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새벽배송의 시초인 마켓컬리가 연내 기업공개(IPO)에 성공하고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 개선은 하루빨리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마켓컬리는 농산물 도·소매업 및 전자상거래 관련 유통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지난 20141231일 설립된 더파머스가 이듬해 5월 첫선을 보인 서비스다. 사업 초기부터 투자자금을 50억원이나 유치하며 호기롭게 출발했다. 보통 초기 엔젤투자가 1억원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사업 초반에는 서울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저녁 9~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을 완료하는 샛별배송서비스를 앞세웠다. 특히 프리미엄 식품 쇼핑몰을 표방한 만큼 품질에 남다른 신경을 썼다. 풀콜드체인시스템이 적용돼 배송된 상품에 대한 고객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고품질의 신선한 식품을 집 앞까지 빠르고 편리하게 전달한다는 프리미엄 전략은 적중했다. 마켓컬리는 론칭 1년도 채 되지 않아 8만명의 고객을 유치한 데 이어 2017년 말 기준 16만명의 누적 이용 고객수를 돌파하며 대한민국에 새벽배송열풍을 일으켰다. 지난해에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샛별배송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배송 지역을 충청, 대구, 부산·울산권까지 확장하며 누적 가입 고객수를 무려 1000만명까지 확보했다. 이는 마켓컬리의 차별화된 프리미엄 전략이 주효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마켓컬리가 쏘아 올린 새벽배송 열풍에 백화점, 이커머스, 식품업계 등도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지만 마켓컬리만의 주요 강점을 따라잡지 못해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나마 쿠팡의 로켓프레쉬가 신선식품 새벽배송의 또 다른 강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프리미엄과는 거리가 멀다.

고품질의 신선한 식품을 집 앞까지 빠르고 편리하게 전달한다는 프리미엄 전략이 적중하면서, 기업 성장성을 인정받은 마켓컬리(대표 김슬아·사진)는 글로벌에서도 주목받는 기업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고품질의 신선한 식품을 집 앞까지 빠르고 편리하게 전달한다는 프리미엄 전략이 적중하면서, 기업 성장성을 인정받은 마켓컬리(대표 김슬아·사진)는 글로벌에서도 주목받는 기업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켓컬리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김슬아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이 상품의 생산 과정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직접 먹어보고 결정하는 등 제품 선정 단계부터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히 프리미엄을 표방한 상품을 대규모 입점시킨 뒤 마구잡이식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던 주요 요소다.

마켓컬리의 성장은 곧 투자유치 증가로 이어졌다. 세부적으로 2016170억원 2018670억원 20191350억원 20202000억원(시리즈E) 20212254억원(시리즈F) 등 론칭 이후 누적 투자금만 하더라도 무려 6500억원에 달한다.

기업 성장성을 인정받은 투자가 이어진 데 따라 마켓컬리는 글로벌에서도 주목받는 기업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매출 증대에 따른 성과를 인정받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가 발표하는 아시아 태평양 고성장 기업(FT High Growth Companies Asia-Pacific)에 최근 3년 연속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과 달리 내실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서비스 공식 론칭 이후 단 한 번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한 15614억원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적자는 오히려 87% 늘어난 217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앞서 지난 2018년 배송비 20% 인상 때부터 불거져 온 지적이다. 당시 마켓컬리는 적자 상태의 기업 운영에 인건비 등 물류비용의 상승까지 더해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4만원 미만 배송에 부과됐던 배송비를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했다.

업계에서는 마켓컬리가 상장 이후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중장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익성 개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성장에 대한 가능성을 입증할 수 없을 경우 실속 없이 단순히 외형만 거대한 기업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마켓컬리가 영위하는 새벽배송 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니즈와 성장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했다. 다만 이제는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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