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우산 희망더하기+] 이승욱 부산 수정궁 대표
계란찜→전복죽·나베→조개탕
저울 이용한 정가·정량제 도입
정직이 철칙, 백년가게 이룰터

부산 광안리 바닷가를 한눈에 품은 횟집 수정궁은 늘 한발 앞서 트렌드를 이끌었다. 1980, 1대 창업주 이창식, 함차순 부부는 내부 수족관 설치와 저울을 이용한 정가·정량 판매 등 기존의 횟집과는 다른 분위기와 운영방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대를 이은 이승욱 대표는 한식 기반의 파인다이닝 횟집으로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하며 수정궁을 부산을 대표하는 고급 횟집으로 한 단계 더 성장시켰다.

고급 횟집은 일본식이라는 공식을 깨고 싶었습니다.”

한식 기반 파인다이닝 횟집 수정궁의 이승욱 대표는 1980년 부모님이 창업한 횟집을 이어받은 2세 경영인이다. 섬유가공 사업과 의류 판매업을 하던 이 대표의 부모는 1979년 오일 쇼크가 터지고 섬유 산업이 어려워지자 사업을 접고 19807, 광안리에 횟집을 열었다. ‘수정궁이라는 이름은 부산 수정동에 살아서 동네에 애정을 담에 붙인 이름이다.

사업을 하며 일본 등 해외를 자주 오가면서 세련된 감각도 지니고 미식가였던 아버지는 당시 가게에 실내 수족관을 설치하고, 룸 형태를 도입하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또 과감하게 ‘kg당 얼마로 정가제를 도입했다. 흥정문화가 주류이던 당시 고객들의 신뢰를 높였다. 주변에서는 식당을 모르는 사람이 이상한 짓을 한다, 곧 문을 닫겠다는 등 우려하는 시선도 많았다.

이 대표는 결과적으로는 식당 운영 경험이 없었기에 새로운 시도가 가능했고, 그게 오히려 특별함으로 다가선 것 같다며 평가했다.

처음 열었던 가게는 태풍이 닥치면 1층으로 파도가 밀려올 정도로 바다와 가까웠는데 앞바다가 매립되면서 바다와 멀어지게 됐다. 26년 동안 한 자리에서 운영하다 가게가 낡기도 하고, 바다 전망도 누릴 수 없어 2006년 지금의 자리로 신축 이전하게 됐다.

고급 횟집은 일본식이라는 공식을 깨고 한식 기반의 파인다이닝 횟집으로 또 한번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이숭욱 수정궁 대표.
고급 횟집은 일본식이라는 공식을 깨고 한식 기반의 파인다이닝 횟집으로 또 한번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이숭욱 수정궁 대표.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게 된 것도 이 시기였다.

“2년 반 정도 설계하고 시공하는 과정에서 주방장이자 매니저인 어머니와 의견이 다른 부분이 많았어요. 조율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면 차라리 네가 직접 운영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하셔서 자연스럽게 이어받게 됐습니다.”

이 대표는 부산에서 손꼽히는 횟집이었음에도 메뉴의 단조로움이나 체계적인 서비스의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았다면서 한식을 기반으로 한 정갈한 고급 횟집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부산의 횟집은 크게 회센터 중심의 저가 시장과 일식당의 분위기를 가져온 고급식당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런데 고급 횟집의 경우 일식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부분이 많았다.

이에 이 대표는 일식의 계란찜을 전복죽으로, 나베요리를 조개탕이나 매생이국으로, 조림도 간장 기반이 아니라 고춧가루를 더한 매콤한 한식 조리법으로 바꿨다.

인테리어 역시 현대적으로 가면서도 한국적 디자인을 더하고 나무와 돌 등 자연 자연소재로 마감을 살렸고 룸 이름 역시 달오름, 달아래, 별오름, 별아래, 나무사이 등 우리말을 활용했다.

고민 끝에 과감한 변화를 택한 이 대표는 고급 횟집은 일본식이라는 공식을 깨고 한식을 기반으로 자연산 활어회와 우리 땅에서 난 제철 재료로 우리 입맛에 맞는 한 상을 정갈하게 차려냈다. 덕분에 수정궁은 예나 지금이나 부산 최고의 횟집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부모님이 늘 식재료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면서 생물을 다루는 횟집이다보니 좋은 식재료를 쓰고, 정직하게 조리하는 원칙을 변함없이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자부심은 40년째 변하지 않는 모두 직접 담그는 장맛, 김치맛이다.

이 대표는 횟집 아들로 26, 횟집 사장으로 16년을 살았는데 해가 갈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식당의 기본인 회, 장맛, 김치, 탕의 맛이 변하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포라고 해서 꼭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고집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있으니까요.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60년을 더해 진짜 백년가게를 이끌고 싶습니다.”

이 대표는 수정궁을 항상 좋은 회를 믿고 먹을 수 있는, 기본이 돼 있는 밥집으로 자리를 지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노란우산 희망더하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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