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적합업종 제외, 업계 갈등 해법은…]
현대·기아, 신차 제조-보험·캐피탈까지 독점해 생태계 파괴
사업조정 진행 시 중기부에 현실 최대한 반영한 중재 당부
무조건 반대 아냐… 대기업과 공정경쟁 위한 준비기간 필요
중고차업계 자체 플랫폼 구축하면 ‘허위 매물’ 원천 차단

장남해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장(가운데)과 지역 조합장들이 지난달 29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완성차업계 중고차 매매업 진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황정아 기자
장남해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장(가운데)과 지역 조합장들이 지난달 29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완성차업계 중고차 매매업 진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황정아 기자

중소벤처기업부 관할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지난 17일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미지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

이에 중고차 판매업계를 대표하는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가 지난 29일 오후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차 제작·판매부터 부품 제조·판매, 정비, 자동차보험, 캐피탈까지 이미 독과점이 만연한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서 영세 기업들은 자생력을 완벽히 잃어버릴 것이라며 분노했다.

장남해 연합회장은 관련 산업 종사자 약 30만명의 일자리를 빼앗는 행위라며 현대·기아차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결사반대한다고 강력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자리한 조병규 전남조합장(연합회 소속)대한민국 신차 구매고객의 70%는 이미 (현대·기아)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현대·기아차는 신차가격 할인, 보상 등 혜택을 내세워 자사 고객의 중고차를 사실상 전량 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압도적 점유율을 고려하면 결국 국내 중고차 물량의 대부분을 이들이 매입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생태계 파괴, 최종 피해자는 소비자

조 조합장은 그렇게 되면 일반 중고차 매매업계는 현대·기아차를 통해 매물을 구할 수밖에 없고, 슈퍼 인 현대·기아차가 원하는 금액대로 가격을 올려서 구매·판매할 수밖에 없다결국 중소매매업자들은 경쟁력을 잃고 실패하게 될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완성차업계의 완벽한 독과점 체제가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덧붙여 장 회장은 국내 완성차 제조사는 수입차에 대한 관세, 다른 경쟁자의 부재 등 시장의 암묵적이고도 합법적인 독과점적 지위를 통해 매년 신차 판매가격을 상당한 폭으로 인상하고 있다독과점의 1차 피해는 중소기업 등 산업생태계 파괴이지만 이를 무시·간과하면 결국 최종 피해자는 소비자가 된다고 말했다.

참고로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제조사 본인이 만든 신차를 직접 판매하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돼 있다. 이어 장 회장은 현대차가 구매 후 5, 주행거리 10km 이하의 인증 중고차만 판매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A/S 기간도 남아있을 정도로 신차나 다름없는 알짜 매물을 전부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며 소비자 후생 증진을 위해 중고차 시장에 진출했다고 하는데, 산업 생태계 상생 발전과 소비자 후생 증진을 위해서라면 진짜 A/S가 필요한 5, 10km 이상의 차를 대기업이 맡는게 맞지 않는가라고 역설했다.

또한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등장과 함께 동네 빵집이 모두 사라지고 6000원짜리 롤케익이 현재 13000원이 됐고, 마트·편의점이 들어선 후 재래시장·슈퍼는 모두 문을 닫았다정부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린건지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허위·미끼 매물, 대중들 오해 있어

한편 연합회 이강희 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중고차업계가 허위·미끼매물로 소위 호객사기를 친다고 오해하고 현대차도 그를 명목으로 앞세워 대중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또한 허위·미끼매물로 사기를 치는 사기꾼들은 말 그대로 진짜 사기으로, 업계 내부가 아닌 업계 외부에서 소위 떴다방처럼 오피스텔, 전화번호 등을 바꿔가며 불법을 저지른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에 가입한 업체들은 평균 업력이 10년 이상이라며 그런 식으로는 절대 꾸준히 사업을 할 수 없고, 조합에서도 절대 그대로 손을 놓고 있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업계에서도 이를 조금이나마 방지하기 위해 최종 고객에게 자동차성능점검기록부를 발급, 사고·침수·정비이력 등을 100% 투명하게 고지하고 있지만, 조합은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소매딜러들의 판매가격·마진율 등 세부계약사항에 대한 알 방법과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그 누구보다 업계에서 가장 답답한 상황이라며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정부와 중고차 플랫폼 등에 수차례 건의를 했지만 돌아오는 건 형식적인 대응 뿐이었고, 결국 벼룩 잡으려 초가삼간을 태우는 지금의 상황이 된 것이라고 탄식했다.

 

3년간 플랫폼 구축, 상생 기반 마련

이 부장은 그러나 이미 물이 엎질러졌고, 우리도 언제까지나 절대 안돼는 아니라며 다만 기업규모·시장지배력·영향력 등 모든 부분에서 막강한 대기업과의 공정한 상생을 위해 최소 3년의 시간만이라도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구입 후 6개월·1km 이내 차량 품질보증 중고차 매매공제조합 도입 중고차 전산체계 고도화 및 자체 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3년의 유예기간 동안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면 중고차업계 매물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허위·미끼매물을 100% 근절할 수 있고, 업계의 자정 작용에 대한 긍정적 시장 경험과 인식이 정착하면 대기업과의 공정한 경쟁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현대·기아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심의위의 최종 결정은 끝났지만 아직 사업조정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대·중기 그리고 정부 삼자간의 상생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기업 완성차 업계는 물론, 사업조정을 담당하는 중기부도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