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제단체장 인터뷰로 본 당면과제

여성기업의 위상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기업의 안정성, 생산성 등이 매년 향상되고 있다. 특히 이들 여성기업들이 경력단절을 쉽게 겪는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 있어 최일선에 뛰고 있다. 이와 함께, 미래 산업을 이끌 기술기반 업종에서 여성 CEO 창업도 남성에 비해 훨씬 두드러진다. 하지만 아직 여성기업을 위한 정부의 지원·육성책은 갈 길이 멀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의 회원사이기도 한 여성경제인협회와 여성벤처협회의 이정한, 김분희 회장이 최근 주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적한 여성기업의 현안 과제를 정리했다.
 

연초 취임한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이 최근 지역 여성기업인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확인한 최대 애로는 중대재해처벌법이었다. 지난 1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현재 50인 이상 고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예외지만 5인 이상~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부터 처벌법 대상이 된다.

문제는 2019년 기준 5인 이상~50인 미만 5~9인 구성된 소규모 기업 중 여성기업이 70.6%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기업인이 느끼는 현장의 애로가 훨씬 커지고 있다.

이정한 회장은 안전관리책임자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여성 소기업은 책임자를 구할 방도가 없다고 한탄했다. 이 회장은 여성기업들의 상황이 훨씬 열악하기 때문에 회사에 사고가 나서 대표가 입건되면 대표 역할을 대체할 인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정한 회장은 산재발생시 노사공동책임에 대한 의견을 역설했다. 그는 기업이 허술한 안전장비를 지급했다든가 안전 환경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면 대표가 벌을 받아야겠지만, 근로자가 현장에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면 이는 현장 근로자들이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여성기업을 경영하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가운데 상속세 인하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정한 회장은 중소기업은 갈수록 마진이 줄어 투자 여건이 열악해지고, 과도한 상속세로 자녀에게 물려주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의 개편으로 중소기업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무엇보다도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제한을 제시했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 커뮤니티가 발달돼 임금을 조금이라도 더 주는 사업장으로 한꺼번에 쏠리는 경우가 많다며 수많은 중소기업 경영자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숙식 제공 등 필요한 노동 환경을 제공하던 노력이 허사가 되고 있는 점을 꼬집었다.

다만 이 회장은 사업주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노동청 신고 절차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 사업장 변경제한을 보완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벤처업계에서도 여성기업의 돌풍이 불고 있다. 지난 2015년만 해도 2500여 곳에 불과하던 여성 벤처 기업이 지난해 4000곳을 넘었고, 마켓컬리가 여성 벤처 최초로 유니콘 기업에 등극하는 등 여성 벤처의 약진이 뚜렷하다.

하지만 김분희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정부 벤처 지원정책에 있어 여성기업들의 열악한 환경을 지적했다. 정책자금 R&D 등 정부 지원 사업에서 여성 기업이 혜택을 받는 비율도 낮으며 여성 구성원들의 경력 단절 문제도 숙제라는 것.

김분희 회장은 근래 들어 제2 벤처붐을 맞아 여성 벤처기업의 중요한 역할이 필요한 때임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김분희 회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여성 벤처 육성을 위한 허브(Hub)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협회 차원에서 여성벤처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센터) 건립이 필요함을 줄기차게 건의하고 있다. 민관에 흩어져 있는 육성·지원 프로그램들을 종합하는 하나의 클러스터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여성 벤처를 육성하자는 취지다.

김분희 회장은 센터가 들어서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니 잘될 수밖에 없다일단 수도권을 메인 허브로 추진하고 점차적으로 지역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의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책으로 산학연이 연계해 여성 특화 산업 기술을 개발하거나, 여성 인재를 위한 소프트웨어 교육 등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에 대해서는 근무지 위주로 보육 시설을 연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는 어린이집 등이 거주지 중심으로 배정이 돼 외곽 지역에 살며 도심에 와서 일하는 여성들은 아이를 정작 맡기기 어렵다는 걸 지적했다.

구체적인 해결 방안으로 김 회장은 기업이 뭉쳐 있는 강남이나 가산디지털단지에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30개씩만 있어도 여성들이 나와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새 정부가 주요 지역별 아동돌봄센터 도입 같은 제도를 통해 경력단절 여성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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