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쏠림→인구과밀 → 인프라 집중 ‘악순환’]
수도권 대기업은 자원·인재 ‘블랙홀’… 지역中企 존폐위기
지역기업 증발, 수도권 vs 비수도권 경제력 격차 갈수록 확대

중앙의 세제 권한 지자체에 넘겨야 인재·기업 유치 활성화
초광역 협력 기반의 지역 경제생태계 구축 논의 필요한 때

지난달 고용노동부는 ‘2020~2030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을 통해 생산가능인구의 큰 감소를 경고했다. 2030년에는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320만명 넘게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체 고용시장의 83%(1744만명)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인력수급 문제가 8년 안에 최악의 상황에 빠질 공산이 커졌다. 이처럼 생산 가능한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전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절반 넘는 인구가 몰려 있다는 현실도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겐 기업생존을 위협하는 악재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196020.8%에서 202050.1%가 됐고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기업 본사 75% 가량이 수도권에 편중되면서 자원과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반면에 비수도권의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인력난에 빠져 소멸 위기에 직면했다. 그나마 중소기업의 50%가 각각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나눠져 있어 지역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역할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뉴스>가 대·중소기업의 수도권 집중화 현황 및 과제에 대해 짚어봤다.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40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을 지정할 당시 소속회사(계열사)는 총 1742개에 달했다이와 관련 머니투데이는 228일 보도를 통해 소속 회사의 본사 주소지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기준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곳은 908(52.1%), 경기 327(18.8%), 인천 55(3.2%)로 나타났다. 수도권에 위치한 대기업 소속 회사의 비율이 74.1%에 달했다.

반면 중소기업뉴스가 분석한 688만 중소기업의 분포 현황은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하는 지역별 사업체 수 조사에 따라 2019년 기준으로 서울 1474000(21.4%) 경기 1705000(24.8%) 인천 354000(5.1%)로 나타났다. 수도권에 약 51.3%가 포진해 있는 것이다.

그나마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수도권(특히 서울 52.1%) 쏠림과 대비해 비수도권에 골고루 넓게 분포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인천 354000개와 비슷한 수준의 30~40만개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는 부산(441000·6.3%) 경남(428000·6.2%) 경북(347000·5.0%) 대구(309000·4.5%) 순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비수도권 중에선 서울과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충남(3.8%), 경북(2.9%), 전남(2.4%) 순으로 소속회사가 많은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은 서울과 상당히 거리가 멀리 떨어진 경상도 일대(울산 128000·1.8% 포함해 총 중소기업의 23.8%가 분포)에 많이 위치해 있었다.

이는 대기업들이 서울을 본거지 삼아 수도권의 자원과 인재 등의 인프라를 쉽게 연계할 가까운 지역 중심으로 대기업 소속 회사의 거점을 확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지역별로 특화된 전통적인 제조 및 뿌리산업을 기반으로 지속성장을 유지하며 여전히 지역경제의 든든한 경제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도권 vs 비수도권 경제력 양극화

하지만 과거 지방에 소재한 대기업들이 갈수록 수도권으로 진출하면서 지역경제 불균형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기업이 증발한 비수도권의 생산성은 매우 쪼그라들고 있다.

최근 통계청의 지역소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명목 지역내총생산(GRDP)1936403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수도권의 GRDP1017407(52.5%)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GRDP는 지난 2015년 처음으로 비수도권의 GRDP를 추월했다. 2004년에만 하더라도 비수도권의 GRDP 비율이 51.5%로 더 높았다. 2015년 역전된 GRDP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GRDP는 지역 내에서 새로 창출된 최종생산물가치의 합이다. 즉 각 시·도내에서 경제활동별로 얼마만큼의 부가가치가 발생됐는가를 말해준다. 쉽게 말해 도시별 GDP.

