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칼럼] 요시 셰피 (MIT대학교 교수)
제품부족·원자재값 상승 촉발
과잉주문으로 경제침체 우려
현금절약·재고해소 발등의 불

요시 셰피 (MIT대학교 교수)
요시 셰피 (MIT대학교 교수)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촉발된 공급망 교란처럼 제품 부족과 가격 상승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것보다 상황이 빨리 완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일어난 이번 전쟁은 많은 전문가의 우려처럼 제조업의 재고 축적으로 인해 경기 침체를 불러 올 수 있다.

 

비교적 빠르게 진정 국면으로

사실 소비재 부족과 가격 상승은 러시아의 침공 이전부터 이러한 부족 현상은 막대한 현금 투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를 부양하려는 정부 개입으로 인해 수요가 매우 증가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사업 폐쇄와 노동력 부족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됐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부추겼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이러한 추세를 극적으로 가속화시켰는데, 일반 휘발유 평균가격이 1갤런(3.78리터)4달러를 넘어 계속 상승하자 미국은 크게 동요했다. 이처럼 가격 상승이 심상치 않지만, 다음의 몇가지 이유로 소비재 부족과 가격 상승 현상은 비교적 빨리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이유는, 제품 수요의 현저한 감소를 예상할 수 있다. 팬데믹이 한창일 때, 특히 2021년에는 외식 등 많은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소비자들은 상품 구입에 아낌없이 돈을 썼다. 이제 코로나19 대유행이 점차 잦아들면서 상황은 바뀌고 있는데, 이는 결국 지출의 상당 부분이 서비스 분야로 옮겨가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이유는, 정부가 조만간 더 많은 경기 부양책을 시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게다가, 각국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고, 금리를 인상하고 경제를 둔화시킬 여러 인플레이션 방지 대책을 취하고 있다.

수요 감소 요인으로 높은 가격이 소비자 구매 행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고물가 환경에서 소비자는 무엇을 언제 구매할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인들의 경우 1갤런의 연료 가격이 4달러 선을 넘어서면 자동차 연료 탱크를 채우는 것에 대해 더 신중히 생각하며 소비한다.

또 다른 제품 부족과 가격 상승 요인으로 화물 운송 비용이 있다. 리서치 회사 드류리(Drewry)가 발표하는 세계 컨테이너 지수(World Container Index)는 감소 추세인데, 미국 롱비치 항과 로스앤젤레스 항 밖에 정박해 있는 컨테이너선의 대기 줄이 줄어들고 있어 제품 부족 해소와 운송 가격 하락세는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그리고 유가 상승으로 인한 추가 가격 인상 기간이 지나면 향후 몇 주 동안 운송 비용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더 저렴하게 더 많은 제품을 살 수 있다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이러한 이익은 경제 침체로 인해 사라질 수 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분명히 가능해진 결과이다. 전쟁은 경기 침체의 채찍 효과(bullwhip effect)’를 촉발하고 세계 경제를 쇠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 2년간에 걸친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본격적인 경기 침체를 부채질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압력은 축적돼 왔다. 팬데믹 동안 시장은 제품과 노동력 부족에 줄곧 시달려 왔다. 또한,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공급망을 따라 과잉 주문이 증폭되는 채찍 효과는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그 여파가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퍼지기 때문에 이러한 방아쇠를 언제든 당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냉전이 도래하고 러시아가 국제적으로 고립됨에 따라 러시아로부터의 주요 자재 공급은 거의 틀림 없이 중단될 위기에 처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촉매 제조에 사용되는 팔라듐(palladium)은 러시아가 전 세계적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분쟁으로 비롯된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는 지정학적 재편과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인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거나 금지 함에 따른 석유 공급 변화가 포함된다.

 

아직 갈길 먼 새로운 규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기업이 경기 침체에 대비하는 것이 그 어느때 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앞으로의 경기 침체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이 지금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분명 있다.

예를 들어, 매우 중요한 공급업체를 식별하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핵심 비즈니스 파트너의 재정 상태를 평가하고 경기 침체의 역풍에 휘말릴 수 있는 협력업체, 공급업체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현금을 절약하고 재고 수준을 낮추고 공급업체 기반을 합리화하고 고객 우선 순위를 재조정하는 일련의 활동은 물론, 팬데믹을 극복한 경험도 기업이 다가오는 경제 폭풍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과열된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을 터널 끝의 빛으로 알았다가 실제로 마주 오는 열차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매우 낙담하게 된다.

그러나 회사가 지금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최소한 열차와의 충돌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서 어느정도 위안을 얻을 것이다. 물론, 향후 예측 불가능의 수준은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고, 전쟁과 의도하지 않은 파급 효과는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 역시 직시해야 할 것이다.

 

- 번역 : 류종기 RIMS 리스크관리협회 한국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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