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역사서 한서(漢書)에 언급된 해현갱장(解弦更張)’은 한자 그대로는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다시 팽팽하게 바꿔 멘다는 말이다. 기업이 이를 인용할 경우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을 내포한다. 교촌치킨이 최근 슬로건으로 이 단어를 내세웠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가 국내 치킨프랜차이즈 매출 1위 기업을 넘어 100년 글로벌 종합식품외식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변신을 꾀한다. 대대적인 변화를 통해 비전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교촌은 지난 30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본에 더욱 충실하는 한편, 올해를 새로운 시작의 원년으로 삼아 변화한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대대적인 혁신에 돌입한다.

우선 조직개편을 통한 신경영 체계를 구축하는 데 나선다. 전문성과 유연성을 증대하기 위해 전 조직을 업무연관성에 따라 6개 부문으로 재편한다. 특히 각 부문별로 대표 직책을 둬 영역별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함으로써 회사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대표이사 체계에도 큰 변화를 주문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교촌은 오는 3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창업주인 권원강 전 회장과 윤진호 전 비알코리아 경영기획실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안건이 통과될 경우 권 전 회장은 3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할 전망이다. 이 경우 권 전 회장이 갖는 경영 장악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교촌 지분 69.20%를 소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가 국내 치킨프랜차이즈 매출 1위 기업을 넘어 100년 글로벌 종합식품외식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변신을 꾀한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가 국내 치킨프랜차이즈 매출 1위 기업을 넘어 100년 글로벌 종합식품외식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변신을 꾀한다.

앞서 권 전 회장은 지난 20193월 창립 28주년 기념일 행사에서 경영 퇴임을 공식 선언하고 창사 이래 최초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선포했다. 교촌의 지속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회장직과 대표이사직을 모두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전면 물러섰었다. 그러나 당시 뒷배경엔 6촌인 권순철 전 교촌에프앤비 상무의 직원 폭행 갑질 논란이 자리하기는 했었다.

권 전 회장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젊은 시절 가족의 생계를 위해 노점상, 해외건설노동자, 택시 기사 등을 거치다 199140세의 나이에 경상북도 구미시에 10평 남짓한 작은 가게로 창업한 교촌치킨을 업계 1위 치킨 프랜차이즈로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권 전 회장이 다시 경영에 복귀할 경우 안정적인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교촌치킨의 성장세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SK계열사 출신의 조은기 대표이사와 롯데그룹 출신의 소진세 대표이사가 대표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보여 권 전 회장이 다시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교촌은 주총에서 조은기 대표이사를 사내이사에서 해임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지난해 3월 영입 당시 부여된 임기는 오는 20243월까지였지만, 임기도 다 채우지 않고 1년 만에 해고하는 셈이다.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소진세 대표이사의 연임 안건도 상정하지 않은 것으로 미뤄 볼 때 소 대표 역시 대표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권 전 회장은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한 전문경영인 체계에서 3년간 교촌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끌어온 소 대표의 성과를 이어갈 전망이다. 실제 지난 3년간 교촌은 그간의 사업영역과는 다른 방향에서 다양한 행보를 보이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우선 지난 2017년 첫 연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계속해서 매출 상승 신화를 써내려갔다. 특히 지난해 경우 연결기준 매출액이 5000억원을 넘기기도 했다. 교촌은 주류제조면허를 취득하고 지난해 8월 강원도 고성군에 문베어브루잉수제맥주 공장을 개장하며 신성장동력으로 수제맥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가맹점 역시 중대형 매장으로 전환시키며 매장당 생산량 증가로 인한 성장을 꾀했다. 지난달 말 기준 전 세계 6개국에 총 65개 매장을 운영하는 등 해외 사업에도 적극 나섰다. 20235월 준공을 목표로 지난해 9월부터 판교 신사옥도 건립 중이다.

특히 교촌은 외식 프랜차이즈 최초로 20201112일 코스피시장에 직상장했다. 지난 2018년부터 기업공개(IPO)를 준비했다 번번이 무산됐지만 3년이 채 되기 전 전문경영인 체계에서 그 결실을 맺은 셈이다. 다만 실적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계와 달리 창업주인 권 전 대표가 지닌 강점은 상생이다. 당장의 실적 증대는 어려울 수 있으나 가맹점 및 협력 업체와의 동반 성장을 통한 중장기적인 경쟁력 강화가 가능하다. 권 전 대표는 지난해에도 100억원을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위해 사재로 출연했으며, 올해 역시 330억원을 나눔 경영철학 실현을 위해 내놨다. 무한 경쟁 중인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상생의 가치를 앞세운 권 전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교촌의 행보가 기대되는 바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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