지역소득통계는 지역소득의 생산·분배·지출 각 측면이나 경제주체 간 소득 순환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지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숫자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대기업의 수도권 밀집화의 결과가 2015년부터 GRDP로 나타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도권에 양질의 일자리가 집중되면서 젊은 생산가능인구인 청년들이 때 아닌 취업 경쟁에 내몰리고 반면 비수도권은 기업이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일자리 양극화까지 심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들의 수도권 대학 진학 쏠림도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는 수도권에 대기업 집중청년들의 수도권 쏠림서울권 대학의 입학경쟁 심화지방 중소기업의 인력난지방의 인구감소와 기업소멸이라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수도권에 터전을 잡았다고 지역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결정이었다고 비판할 수는 없지만, 대기업의 경우 지방에 있는 소속 회사의 본사의 수도권 이전으로 인해 수많은 거래 중소기업의 동반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문제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경제 전반이 디지털 전환을 맞이하고 있지만 비수도권의 일자리 창출역량은 심각하게 저하돼 있다. 지난 23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초광역권에 기반한 지역의 산업혁신 전략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의 수도권 집중화가 미래 일자리의 편중을 초래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최근 5년간(2015~2020) 소프트웨어 및 정보서비스, 영상·방송·창작예술업, 연구개발 및 전문서비스업 등 양질의 일자리 성장을 주도하는 소위 지식서비스 3대 업종은 순증한 일자리의 80.4%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이들 3대 업종의 전국 종사자 수는 최근 5년간 313000명이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252000명이 수도권에서 늘어난 인원이다.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벤처캐피탈과 엑셀러레이터의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의 벤처창업 생태계는 정말 취약하다“4차 산업 관련 기업들이 서울과 수도권을 못 벗어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방에도 벤처캐피탈, 회계법인, 법률사무소가 있으나 규모가 큰 상위 20개사가 모두 수도권에 있다.

 

중앙·지방 공동세, 법인세부터

무엇보다 일자리 증가가 지식서비스업에서 두드러지고 있다는 건 주목할 만한 경제지표다. 서비스업 종사자 비중은 전체 종사자에 71%에 달한다. 2000년 이후 IT의 발전으로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지식서비스업으로 옮겨가는 대전환기에 놓여 있다.

결국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지식서비스 기업과 고급 인력을 동시에 유치해야 한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와 관련해 낙후지역의 대학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난 2월 매일경제 기획칼럼에서 앞으론 대학이 혁신의 중심이 돼야 하며 낙후지역 대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을 확대하자기업의 지방대학 내 입주를 촉진하기 위해 낙후지역에 대한 차별적 규제 완화를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박진 교수는 인재와 기업 유치에 유리한 조건을 지방 스스로 만들도록 권한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과 지방이 세수를 나누어 갖는 공동세를 법인세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때 문제는 수도권만 큰 이득을 본다는 점이다. 이에 박진 교수는 지방-중앙 배분율을 낙후도에 따라 3단계로 차등해야 한다예컨대 상위 지역이면 지방 10%-중앙 90%, 중위 지역은 지방 30%-중앙 70%, 하위 지역은 지방 60%-중앙 40%로 하자고 제시했다.

아울러 박진 교수는 ·도가 각자에 맞는 선택을 하고 경쟁하게 해야 국가적 변화가 가능하다예컨대 최저임금, 52시간제는 광역정부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각에선 광역 시·도 및 기초자치단체 중심의 지역 R&D를 권역별 통합 R&D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기한다. 정부도 지난해 10초광역협력 지원전략을 발표했다. 초광역협력은 지역 경쟁력 제고를 위해 초광역적 정책과 행정을 추진하는 지역 주도의 연계·협력을 뜻한다.

정부 보고서를 살펴보면 정부의 초광역협력 정책에 대해 지역 간 다양한 협력을 수용할 수 있는 큰 그릇을 만들어놓았지만 산업 대전환기 초광역권 형성의 필요성에 기반해 초광역권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명확한 정책 목표를 제대로 제시하고 있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초광역권 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17개 시·도로 분산하는 것이 아니라 초광역권의 중추거점도시(메가시티)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수준의 산업혁신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인구 50만이 넘는 비수도권 특례시와 지방자치도 등을 따져 전국을 5~8개의 권역으로 나누고 큰 권한과 자율성을 가진 메가시티 차원의 지역경제 R&D 체계가 논의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기중앙회의 관계자는 낙후지역 소재 기업에는 법인세를 대폭 깎아 주거나 고급 인력이 정주하기 위한 자녀 교육여건(··) 시설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며 인프라 개선의 필요성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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