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주일 넘게 지속되면서 국내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서방국들의 경제제재가 강화되면서 우리기업들의 수출입 차질도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천연가스 선물가격이 한때 194유로까지 치솟고, 유가도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10년만에 처음이다. 미국은 독자적으로 7개 분야 57가지 제품에 대한 수출 통제를 발표했고, 유럽연합(EU)는 러시아 7개은행을 오는 12일부터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 은행들이 SWIFT에서 배제되면서 보험사들은 러시아행 무역선들에 대한 주요 화물파손보장보험인 해상적하보험(Cargo Insurance)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운사들이 러시아 주요 항구로 상품을 운송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어렵게 원부자재를 확보해도 현지로 운송하거나 가져오는 길이 막혀 운송 차질이 불가피한 상태이다.

게다가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 보조를 맞춰 대러시아 독자제재에 나선 유럽연합(EU) 27개국과 호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영국 등 32개국은 미국의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생산한 경우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인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면제국이 됐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예외 적용이 되면서 일단 한숨은 돌리게 됐다. 2021년 기준 러시아는 한국 수출의 약 1.6%, 수입의 2.8%를 차지하는 10대 교역상대국이다.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 철구조물, 화장품 등을 수출하고, 나프타, 원유, 유연탄, 천연가스, 알루미늄 등 원자재를 수입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우리기업들의 피해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당시에도 서구권 국가들의 경제제재로 우리 수출 기업들의 2015년 대러시아 수출은 53.7%나 감소한 바 있다. 러시아에는 조선, 자동차 등 주요 기간산업이 진출해 있어 대금결제 문제가 지속되는 경우 협력 중소기업의 연쇄적인 유동성 악화도 우려된다.

전력차단기를 생산하는 A기업은 지난해 1100만달러를 수출하면서 무역보험에 가입해 대금회수에 큰 문제가 없지만 추가 수출을 계약한 1400만달러는 선적을 대기하고 있는 상태이다.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B기업은 대러 금융제재로 인해 러시아에 납품한 제품의 대금결제가 어려워질 것을 예상해 지난 2월말 선적을 중단했고, 악성재고로 인한 유동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충돌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중소기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긴급 유동성 공급 등 신속한 피해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대다수 중소기업은 급격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납품단가에 이를 쉽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원자재 수급 불안과 가격 급등에 따른 피해 최소화 장치도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나프타, 플라스틱 등 주요 수입 원자재의 할당관세 적용을 확대해 원자재 가격 안정화를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 비축품목 확대와 알루미늄, 원유 등 정부 비축분에 대한 가격 할인, 외상판매 이자율 인하 등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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