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갈증 3년, 업계에선 보복소비 따른 각축전 예고

야놀자, 소프트뱅크서 2조원 유치해 ‘데카콘’등극
숙박시장 70%점유… 인터파크 인수 등 체질개선 지속

최적 여행루트·최상 숙소 제공, 영토 무한확장 채비
테크기업 도전 속 러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변수

코로나 시대의 해외 여행은 출국도 문제였지만 입국이 더 문제였다. 무조건 일주일씩 자가격리를 해야만 했다. 입출국 과정에서 최대 한달 가까이 자가격리를 당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해외 출장도 어려워졌다. 해외 여행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지난 321일부로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의 자가 격리 의무가 해제됐다. 누적 확진자는 1000만명에 달한다. 일일 확진자는 30만명에 이른다. 엔데믹이 코앞까지 왔다. 판데믹이 코로나와 싸우는 시간이라면 엔데믹은 코로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시간이다. 여행 업계는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여행에 대한 갈증이 억눌린 지는 3년 이상이 됐다. 입국 후 자가 격리 기간이 부담돼 휴가를 못 내던 직장인도 학업 공백을 우려한 학생도 마음 편히 하늘길에 오를 수 있다. 이 순간을 위해 여행 경비를 모아 온 소비자들은 보복 소비를 준비하고 있다.

엔데믹에 대응하는 여행 업계의 지형도는 판데믹이 휩쓸고 간 모든 피해 업종에서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코로나 사태가 항공과 여행에 맨 먼저 직격탄이었다는 걸 기억한다면 엔데믹 전환은 항공과 여행부터 변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정작 엔데믹은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겹쳐 있다. 코로나와 유가라는 복합 리스크 속에서 맘 놓고 웃을 수 있는 여행 플랫폼은 솔직히 많지 않다.

전체 플랫폼 누적 가입자 수 1500만 명을 자랑하는 야놀자 정도다. 야놀자는 최근 들어서 해외여행 수요에 맞춘 대대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기술기업 이미지 강화에 초점

야놀자는 전 세계 170개국에서 3만개 이상의 고객사에 60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217월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로부터 2조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데카콘에 등극했다. 이 때부터 상시할인을 내세우는 특가 플랫폼에서 테크놀로지 기업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야놀자 테크놀로지가 그것이다.

김종윤 야놀자 클라우드 부문 대표는 O2O 플랫폼에 불과했던 야놀자를 테크 기업으로 탈바꿈한 장본인이다.

김종윤 대표는 3M과 구글컴퍼니, 맥킨지앤컴퍼니에서 근무했다. 2015년 야놀자에 합류했다. 이 때부터 숙박업소가 아닌 여가 활동 전반으로 야놀자의 시장 영역을 확대해나가기 시작했다.

사업 구조 개편은 물론 IT 기업으로 사업 전반의 로드맵을 수정해 슈퍼앱의 기반을 닦았다.

김 대표의 주요 성과로 거론되는 업적이 야놀자의 YFLUX. 종합 호텔 자동화 솔루션으로 사물 인터넷까지 응용한 소프트웨어 애스 어 서비스 기술이다. 소프트뱅크의 투자는 YFLUX를 보고 투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약할 때만 꺼내던 야놀자앱을 휴대폰 메인 화면으로 끄집어낸 기술이다.

야놀자는 테크 기업으로의 전환을 예고했지만 B2C 모델은 아직 플랫폼 기업의 공식을 따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야놀자의 숙박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가맹 점주들이 월 광고료로 300~400만원 이상을 매달 지불해도 앱 내 상위 노출이 어려울 정도다. 중개 수수료는 10%에 불과하지만 광고료는 최대 30% 가까이 높였기 때문이다.

숙박플랫폼 2위 앱인 여기어때와의 몸값 차이는 스무 배가 넘는 이유다. 야놀자는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인터파크를 인수하는 등 체질 개선을 위한 M&A에 집중했다.

야놀자는 지난 322일에는 렌터카 플랫폼 캐플릭스에 투자했다. 2대 주주가 됐다. 캐플릭스는 렌터카 공유경제 서비스와 차량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캐플릭스의 중소형 렌터카 네트워크를 통해 야놀자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적극 강화할 예정이다.

기존 카셰어링과 달리 전국에 있는 렌터카를 캐플릭스에 편입시키고 알고리즘과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언제 어디서나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항공권과 지상 모빌리티의 실시간 연계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집에서 여행목적지까지 끊김없는 모빌리티 서비스야말로 소비자들이 여행앱에 기대하는 부분이다.

