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서방 세계가 여러 방법으로 러시아를 제재하고 있다. 이 와중에 노르트스트림을 둘러싼 우려가 크다. 노르트스트림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 수송 파이프다. 20119월 노르트스트림1이 개통됐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통과해 독일 해안에 이르는 약 1230길이의 파이프라인이다.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천연가스를 구입하기 위해 2012년 이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노르트스트림2 공사가 마무리됐다. 본격 가동을 위한 독일 정부의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이다. 독일 정부는 빨라도 올해 상반기는 지나야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서방이 대 러 제재 수위를 높이자 러시아는 보복 조치로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막아 유럽으로의 에너지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고 협박하고 있다. 이에 독일은 노르트스트림2 사업 승인 절차를 중단했고, 미국은 노르트스트림2의 건설과 운영을 담당한 기업과 임원들을 제재했다. 사실 노르트스트림2는 유럽국들의 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더욱 높여 유럽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인식돼 왔다.

미국이 사업 초기부터 반대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일시적으로 잠근 적이 있다. 이때 일부 유럽 국가의 난방비가 3배 이상 급증했다. 실제로 러시아가 에너지 자원을 무기화한 것이다.

지난 37(현지 시각)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담당 부총리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서방의 제재에) 상응하는 조치로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할 모든 권리를 갖고 있다이 가스관은 현재 최대 용량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서방의 제재가 계속되면 이를 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20119월 개통된 노르트스트림1은 러시아 서부 항구 도시 비보르크에서 독일 그라이프스발트까지 연결된 가스관으로, 연간 550에 달하는 천연가스를 수송할 수 있다. 러시아와 독일은 이 가스관의 수송 용량을 두배로 확장하기 위한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을 지난해 9월 완공했으나, 독일은 지난달 22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대러 제재의 일환으로 이 가스관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은 그로부터 하루 만인 지난달 23일 노르트스트림2 AG와 임원들을 제재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노르트스트림2 AG는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은 현재 천연가스의 55%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이에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신규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자국 수요를 충족하는 데에도 역부족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 전체는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 의지하고 있다.

한편 노박 부총리는 러시아는 여전히 에너지 공급에 관한 의무를 전적으로 이행하고 있지만, 동시에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거부에 대해서도 준비돼 있다. 어디로 공급선을 돌릴지 알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는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거부 움직임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이어 유가 폭등이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배럴당 300달러 이상도 가능하다며 유럽 시장에서 러시아 원유를 대체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에 대한 대가는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르트스트림2 가동 중단은 미국과 유럽 간의 연대를 흔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당장 차단이 현실화될 경우 다른 유럽 국가의 기업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르트스트림2 프로젝트 비용 중 절반은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즈프롬이 부담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영국·네덜란드 합작법인 로열 더치 쉘, 오스트리아의 OMV, 독일의 빈터셀과 유니페르 등이 부담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노르트스트림2 건설 시공사와 선박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다가 유럽의 관련 국가들이 반발하자 철회한 바 있다. 천연자원과 에너지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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