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생계형 적합업종 제외
중고차업계, 심의위 결정 비판
시장점유율 제한 현실성 희박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업종에서 제외된 지난 17일 서울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업종에서 제외된 지난 17일 서울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공식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7일 열린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서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심의위는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 사유에 대해 중고차 판매업은 서비스업 전체와 도·소매업, 자동차 및 부품 판매업에 비해 소상공인의 비중이 작고, 소상공인의 연평균 매출액이 많으며, 무급가족종사자 비중이 작다지정요건 중 규모의 영세성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전 심의를 맡은 동반성장위원회에서도 201911월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낸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심의위는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가 충분히 예상된다향후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서 이러한 점을 고려해 적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부대의견을 제시했다.

 

현대차, 온라인 플랫폼까지 론칭

현대차 그룹은 이미 이달 초 정밀 성능검사와 수리를 거친 자사 인증 중고차 출시, 시장점유율 자체 제한 등이 담긴 사업 방향을 이미 공개한 만큼 이번 결정을 계기로 중고차 시장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경기 용인시와 전북 정읍시에 자동차매매업 등록 신청을 해놓은 상태이며, 지난 7구매 후 5·주행거리 10이내의 중고차만을 판매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공개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의 온라인 중고차 거래 통합 플랫폼 오토벨도 지난 120일 론칭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완성차 제작부터 중고차 판매 온라인 플랫폼까지 정부가 거대 독과점 기업의 초석을 마련해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는 상황이다.

 

중고차 업계 시장 독과점 폐해 우려

중고차 매매 업계는 중고차 시장에 자금력을 갖춘 완성차 대기업이 들어오면 중소 영세사업자들은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규모의 시장경제 논리에 따른 불공정 독점이 팽배할 것을 우려했다.

조병규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 전남조합장은 대기업의 독과점과 그로 인한 영세 종사자들의 몰락이 우려된다신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점유율이 90%에 달하는데 이들은 고객에게 기존 차량을 자사에 팔도록 인센티브를 줄 여력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해성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사무국장도 상품 단가가 높은 업계 특성상 매출액도 높게 나타나지만 실제 구성원의 월수입은 150만원 수준이라며 영세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업종인데 심의위는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시장비율 제한 등 상생안 협의 필요

이번 결정으로 중소 중고차매매업계의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대기업의 시장진입비율을 조정하는 등 상생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심의위의 최종 결정은 끝났지만 아직 사업조정 절차가 남아있어 대·중기 양측의 상생협의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진출이 허용된 만큼 대기업의 양보 하에 연간 참여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이 상생안의 한 예가 될 수 있다매년 3, 5, 7, 10%의 비율로 완성차의 진출 비율을 34년간 단계적으로 제한·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기아 등 완성차 대기업들이 소속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정만기 회장도 중고차 매매업계가 우려하는 점도 완성차 업계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상생 방안도 충분히 모색하겠다이번 결정이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가 윈윈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병규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 전남조합장은 시장 점유율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겠다는 대기업 주장이 (장기적으로도) 실현가능한 것인지 믿기 어렵다사실상 대기업이 중고차를 100% 매입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해성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사무국장도 현대차·기아는 이익이 많이 남는 대형차나 고급차 위주로 사업을 할 텐데 결국 중고차 시장 이윤의 3040%를 가져갈 것이라며 양질의 차를 대기업이 독점하고 (중소기업은 저품질 차를 거래하는) 불합리한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기부는 현재 당사자들 간 조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 피해 실태조사를 시행한 이후 사업조정심의회를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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