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봄이(삼익유가공 대표)
이봄이(삼익유가공 대표)

필자는 내 나이만큼 오래된 아파트에 산다. 어느 날 안방 천장 구석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방을 둘러보니 침실 벽면은 이미 벽지가 흠뻑 젖은 채였다. 급하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연락을 했더니 난방, 배관, 전기 등 각 분야 기술자들이 한 시간에 한 번씩 초인종을 눌러 댔다. 결국, 이틀 동안 윗집과 우리 집은 하릴없이 현관문을 열어놓고 지냈다. 예전에는 손님이 오면 누구라도 오렌지주스 한 잔 정도는 대접했다만 이제는 멀찍이 떨어져 마스크 너머 설명을 들었다.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의 숙명인가 싶어 안타깝다가도 여러 전문가의 손길 덕분에 제자리를 찾은 일상에 감사한 마음이다.

정보통신기술,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이 발달하면 직업세계와 의식주의 근본이 바뀔 것이라고 예측한다지만 아직 물 새는 천장을 고쳐주신 전문가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어 감사하고 한편으론 통쾌하다.

최근에는 우리도 오미크론 방역을 위해서 비대면 화상회의와 재택근무를 상시화했다. 하지만, 제조와 영업이 비대면으로 전부 될 리가 없다. AI로 드론을 띄운다고 천장에 새는 물을 막을 수 없듯 사람의 직접적인 손길이 필요한 작업은 아직도 많고, 중소 제조업이라면 대부분 그러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코로나19 범유행의 여파는 자영업자 뿐 아니라 중소 상공인에도 집중된다. 그 대책으로 소상공인, 소기업의 피해회복과 방역지원을 위해 방역지원금을 지급한 것은 그 금액이 부족하다고는 해도 발 빠르게 시행을 했으니 일단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오미크론의 위력을 피하지 못해 며칠간 운영을 멈춘 우리 공장은 피해를 구제받기 힘들어 보인다. 방역수칙을 잘 지켰다고 자부했지만, 밀접 접촉자를 자가 격리하던 때에 기숙사에 근무하는 공장직원이 확진되고 나니 공장을 운영할 인원이 부족했다. 여러 방면으로 지원책이 있는지 알아보았지만 공장이 멈춘 피해는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모든 업종, 특히 제조업에 대한 방역지원금 지급 매출액기준을 완화하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쉽다. 음식점, 숙박, 교육서비스 등의 업종은 매출액이 소기업 기준을 넘어서도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방역지원금의 취지가 방역조치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은 분들을 보상해 주는 것이니 그러려니 하겠다.

방역지원금 외에, 점점 힘들어지는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코로나 이후 전 국민의 실질소득,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었고 가계부채는 가구당 천만원 가까이 늘어났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뿐 아니라 전 국민의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해진 것이다. 당연히 내수시장의 활성이 떨어지고 제조업은 성장을 멈춘다.

그나마 수출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석유 등 업종을 앞세워서 16개월 연속 증가를 하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기는 하나, 내수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그 사정이 더욱 초라해 보인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가계부채를 떠안아 줄 수 있을 정도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전 국민에게 해야 한다.

지난 몇 차례 재난지원금으로 잠깐이나마 소상공인, 중소자영업자들의 숨통이 트였을 때가 있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가처분 소득과 소비를 회복시키는 효과가 확실하고, 그 효과는 내수시장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에 분명히 전해진다.

중소기업에게 저금리 대출을 알선해 주는 것은 지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언 발에 오줌 누기꼴이다. 재난지원금을 극적으로 늘리는 것에 대해 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국가부채비율이 우리보다 3배가 넘는 나라도 GDP 대비 1인당 5%씩 지급하는 마당에 속 좁은 소리를 하며 고통분담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국가적 재난에 대한 합리적인 대처는 피해를 국가가 버텨내고 관리하는 것이지 국민에게 그 피해를 전가시키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큰 선거를 앞두고 있어 오해를 피하고자 더 이상 논의가 없다고 나름대로 그 사정을 이해해 보겠다. 누가 당선이 되든, 선거 후에는 전 국민을 살리고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는 지원 정책이 시행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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