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훈 칼럼니스트
김광훈 칼럼니스트

직장 생활 내내 사람을 참 많이 만났다. 그러다 보니 명함 관리가 만만치 않았는데 최근에서야 앱을 통해 기억이 나는 사람들 위주로 정리해 봤다.

만프레드라는 고객의 명함이 보인다. 반도체 회사 매니저인 그는 멀리 오스트리아에서 매년 제조 공정과 품질 시스템 감사를 위해 찾아왔었다.

오스트리아는 국토 면적이 남한의 80% 정도 된다. 본래 이렇게 작았던 것은 아니다. 불과 19세기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진 제국이었고 합스부르크 왕가의 위엄과 영광은 쉔브룬 궁에 그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우리도 고구려 시대에 지금 한반도의 2.5배 영토를 가진 적이 있었다고 하며 현재 오스트리아의 상태가 안타깝지 않으냐고 물으니 다 주변 국가에 아웃소싱 한 것이라며 웃어넘겼다. 지금은 없어진 프랑스 식당 쉔브룬에서 합스부르크 왕가 얘기도 하고 대기업 부회장 출신 웨이터로 잘 알려졌던 분의 서빙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요즘 유럽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고 자칫 확전 되는 날이면 세계의 앞날을 예견할 수 없어 모두들 걱정이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비슷한 안보 환경을 가진 우리 입장에선 결코 먼 나라 일이 아니다. 외부 환경에 민감하고 취약할 수밖에 없는 우리 경제와도 직결돼 있으니 꽤 심각한 상황이다.

위키 백과를 통해 들여다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역사적 지식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민족적,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있겠지만, 명분이 빈약한 전쟁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애병필승(哀兵必勝)은 현대전에서도 적용된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아무래도 전력 차이가 커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점치긴 어렵겠지만, 비분강개해서 떨쳐 일어난 우크라이나 군에게 예상보다 고전하고 재블린 대전차 무기에 의해 50배 가까이 비싼 전차들이 맥없이 고철로 변하고 있다. 일정한 전력만 갖춘다면 민주주의가 가장 강력한 국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라 규모가 크고 무기가 많아도 약소국처럼 보였던 나라에게 고전하는 것을 최근 역사에서도 숱하게 보았다.

차이니스 타이베이라고 불리고 중국 내 체류하는 대만 사업가가 100만 명에 이른 다는 이야기가 나돌 때 대만을 방문한 적이 있다. 현지 대만인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예상대로 모병제로 바뀐 지 오래고 군사훈련도 예전에 비해 한결 느슨해졌다는 걸 느꼈다. 물론 금문도 포격 같은 일촉즉발의 위기를 경험한 적이 있어 마냥 안심하고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요즘 상황은 양안관계가 주지하는 대로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싱가포르 고객들이 가끔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받는다고 해 당시엔 <이건 뭐지>하는 생각을 했지만, 평화를 위해서는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정설인 듯하다.

우리는 러시아와 중국 모두에게 치욕을 당한 역사가 있다. 최고위층 인사가 한국보다 20년 뒤졌다고 겸손해하던 중국은 G2로 부상해 문화적, 역사적 도발을 하고 있고 러시아는 소련 때만은 못하지만 광대한 영토에 자원 부국이고 여전히 부동항을 원하며 군사, 우주 분야는 강대국이다.

세계 역사는 잘 모르지만, 기억하기론 유럽에서 늘 변방이었고 중국에게 250년간이나 지배를 받았으며 루스라는 변변치 않은 국가였으나 계몽군주 표트르 1세의 노력으로 세계사의 전면에 등장한 것 같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질서라지만, 국격이라는 게 분명 있다. 그런 점에서 한류라는 문화 콘텐츠와 경제의 양 축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고 있는 한국은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 안보, 외교 뭐하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주변의 참모들은 승리의 기쁨도 잠시 산적한 국내외 현안에 곧 직면하고 압도될 것이다. 요즘 허니문은 그리 길지 않다. 이제는 새로운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선거전에서 특히 불거진 갈등을 봉합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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