 성장세가 줄지 않는다. 어떤 산업 분야에서 이런 문제점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조정을 받게 마련이다. 그러나 외식업은 그렇지 않다. 경쟁이 심할수록 시장 진입은 더 많아진다. 도대체 누가 외식업 아닌 일을 해서 돈 벌어 외식업을 먹여살리는지 의아하다는 말이 시중에 돈다.

외식업도 중요하다. 하지만 누군가 외식 아닌 일을 해야 대한민국이 돌아간다. 중기의 현장은 늘 인력부족을 호소한다. 외국인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현장이 태반이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이 다 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지만, 이런 분야에 공약을 내놓고 당선 후 실천하는 지도자가 필요한 시대다. 현 정부의 고민이 다음 정부에서는 반드시 해결될 수 있도록 현명한 지도자가 당선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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