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 매매업에 대해 최종 미지정결론을 내렸다. 이번 결과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현대·기아차는 물론 롯데렌탈 등 완성차 이외 대기업들의 중고차시장 진출 소식이 언론을 통해 연신 보도되고 있다.

심의위원회는 중고차 매매업계의 소상공인 비중이 낮고 연평균 매출액이 높아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점을 주된 미지정 사유로 꼽았다. 더불어 완성차 대기업의 시장 진출은 중고차 신뢰도 증가와 선택 폭 확대 등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를 고려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고차업계의 입장을 들어보면 이러한 심의회의 결정이유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대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중고차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전국 6000여곳의 중고차 매매상사와 6만여명의 종사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더욱이 자동차정비업, 세차업 등 관련 산업까지 포함하면 종사자수 규모는 약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완성차업계가 중고차를 매입한 후 신차를 팔 때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알짜 매물만 빼앗아 중고차 시장을 독점하게 될 것을 우려하며 시장진입을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중고차시장에서 출시 5년 미만·주행거리 10km 이내의 차량만 엄선해 판매하고 이외 매입물량은 경매 등을 통해 기존 매매업계에 공급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자사 대리점(신차영업소)을 통해 중고차 매입물량을 독점한 뒤 양질의 중고차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고, 그 외는 경매로 중고차 매매상사에 판매해 수익극대화와 품질갈등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내 신차시장 90%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시작되면, 신차 제조·판매, 정비, 부품제조·판매, 자동차보험, 캐피탈, 중고차 수출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산업 전반에 독과점이 급속히 진행될 것이 우려된다.

또한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은 중고차매매상사 간 매입 경쟁을 일으켜 중고차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다. 매입가격 상승은 소비자 판매가격에 전가돼 중고차 가격상승은 물론 신차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이러한 중고차시장 독과점은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후생이 더욱 감소되는 결과가 초래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현재 중고차 매매업계는 지난 1월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중소벤처기업부에 중소기업 사업조정을 신청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거대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30만 중고차매매업 종사자의 생존권과 연결되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또한 조만간 개최될 사업조정심의회를 통해 완성차업계의 시장진입 3년 유예 등 중고차 매매업계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조치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중고차 시장진출을 희망하는 대기업들도 기존 중고차업계와 발전적인 상생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오랜 기간 불모지였던 중고차시장을 일구고 키워온 중고차 매매업계의 생존과 발전을 중심에 두고, 소비자 후생도 함께 고려해야 된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탄소중립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이다. 탄소중립으로 인해 좌초되는 산업과 일자리에 대한 배려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중고차매매업에도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토대위에 합리적인 상생방안이 마련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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