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중소기업 지원 취지 빛바랜 지식산업센터
아파트 규제 따른 대체상품 인기, 분양가 천정부지
‘제조업’ 사업자등록증 입주후 업종 변경 제약 없어
정부, 실수요 중소기업 중심의 업무시설로 손질해야

지식산업센터라는 게 있다. 중소기업인들에게는 과거 아파트형 공장이란 이름으로 더 알려졌던 사업장 형태다.

대통령령으로 정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지식산업센터는 동일건축물에 제조업, 지식산업 및 정보통신산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와 지원시설이 복합적으로 입주할 수 있다.

지식산업센터의 본래 취지가 중소기업·스타트업 등 영세 사업자 등이 저렴하게 분양을 받아서 업무 공간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지식산업센터가 부동산 투자자들의 관심 투자처로 뜨면서 가격이 올라 입주를 고려한 영세 사업자들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중소기업 시설지원 취지가 퇴색되는 실정이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지식산업센터를 분양하는 한 중개 플랫폼 관계자는 정부가 아파트 대출 규제를 늘리고 세금을 올리면서 투자자들이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 지식산업센터 등의 틈새시장으로 대거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한 감정평가사는 아파트 규제의 반사이익으로 지식산업센터의 분양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유명 벤처기업이나 브랜드가 입주하는 지식산업센터의 몸값은 주변 아파트 분양가격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한 지식산업센터 전경.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한 지식산업센터 전경.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한 유통전문 중소기업 A대표는 최근 들어 서울 쪽 영업망과의 물리적 거리 때문에 경기도 김포에 있는 사무실에서 서울지역 지식산업센터 쪽으로 알아 보고 있지만 분양가격이 너무 높다월 임대료도 일반 사무실 보다 2~3배 비싸서 지하철에서 좀 떨어져 있는 일반 사무실을 알아보고 있다 고 토로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전국 지식산업센터 신규 승인 건수는 20177620189820191332020141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최근 주택가격이 급상승한 수도권에만 지식산업센터 분양 및 예정물량이 80%가 넘게 몰려 있다. 그럼에도 마땅히 입주를 고려할 만한 지식산업센터는 역부족이다. 영세 중소기업들에겐 풍요 속 빈곤이다.

<중소기업뉴스>가 매년 치솟는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지식산업센터의 몸값으로 인해 저렴한 사무공간을 찾는 영세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Q&A로 정리해 봤다.

 

Q 서울과 수도권의 지식산업센터의 가격 변동이 얼마나 심한가?

최근 2년 사이에 가격이 2배 정도 뛴 곳이 수두룩하다. 지식산업센터 가격 폭등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서울 성수동에 있는 지식산업센터 서울숲포휴. 지난해 11월이 최근 실거래 가격인데 3.3()3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매매됐다. 이 지식산업센터는 2016년 입주 당시 3.31000만원이 안됐다. 5년 동안 3배가 폭등한 것이다. 다른 데도 사정이 비슷하다. 구로디지털단지나 영등포 주변의 지식산업센터도 3.32000만원을 넘는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매년 수십 % 가격이 오르는 게 상당하다.

Q 지식산업센터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정작 입주 혜택을 봐야 할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 대상에서 밀려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중소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가 오히려 독이 됐다. 지식산업센터는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양도세, 종부세 등 과세 여부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 입주시 대출이 80%까지 나오는 데다가, 전매제한도 없다. 실입주 기업의 취득세 50%, 재산세 37.5% 감면 혜택이 올 연말까지 연장됐다. 그러다보니 아파트의 대체 상품으로 투자자들을 유혹하기 딱 좋은 상품이 됐다. 또 최근에는 특화설계가 가능해 다양한 부대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 이른 바 고급화시설로 거듭난 것이다. 강남권 주변 지식산업센터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Q 투자자들이 사업 목적이 아닌 임대업으로 차지하는 지식산업센터의 비율이 어느 정도 되나?

최근 국토연구원이 입주 업종별 이용행태를 분석한 적이 있는데 수도권에는 8.8%, 비수도권 13.0%비거주용 건물 임대업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시장에선 비거주 임대업을 목적으로 하는 가수요 집단이 있기 마련이다. 대규모 공급물량을 받아내주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가수요 집단이 전체 지식산업센터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Q 지식산업센터의 입주자격에 제한이 있는데 어떻게 임대업 사업자들의 주된 투자상품이 되는가?

지식산업센터는 사실상 개인 혹은 법인 등 사업자등록만 하면 다 분양받을 수 있다. 또 처음에 사업자등록증에 제조업, 지식산업, 정보통신업이 있으면 되고 신고가 끝나고 나면 업종을 변경해도 상관이 없다. 그래서 실제 기업 운영이 아닌 임대나 전매를 통한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분양받는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이 가능한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지식산업센터에 한번 들어오면 시설의 편의성과 직원들의 만족도 때문에 일반사무실로 다시 옮기는 게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이들 중소기업들이 주요 업무지역 지식산업센터에 입주를 쉽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 사실상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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