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사태로 러 사업 철수
적자 기록하며 구조조정 착수
탄소제로 가속, 신성장 정조준

에너지 공룡으로 불리는 엑손모빌이 지난 1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에서 운영 중인 유전 개발사업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40억 달러를 투자한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신규 투자도 중단하기로 했다.

엑손모빌은 미국 제조업의 대표 주자였고 한때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IT·바이오 등에 밀리며 고전해왔다. 엑손모빌은 2020224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4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회사는 일자리 14000개를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같은 해에는 92년 만에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에너지 공룡’으로 불리는 엑손모빌이 지난 1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에서 운영 중인 유전 개발사업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엑손모빌은 2050년까지 탄소제로를 실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엑손모빌은 탄소제로 실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CEO는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일부 유럽 경쟁사들의 탄소감축 목표를 미인대회(beauty competition)’에 비유하며 목표 달성을 위한 실질적인 계획이 부족하다고 비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행동주의 헤지펀드 엔진넘버원이 지난 3월 주주 표결을 거쳐 엑손모빌 이사회에 3명을 앉혔고, 이후 회사의 탈()탄소화 노력 및 전략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엔진넘버원은 그동안 미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월스트리트저널(WSJ)투자자들은 엑손모빌이 적자를 기록한 이후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시류에 맞춰 변화해야 하며 보다 과감한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력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방안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대런 우즈 CEO는 탄소제로 목표를 달성하려면 석유 및 가스 자산을 매각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엑손모빌은 연례 투자의 날 발표를 앞두고 배출가스 감축과 저배출권 사업 기회에 대한 투자 계획을 포함한 일련의 계획을 밝혔다.

대런 우즈 CEO우리는 안전, 신뢰성, 환경 성과, 수익 및 현금 흐름 성장, 그리고 궁극적으로 주주 수익 측면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우리는 규모, 통합, 기술, 기능적 우수성 및 고도로 숙련된 인력이라는 경쟁 우위를 최대한 활용, 배출 목표를 포함해 사회의 요구를 충족하는 해결책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또 엑손모빌은 텍사스 베이타운에 있는 통합 정제 및 석유화학 부지에서 수소 생산 공장과 세계 최대 탄소 포집 및 저장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을 공개했다. 앞으로 2~3년 안에 최종 투자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규제 인허가 및 엔지니어링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엑손모빌 측에 따르면 이 시설은 일반적으로 천연가스를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변환해 생산된 블루 수소를 포집해 영구적으로 저장한다. 하루에 최대 10억 입방 피트의 블루 수소 생산이 가능하며, 연간 최대 1000만 미터톤의 이산화탄소를 운송·저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136년 역사를 가진 엑손모빌. 시장에서는 그 어느 시기보다 회사가 변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엑손모빌은 진짜 변화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가?”

 

- 하제헌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