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품 사지 마세요’의 역설
MZ세대 호응, 기업 승승장구
‘개념소비’ 세계 트렌드로 정착
비윤리적 태도·행동 손절 필수

서용구(숙명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서용구(숙명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성큼 다가온 ESG 시대에 중소기업의 새로운 사회공헌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본지는 3회에 걸쳐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의 <ESG와 중소기업의 브랜드 경험혁신 시리즈>를 연재한다. 서용구 교수는 마케팅 분야 전문가다.


이제 재무적 성과만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시대는 끝났다. 환경 파괴, 산업재해, 갑질 등 부정적 리스크를 관리하고 이를 최소화하는 착한 기업에 투자자와 소비자가 몰리고 있다.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이 돈도 많이 버는 시대로 세상이 변하고 있다.

세계 주요 시장의 주 소비자들이 MZ세대로 변하며 기업에 이전보다 더 높은 공정성친환경 경영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기업은 베이비부머와 X세대 경영자에 의해 경영되고 있는데 반해 목소리가 크고 초연결돼 있는 주 소비자들은 대부분 MZ세대다. 이처럼 경영자-소비자 간 세대 격차와 비대칭을 줄이기 위해서는 경영자들이 새로운 마인드 세트를 가질 필요가 있다.

ESG 추세와 동향을 학습하고 윤리지능을 높이며 비윤리적인 태도와 행동을 손절(디마케팅) 해야 한다. 디마케팅은 줄이다(Decrease)’마케팅(Marketing)’의 합성어다. 기업이나 개인이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수요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마케팅 방식이다.

ESG 경영을 통해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디마케팅을 잘해야 한다. 한마디로 과거의 잘못된 관습과 관행을 과감히 손절해야 한다.

ESG 선도기업이자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명사로 불리는 파타고니아는 혁신적인 디마케팅을 실행하고 있다. ‘이 의류를 사지 마세요라는 브랜드 슬로건으로 유명하다. 의류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이나 자연파괴를 염려하는 소비자의 자각을 일깨워 되도록 소비를 자제하고 비싸지만 좋은 옷을 사서 오랜 기간 입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디마케팅 전략으로 파타고니아는 친환경 기업 이미지와 가격 프리미엄을 가진 세계 정상급 아웃도어 브랜드로 성장했다.

러쉬(LUSH)는 유기농 과일과 채소, 식물, 꽃 등을 이용한 천연 화장품을 판매하는 영국 회사다. 지난 10년간 뷰티시장에서 이 회사가 가장 고성장하고 있는 비결은 디마케팅이다. 러쉬는 환경, 동물, 사람이 조화로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브랜드 철학을 기반으로 공정무역 강조, 동물실험 반대, 환경보호 등 다양한 캠페인 활동을 통해 개념 소비에 앞장서는 행동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캠페인의 종류에는 불필요한 포장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에 동참하자는 취지의 고 네이키드’(GO NAKED) 캠페인,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법안을 위한 동물실험 반대’(Fighting Animal Testing) 캠페인, 전 세계 170여 개국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해변가와 도심 쓰레기를 줄이는 플라스틱 줍기’(PLASTIC GRAB) 캠페인 등이 있다. 러쉬는 비거니즘(Veganism)을 실천하는 캠페인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나이키는 ‘Just Do it’이 아니라 ‘Don’t Do It’으로 정반대 슬로건을 내세웠다. 20205월 나이키는 공식 SNS 계정에 “For once, Don’t Do It.”으로 시작하는 캠페인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이번 한 번만은 제발 하지 말자. 또는 한 번만이라도 하지 말자. 인종 차별에 등을 돌리지 말자. 무고한 죽음을 받아들이지 말자. 묵인하지 말자. 당신도 이 변화에 참여할 수 있다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나이키의 디마케팅은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의 과잉 제압으로 비무장한 흑인이 숨지면서 촉발된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되는 중에 만들어졌다.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동참하자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현재 이 영상의 유튜브 조회수는 134만회다. 디마케팅을 하면 할수록 나이키의 매출은 늘어났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중소기업들도 단순히 기부나 봉사활동을 뛰어넘어 세상을 바꾸려는 행동을 시도해야 한다. 비윤리적인 관습과 행동을 디마케팅하는 기업만이 MZ 세대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제 선한 행동을 실행하는 조직이다라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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