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트 디즈니를 꿈꿔왔던 넥슨 창업주인 고() 김정주 엔엑스씨(NXC) 이사가 영면에 들었다. 향년 54.

한국 밀레니얼 세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넥슨 게임을 즐겨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람의나라’ ‘카트라이더’‘퀴즈퀴즈(큐플레이)’‘마비노기’‘던전앤파이터’‘테일즈위버’ ‘크레이지아케이드넥슨 게임은 셀 수 없이 많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가 넥슨 리즈 시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어릴 때의 추억과 낭만, 누군가에겐 게임 개발자라는 꿈을 꾸게 해준 계기를 선사한 게임들이다.

대한민국 게임산업계의 엄청난 자산인 천재사업가 김정주의 부고는 이제 대한민국의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는 스타트업 성공기업가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시선이 필요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대한민국 게임산업계의 엄청난 자산인 천재사업가 김정주의 부고는 이제 대한민국의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는 스타트업 성공기업가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시선이 필요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김정주 별세 소식이 지난 1일 알려지자 정보기술(IT) 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넥슨 및 계열사를 비롯해 일부 타 게임사도 보도자료 배포 등 홍보 활동을 멈추며 그를 기렸다.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엔엑스씨(NXC) 이사는 1991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서 학사학위, 199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과에서 석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김정주 이사는 199412월 넥슨을 창업하면서 대표 게임인 바람의나라를 개발했다. 이후 다양한 게임을 성공시켰다. 이들 게임 성공으로 넥슨은 국내 대형 게임사로 발빠르게 올라섰다.

김 이사는 20056월 넥슨 최고경영자(CEO)로 나서기 전까지 약 10여년간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았다. ‘은둔형 경영자로 주목받게 된 계기다. 그의 수식어인 사장실에 없는 사장’ ‘괴짜 천재도 이러한 운영 형태에서 비롯됐다. 넥슨 CEO 취임 이후 불과 얼마 되지 않은 200611, 넥슨 지주사 NXC(구 넥슨홀딩스)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NXC2005년 설립된 글로벌 투자회사로, 일본에 상장한 넥슨의 모기업이다. 평소 김정주 NXC 이사는 넥슨을 월트 디즈니처럼 만들고 싶다는 뜻을 피력해왔다. 게임 캐릭터와 스토리 등 넥슨 지식재산(IP)을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키겠다는 의미였다. 김 이사는 넥슨의 창업 과정을 다룬 자서전 플레이라는 책을 통해 디즈니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좋은 회사라며 “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넥슨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발돋움시키기 위한 투자 활동도 활발히 펼쳤다. 차세대 콘텐츠 제작 기반을 다지기 위한 투자를 비롯해, 영화 제작사 AGBO 투자까지 최근 투자 행보로 밝혀진 것만 해도 수백억원에 이른다. 중소 게임사의 반짝이는 게임과 아이디어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소탈한 성격에 그를 좋아하지 않는 업계 인물도 없었다. 비트코인이나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까지 비게임 분야로의 투자 활동도 재조명 받고 있다. 특히 2016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을 인수한 사례는 시대를 앞서나간 선구자로도 불린다.

김정주 이사는 기업가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회와 공존하고 동행할 수 있는 길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이 과정에서 그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도 나온다. 국내 최초 아동 재활병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하기 위해 기부에 힘쓰기도 했다. 2016년 병원이 개원하기까지 꾸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 이사는 본격 기부 활동을 위해 2018년 넥슨재단을 설립했다. 전국 장애 아동이 보다 원활하게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적극 찾아선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에 소아 병동의 중요성에 대한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 넥슨은 중증 장애 아동과 가족을 위한 지원도 확대한 바 있다.

김 이사는 지난해 7NXC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김 이사는 지주회사 전환 후 16년 동안 NXC 대표이사를 맡아왔는데, 이제는 역량 있는 다음 주자에게 맡길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저는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넥슨컴퍼니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그런 그는 지난달 27(현지시각) 미국 하와이에서 별세했다. NXC유가족 모두 황망한 상황이라 자세히 설명하지 못함을 양해 바란다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악화한 것으로 보여 안타까울 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넥슨이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감독 루소 형제와 프로듀서 마이크 라로카가 설립한 AGBO 스튜디오에 4억달러(4800억원) 규모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은 넥슨 판 엔드게임을 기대해왔다. 그런 와중에 김정주 이사의 갑작스런 별세 소식은 IT업계 및 대중들에게 놀라움과 충격을 안겼다. 넥슨은 앞으로도 그의 뜻을 받들어 운영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는 비록 바람의나라로 떠났지만, 그의 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