 

테크기업으로 변신이 활로

엔데믹의 여행 부활을 누릴 수 있는 건 전통적 여행사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테크기업들이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가 여행 산업의 판도를 바꾼 것이다.

단순히 여행 예약을 해주는 것보다 통합 기능에 대한 이용자의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는 숙박업 사업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양쪽의 거대한 데이터를 응용해 호스피탈리티 테크를 구현하는 숙박 업자만이 살아남는다.

기존 온라인 여행사(OTA)들은 빠르게 테크 기업에 적응하고 있다. 야놀자는 인터파크 인수 이후 하나투어와 해외여행 서비스 독점 계약을 맺었다. 여기어때는 해외여행 전문 여행사 온라인투어의 지분을 인수했다.

그런데 카카오와 네이버와 쿠팡 그리고 마켓컬리 역시 여행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야놀자의 독주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세력들이다.

해외에선 과거엔 여행업과 무관했던 기술 기업들이 역으로 숙박 사업에 뛰어드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레볼루트는 런던의 핀테크 대기업이다. 토스의 벤치마크 모델이다. 레볼루트는 지난 20217월 여행 예약 서비스인 스테이를 론칭했다.

레볼루트의 로드맵도 야놀자와 유사하다. 10% 캐시백은 물론 항공편과 렌터카 등의 예약 패키지 옵션을 추가해서 여행에서 발생하는 모든 활동을 지원하는 토털 솔루션 서비스다. 레볼루트는 엔데믹이 예상되던 시점부터 여행 오프라인 수요를 노린 사업으로 확장을 준비해왔다.

B2B 부문에서는 야놀자의 Y-FLUX 같은 숙박 산업 솔루션인 온다가 각광을 받고 있다. 노후화된 기존 숙박 운영 시스템을 자동화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온다만 있으면 오래된 숙박 업자들한테도 새로운 손님들이 스스로 찾아 온다.

최근 구글 호텔의 국내 1호 공식 제휴사로 선정됐다.

야놀자는 스스로를 글로벌 트레블 테크 플랫폼이라고 소개한다. 야놀자는 글로벌한 큰 그림을 그린다. B2B 기술과 B2C 기술에 대한 균형적 투자도 그걸 위해서다. 모빌리티 서비스까지 인수하며 아마존처럼 단순 중개 역할을 넘어 물류와 결제까지 망라하는 메타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한 마디로 슈퍼앱을 꿈꾼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여행업계에 기회는 오고 있다. 해외 입국자 자가 격리 의무 해제와 함께 사적 모임 최대 인원도 8명으로 늘었다. 시장은 빠르게 반응 중이다. 각종 항공과 숙박, 레저, 외식 등의 리오프닝 관련주가 반등했다.

특히 여객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아시아나항공은 12.73%, 하나투어는 5.44%, 인터파크는 7.73% 상승했다. 이른바 리오프닝주들이다.

장차 호황이 기대되지만 모든 여행 업계가 웃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장 여행사 네 곳의 매출액은 지난 2021년 대비 평균 60~70% 줄었고 영업 손실 규모도 배로 뛰었다.

가장 규모가 큰 하나투어의 매출액은 2021년 대비 63% 감소했고 영업 손실액은 7.8% 늘었다. 모두투어 역시 매출액이 72% 감소하고 영업 손실액은 11% 증가했다.

중소 여행사인 노랑풍선은 특히 치명타를 입었다. 매출액 74% 감소에 영업 손실액 136% 증가에 이르렀다. 노랑풍선과 모두투어는 관리종목 지정 직전까지 갔다 왔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 유가 불안정은 여행 수요가 여행 업계의 기대만큼 증가할지에 대한 변수다.

유럽은 아직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유가에 따라 항공사의 운임 원가와 주가도 널뛰는 건 상식이다. 보복 소비 심리는 리오프닝주 상승의 원동력이지만 반대로 여행지 선정의 기준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복잡한 여행 산업의 상황은 사실 야놀자한텐 기회다. 야놀자 테크놀로지야말로 이런 변수 속에서도 완벽한 여행을 계획할 수 있도록 준비된 기술이기 때문이다. 최적의 여행 루트와 최상의 숙박시설과 최저가 항공권과 모빌리티를 제공할 수 있는 여행플랫폼만이 리스크를 넘어 여행 수요를 꿰찰 수 있다.

이제부터 야놀자가 싸워야 하는 건 코로나가 아니다. 코로나를 포함해서 여행 수요를 위협하는 거의 모든 변수다. 여행의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 신기주 북저널리즘 콘텐츠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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